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륙 홀린 K뮤지컬 '홍련' 금의환향
장화홍련·바리데기설화 엮어
록 사운드 씻김굿으로 恨풀이
국내 매진에 상하이 진출도

강렬한 록 사운드로 조선 두 여인의 한을 씻겨내리는 창작뮤지컬 '홍련'이 오는 2월 국내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초연 당시 높은 완성도로 입소문이 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간 데다 중국 상하이 진출까지 이뤄낸 작품의 금의환향이다.
뮤지컬 '홍련'은 '장화홍련전'과 '바리데기'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아버지 허씨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홍련은 언니 장화가 죽음에 이르자 결국 아버지를 살해하고 저승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홍련은 아버지와 남동생을 모두 해쳤다는 혐의로 저승신 바리의 재판을 받게 된다. 이야기는 저승 재판정에서 출발해 점차 망자의 한을 풀어내는 하나의 씻김굿 현장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바리와 홍련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남성 중심 사회의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통해 서로의 한을 풀어주고 연대를 모색한다. 작품은 전통 설화 속에서 '효'라는 이름으로 포장돼온 여성의 희생을 다시 묻는다.
'홍련'은 초연 당시 개막 19일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2024년 대학로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7월 30일 개막 이후 10월 20일 폐막까지 흥행세를 이어가며 객석 점유율 99.6%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흥행 성과는 작품성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졌다. '홍련'은 제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400석 미만), 극본상, 연출상, 작곡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고 작품상(400석 미만)을 수상했다.
작품의 흥행 배경으로는 아픔을 나누며 연대를 구축하는 여성 서사가 동시대 관객의 문제의식과 맞아떨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극본을 쓴 배시현 작가는 초연 당시 인터뷰에서 "왜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는 죽은 뒤에야 사또를 찾아가는 서사가 반복되는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가 생전에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비극 이후에야 문제로 인식되는 현실이 전통 설화의 구조와 겹쳐 보였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바리데기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으로 이어졌다. 배 작가는 바리데기를 부모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효의 상징'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끌어안고 함께 아파하는 인물로 재해석했다. 바리데기가 신이 된 이유 역시 공덕의 보상이 아니라 타인의 아픔을 감당해낸 인물이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홍련'에서 가정 학대 피해자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여성이 연대를 구축하는 서사의 토대가 됐다.
서사를 떠받치는 폭발적인 록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 역시 주된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작품은 록과 국악을 결합한 음악을 통해 전통 사회 질서에 갇혀 한을 품은 이들이 해방되는 과정을 표현했다. 일렉기타와 베이스, 드럼, 건반으로 구성된 밴드 세트 위에 거문고를 더해 록의 에너지와 한국적인 선율을 동시에 구현했다. 음악에 맞춰 스탠딩 마이크가 놓여 있는 무대는 90분간 한풀이의 장이자 록 콘서트장으로 기능한다.
씻김굿이라는 독특한 형식 역시 작품의 중요한 특징이다. 씻김굿은 망자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씻어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무속 의식으로, 작품에서는 바리가 홍련에게 이를 행하는 장면으로 구현된다. 극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씻김굿으로 상정하고 넋을 부르는 단계, 음악과 춤으로 넋을 달래며 혼백과 소통하는 단계, 한을 씻고 천도하는 단계로 극을 구성했다.
국내 성과를 바탕으로 '홍련'은 해외 무대에도 올랐다.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단순히 대본과 음악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편곡·연출·안무 등 창작의 핵심 요소까지 한국 오리지널 버전을 그대로 재현하는 '레플리카형'으로 제작됐다. 초연을 맡았던 이준우 연출과 김진 안무감독은 현지 배우들을 직접 지도하며 한국 초연의 완성도를 재현했다. 정식 라이선스 초연은 2025년 10월 23일~11월 9일 중국 상하이의 770석 규모 중극장 상하이공무대에서 총 17회에 걸쳐 진행됐다.
중국 공연 프로듀서 왕쭤원은 "한국에서 '홍련'을 처음 봤을 때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오리지널의 감동을 중국 관객에게도 전하고 싶었다"고 공연 제작 계기를 밝혔다. 앞서 광저우 워크숍을 통해 중국 관객과 만난 바 있는 '홍련'은 가부장적 전통 사회 속에서 희생된 두 여성의 한을 다룬 서사로 같은 동양 문화권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재연은 일부 새로운 캐스트의 합류와 함께 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선보이는 무대가 될 예정이다. 오는 2월 28일부터 5월 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구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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