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유전 ‘지질단백질’…높은 심장마비 위험, 낮출 수 있나?

국내 병원에서는 통상 4종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잰다. 이상지질혈증(고콜레스테롤증) 검사의 기본 항목은 총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등 네 가지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또 다른 중요한 입자인 '지질단백질(a)'은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의학계에서는 이를 '유전적 콜레스테롤'이나 '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한다. 이 지질단백질은 위험성과 특성에 따라 '침묵의 살인자'나 '강력해진 LDL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간에서 만들어지는 이 지질단백질은 LD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LDL 콜레스테롤 입자의 겉면에 '아포지질단백질(a)'이라는 특수한 단백질 꼬리가 하나 더 결합한 게 바로 이 지질단백질이다.
이 추가된 단백질은 혈관 벽에 착 달라붙는다. 일종의 '끈적이는 갈고리'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콜레스테롤보다 혈관 벽에 훨씬 더 잘 달라붙고 피떡(혈전)을 만들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성질이 매우 강하다.
국가검진 사각지대 놓인 한국인 15%… "LDL 수치 더 엄격히 낮춰 상쇄해야"
최근 미국 하버드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질단백질(a) 수치가 참고치(30mg/dL)를 넘어서는 시점부터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단계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수치가 120mg/dL 이상인 고위험군은 수치가 낮은 그룹에 비해 심근경색 등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70~74% 높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건강 상태가 좋은 여성 2만 7748명을 1993년부터 2023년 1월까지 30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의사협회 저널 심장학(JAMA Cardiology)》에 실렸다. 혈중 지질단백질 수치는 90% 이상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일반 콜레스테롤 수치는 섭취하는 음식이나 운동량을 조절하면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이 지질단백질 수치는 생후 2년 이내에 결정돼 평생 거의 변하지 않는다. 즉 사람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유전적 요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평생 단 한 번의 검사'만으로도 자신의 유전적 위험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국가건강검진 기본 항목에는 이 지질단백질 검사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인의 약 10~15%가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은 지질단백질 수치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많은 국민이 지질단백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모든 성인, 평생 한 번 지질단백질 수치 측정 바람직…심장병 예방 치료에 활용 가능"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모든 성인이 평생 한 번은 이 지질단백질 수치를 측정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가족 중 이른 나이에 심장병을 앓은 사례가 있거나, 기존 콜레스테롤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데도 혈관 질환이 재발하는 환자는 반드시 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전적인 지질단백질의 수치 자체를 당장 낮출 수는 없지만,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만으로도 이상지질혈증에 대한 예방 및 치료 전략에 큰 도움이 된다.
지질단백질 수치가 높은 고위험군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나머지 심장병 위험 요인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이다. 유전적 갈고리를 인위적으로 없앨 수 없다면, 혈관에 쌓일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준보다 훨씬 더 낮춰 전체적인 심장병 위험을 상쇄해야 한다. 스타틴 계열의 약물은 이 지질단백질 수치를 직접 낮추지는 못해도, 혈관 장애가 일어날 환경을 원천 봉쇄하는 강력한 방어선 역할을 한다.
다만 약물 복용에 따른 근육통이나 당뇨 수치 상승 등의 부작용은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질단백질 수치가 120mg/dL 이상인 초고위험군은 전문의와 상의해 약물 복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경동맥 초음파 등으로 혈관 벽에 찌꺼기가 쌓여 있는지 확인하고, 혈압과 혈당 등 조절 가능한 모든 지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맞춤형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지질단백질(a) 검사를 평생 한 번은 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일반적인 콜레스테롤은 그날 먹은 음식이나 운동량에 따라 수치가 변하지만, 이 지질단백질은 유전에 의해 결정됩니다. 유아기 때 정해진 수치가 평생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성인이 된 후 단 한 번의 측정만으로도 평생의 유전적 위험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습니다.
Q2. 지질단백질 수치가 높게 나왔는데 약을 꼭 먹어야 하나요?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A2. 수치가 120mg/dL를 넘는 초고위험군은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보다 70% 이상 높습니다. 약물 복용은 이 유전적 수치를 직접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위험 요인을 제거해 큰 사고를 막기 위한 '우회적인 방어선'입니다. 약물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혈관의 실제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복용 여부를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3. 일반 건강검진에는 지질단백질 항목이 없는데 어떻게 검사할 수 있나요?
A3. 국가검진 기본 항목에는 빠져 있으니, 종합검진 때 별도의 옵션을 선택하거나 동네 병의원에서 혈액 검사를 받을 때 해당 항목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해야 합니다. 비용은 비급여 항목으로 몇 만 원 정도이며, 결과지에 적힌 수치가 30mg/dL를 넘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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