[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케데헌’, 이제 오스카로 간다

2026. 1.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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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과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작품 제작에 관여한 리퍼블릭 레코드 짐 로포 회장은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18세에서 44세 사이의 시청자층, 그리고 이전에 플랫폼에서 케이팝 콘텐츠를 시청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이건 더 이상 케이팝 현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제는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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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문화평론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83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과 최우수 주제가상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이 작품은 미국 회사에서 만들어 미국 플랫폼을 통해 공개한 미국 작품이다. 그러나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이 한국계이고 영화의 내용도 케이팝과 한국문화를 담았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한국계’ 영화로 분류됐다. 그런 작품이 미국에서 아카데미상(오스카) 다음 가는 권위를 가진 골든글로브 상을 받은 것이다.

‘케데헌’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놀라운 흥행을 기록했다. 히트작이야 해마다 나오지만 ‘케데헌’은 그런 수준의 일반적인 히트작이 아니었다. 넷플릭스 사상 최초 3억 누적 시청수를 돌파하면서 영화·시리즈 통틀어 넷플릭스 역대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역사적 수준의 흥행을 기록했다.

단순한 흥행 수치 이상의 문화적 파급력도 나타났다. 작품 제작에 관여한 리퍼블릭 레코드 짐 로포 회장은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18세에서 44세 사이의 시청자층, 그리고 이전에 플랫폼에서 케이팝 콘텐츠를 시청하지 않았던 시청자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루비콘강을 건넌 셈이다. 이건 더 이상 케이팝 현상이라고 부를 수 없다. 이제는 하나의 대중문화 현상이 됐다”라고 이야기했다.그동안 케이팝이 미국 등 서구에서 큰 인기를 모으긴 했지만 특정 팬덤, 커뮤니티만의 하위문화 특성이 있었다. 일반적인 서구인들에게 케이팝은 아직 낯선 문화였다. 하지만 ‘케데헌’을 통해 서구 일반인들도 케이팝을 접하게 됐다. 이래서 케이팝이 하위문화에서 주류문화로 질적 도약을 이뤘다는, 즉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정도의 문화적 파급력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히트한 한 편의 영화로는 불가능하다. ‘케데헌’은 사회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신드롬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놀라운 문화적 파급력이 나타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전반의 브랜드 가치도 동반 상승했다. 최근에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어 ‘라면’이 등재된 것에도 ‘케데헌’의 영향이 클 것이다. ‘라멘’만 알던 서양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라면’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 골든글로브에서 ‘박스오피스 흥행 성과상’은 ‘케데헌’이 아닌 ‘씨너스: 죄인들’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골든글로브가 어떻게 상을 주든, ‘씨너스’는 해마다 몇 편씩 등장하는 일반적 수준의 히트 영화인 반면 ‘케데헌’은 역사적인 대히트작이고 문화적 신드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2025년엔 만화영화가 초강세였다. 미국의 ‘주토피아 2’, 일본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호평을 받으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그렇게 강력한 경쟁작들을 제치고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받은 것에 의미가 크다. 주제가 상도 ‘위키드: 포 굿’ 같은 유명한 작품이 있었지만 ‘케데헌’에게 돌아갔다. 그야말로 당대에 적수가 없는 압도적인 위상이다.

골든글로브는 미국 등 세계 엔터테인먼트 분야 저널리스트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300여 명의 투표로 시상한다. 몇몇 심사위원의 자의적 결정이 아닌, 많은 언론인의 투표라는 점에서 이 시상 결과가 현재의 업계 분위기를 여실히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직전에 ‘케데헌’이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등 2관왕을 차지했던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도 미국과 캐나다의 방송·영화 비평가와 기자 600여명이 참여해 시상자를 결정했다.

이렇게 미국 업계에서 ‘케데헌’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에 다가올 아카데미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예상된다. 이번 골든글로브 수상소감 중에 이재가 “엄마, 사랑해요”라고 했는데 아카데미상 무대에서도 또 다시 한국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그래미상에서도 ‘케데헌’이 5개 부문 후보에 올라있는데 여기서도 수상한다면 주요 대중문화상을 싹쓸이하는 셈이 된다.

뜻하지 않게 해외 자본이 한국 문화로 영화를 만들어 한국을 널리 알리는 형국이다. 한류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한국 문화를 내세운 해외 작품은 더 많아질 전망이다. 해외 자본이 만든 케이팝 그룹 역시 많아질 것이다. 우리의 문화적 역량을 강화해야 케이(K) 문화가 국제화되는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종주국의 위상을 지켜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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