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치아 선수들의 슬픈 조준] “은메달이어서 다행입니다”…금메달 따면 박탈되는 기초수급자격

박종현·최윤호 2026. 1. 13.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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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말고 '은메달' 따서 다행이라 생각들었어요."

뇌병변장애인인 A씨로서는 선수 생활 이외에 돈을 벌 마땅한 수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포상금이 6천만 원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기초수급자에서 누락돼 자칫 의료·주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한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보치아의 전설'인 정호원 선수 역시 이 같은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에서 제외되며 생활고를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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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치아 선수들의 '슬픈 조준'①
기초지원금 재산기준 5천400만원
2024파리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포상금+격려금 간신히 기준 미달
금메달은 정부 포상금만 6천만원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받은 경우 기초수급자격이 즉시 박탈되는 등 부조리가 우려되는 가운데 13일 오후 안산시 안산와동체육관에서 보치아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금메달' 말고 '은메달' 따서 다행이라 생각들었어요."

지난 2024년 파리 패럴림픽 보치아 종목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경기장에 태극기를 올린 국가대표 A씨의 여담이다.

국위선양의 대가로 A씨가 정부로부터 3천500만 원의 포상금과 700만 원의 격려금을 받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명시된 금융재산 기준인 5천400만 원에 '간신히' 미달됐다.

뇌병변장애인인 A씨로서는 선수 생활 이외에 돈을 벌 마땅한 수단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포상금이 6천만 원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기초수급자에서 누락돼 자칫 의료·주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A씨가 기초수급 자격을 유지하며 매월 받는 의료·주거 지원을 금전으로 환산하면 70만~80여만 원 수준. 수급자격을 박탈당했을 경우 급여만으로 의료, 주거 등을 해결해야 했던 A씨 입장에서는 상상만 해도 아찔한 경험이다.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따 국가에 명예를 가져다주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오히려 불안정한 삶이 더 지속될 위험이 있는 셈이다.

A씨는 "앞으로 있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생계가 어려워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국가대표 운동선수인 내가 메달을 따야 할지 고민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며 "이런 제도가 있다면 누가 메달을 따려 하겠느냐. 국가에 명예만 가져다줄 뿐 개인의 삶은 오히려 스스로 더 암울한 미래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받은 경우 기초수급자격이 즉시 박탈되는 등 부조리가 우려되는 가운데 13일 오후 안산시 안산와동체육관에서 보치아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임채운기자

장애인 선수 관계자들 역시 이러한 성과를 낼 시 개인에게 부담이 가해지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아무리 형평성을 위해서라지만 이는 누가 봐도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적어도 국위선양으로 인한 포상금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성장과 의료·주거 지원만큼은 유지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경기 성과보다 생계와 의료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보치아 강국'으로서의 한국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보치아의 전설'인 정호원 선수 역시 이 같은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자에서 제외되며 생활고를 겪은 바 있다.

현재 속초시장애인체육회 보치아팀에 소속돼 있는 정 선수는 본보를 통해 "솔직히 말하자면 당시 금메달을 따고 너무 억울했다"며 "국가를 위해 국위선양을 하고 돌아왔는데 정작 국가에서는 수급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져 마음이 섭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보치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제도적인 문제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역대 패럴림픽에서 한국 보치아 국가대표단이 획득한 메달은 금메달 11개를 비롯해 은메달 8개, 동메달 8개다.

박종현·최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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