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기술로 저가 공세 따돌린다...사우디서 빛난 건설·플랜트 '팀 코리아' 힘

김진욱 2026. 1.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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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자푸라 프로젝트']
한전 등과 수주한 열병합 발전소
송전선 분야도 한국 밸류체인 작동
"국영기업 아람코 등 한국 신뢰 탄탄"
현지 전력수요 발판, 고성장 기대
[GS건설 '파딜리 프로젝트']
아람코 발주 12억 달러 공사 진행
디지털 엔지니어링·플랜트 기술 등
사우디 '비전 2030' 맞춤 역량 빛나
"기술 이전·인재 양성 파트너로 인식"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야경. 게티이미지뱅크

더위가 잠시 숨을 죽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겨울, 한국 건설·플랜트 업체들의 움직임은 더 뜨거웠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에도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양보할 수 없는 품질과 기술력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GS건설은 '비전 2030'을 통해 변화를 꿈꾸는 사우디에서 '팀 코리아'를 앞세워 큰 발자취를 남기고 있다.


두산의 영역, 사우디에 펼친다

지난달 16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프로젝트 현장에 두산에너빌리티가 지은 가스복합발전소 전경. 자푸라=김진욱 기자

지난달 16일 찾은 자푸라 프로젝트 현장. 수도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알 아흐사 지방 가스전 한가운데 자리했다. 한국전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가 해외에서 최초로 수주한 열병합 발전소다. 삼성E&A와 현대엔지니어링이 각각 가스 정제·플랜트 공정을 맡았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이곳에서 가스 복합발전소를 짓고 유틸리티 설비를 공급하는 핵심 발전 설계·조달·시공 일괄계약(EPC) 사업자로 참여 중이다.

자푸라 1단계(페이즈1)는 약 5,400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신성수 두산에너빌리티 현장소장은 "자푸라는 사우디에서 천연가스 매장량이 최대"라며 " 2035년까지 8단계로 사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강태희 수석은 "해외 프로젝트 중 사우디 비중이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사우디는 발전 기자재, 발전 EPC, 해수담수화, 원자력 기자재 등 이 회사의 모든 사업 분야와 관련이 있다. 특히 현지 정부가 비(非)석유산업 육성을 목표로 내세운 '비전 2030' 정책의 영향으로 인프라 확장 관련 프로젝트가 곳곳에서 진행되면서 그 중요성은 더 올라갔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00년대 초 700메가와트(MW) 중유 발전소 4개를 동시에 짓는 라빅 프로젝트로 사우디에 본격 진출했다. 이후 담수·발전 EPC 분야에서 입지를 넓혔다. 최근에는 한전이 개발자로 참여한 루마1, 나이리야1 프로젝트에 중국 산둥전력건설제3공정공사(SEPCO3)와 컨소시엄으로 참여,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동시에 확보했다.

사우디의 선호도도 높아졌다. 강 수석은 사우디 정부가 지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영 석유·가스 기업 아람코나 사우디 전력청 모두 한전과 한국 EPC를 신뢰한다며 "'팀 코리아'가 잘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발전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송·변전 및 전선 분야에 LS, 효성, 대한전선 등 '한국 밸류체인'이 짜여 있다.

사우디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대형 국제 행사 등으로 전력 수요가 매우 빠르게 늘고 있다. 강 수석은 "발전소 건설 발주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닌 기술력이 현지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세계 대용량 스팀터빈 시장은 중국 업체를 빼면 사실상 두산과 독일 지멘스가 양분하고 있으며, 가스터빈 분야도 북미 진출 이후 사우디 공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신 소장은 "지금은 GE 터빈을 쓰지만 곧 두산 스코다 터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건설, 'K기술' 선보인다

지난해 12월 22일 방문한 사우디 파딜리 현장에 GS건설이 시공 중인 황회수설비 공사가 한창이다. 파딜리=김진욱 기자

사우디 동부 항구도시 주베일에서 약 80km 떨어진 파딜리의 또 다른 현장. GS건설은 이곳에서 아람코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프로그램 패키지 2' 황회수유닛(SRU) 공사를 진행 중이다. 2024년 4월 첫 삽을 떴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12억 달러 규모 작업이다.

지난달 22일 찾은 현장은 토목 작업이 70% 정도 진행됐고 SRU 설치를 위한 철골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우희 컨스트럭션 매니저는 "철골 구조물 15개를 조립 중이며 3개를 마쳤다"며 "지하 파이프 매설에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파딜리 패키지 2는 삼성E&A가 진행하는 패키지 1에서 가스를 받아와 가동해야 하는 만큼 한국 업체들의 협력도 도드라진다. 이 매니저는 "GS건설과 삼성E&A가 계속 소통하고 토론하고 있다"며 "같은 한국 업체라 서로 잘 되기를 응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GS건설에도 사우디는 희망의 땅이다. 이상학 사우디 지사장은 "사우디는 물량이 충분하고 계약 조건이 합리적"이라며 "핵심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회사 플랜트 본부의 주요 해외 현장은 모두 사우디에 있다. GS건설은 1978년 다란 공군기지 건설을 통해 현지에 첫발을 내디뎠고 건축과 플랜트 분야는 물론 발전, 송변전, 개발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이 회사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요충지로 삼으며 중동·북아프리카 등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사우디는 다른 중동 국가보다 발주 규모가 크고 발주처의 기술 수준이 높다. 다만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는 한국 업체의 신뢰도가 높지만 가스·업스트림 분야에서는 중국·인도 EPC 업체와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사우디 플랜트 시장이 앞으로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또 현지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현지 파트너와 신뢰를 쌓고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해서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사우디의 비전 2030과 맞물려 고도화된 플랜트 기술, 공정 최적화, 디지털 엔지니어링, 안전·품질 관리 역량 등은 K기술의 강점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 기업을 단순 시공을 넘어 장기 운영 안정성, 기술 이전, 현지 인력 양성까지 함께 제안하는 파트너로 삼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전했다.

자푸라·파딜리=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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