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수사범위·이름 바꾼 특수부’…베일 벗은 중수청·공소청 ‘논란’

백인성 2026. 1. 1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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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청법안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기자 간담회 사진


1948년 이후 유지됐던 검찰청(공소청) 검사의 범죄 수사 권한이 오는 10월부터 사라집니다. 개청 78년 만에 해체되는 검찰 업무 중 중대 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기소와 재판은 공소청이 각각 담당하게 됩니다.

정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소청 및 중수청 법안을 공개하고 오는 26일까지 입법 예고했습니다.

■ 중대범죄수사청 수사 범위 '늘렸다가 줄였다' 가능

공개된 중수청 법에 따르면, 중수청은 행안부 산하에 설치됩니다. 9대 중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 사업·대형 참사·마약·국가보호(내란·외환)·사이버)를 수사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추진단은 대통령령을 통해 고액 경제범죄, 기술 유출, 국제 마약밀수, 대규모 해킹 범죄 등 중대범죄의 죄명 등을 특정할 예정입니다.


다만 수사기관의 수사 범위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핵심 사항임에도 수사 가능한 범죄 종류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건 헌법상 포괄 위임 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행정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수사 대상이 무한히 확장될 위험이 있고, 정치적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서는 특정 유형의 범죄를 중수청 수사 대상에 포함·제외하는 방식으로 악용할 수 있단 우려입니다.


또 중수청은 공소청 또는 수사기관 소속 공무원 범죄, 개별 법령에 따라 중수청에 고발된 사건도 수사할 수 있습니다.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어 사실상의 수사 우선권도 가집니다.

다만 다른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사건을 이첩하지 않을 수 있어, 이 정당한 사유를 누가 판단하거나 조정할지 규정이 없어 수사기관 사이에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도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중수청 인적 구성은 법리 판단 등 사실상 검사 역할을 할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됩니다.

수사사법관은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이고, 전문수사관은 1~9급 방식으로 운영하되 전문수사관도 5급 이상은 수사사법관으로 전직할 수 있고 고위직에 제한 없이 임용되도록 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검찰의 특수 수사 부서가 중수청으로 이름만 바꿔 단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은 "중수청에도 검사가 있는 거다. 검사를 검사라고 안 부르고 사법관이라고 부르는 것뿐"이라며 "지금 이게 수사와 기소를 분리했다는 거라면 난 (국민을) 속이는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검사와 수사관이 팀을 이루어 수사를 진행하던 방식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기존 검찰 인지수사에서 발생했던 문제점은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공소청법안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기자 간담회 사진


또 중수청에 대한 통제 방안에 대해 추진단은 중수처법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규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 사무에 대해서만 일반적인 지휘·감독을 할 수 있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을 지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 공소청 검사 수사 못 해…하지만 특사경은 지휘 가능?

공소청은 법무부 산하에 설치됩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수사 기소 분리 원칙에 따라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무 1호였던 범죄 수사와 수사 개시 부분을 삭제하고,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공소청 검사의 직무 1호로 명시했습니다.

1948년 8월 처음 시행된 검찰청법부터 지금까지 유지됐던 검사의 수사 및 공소 유지 권한 중 수사권을 폐지하는 겁니다.

다만 검사가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추가 혐의를 발견하더라도 직접 보완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점, 이를 수사기관에 다시 요청해야 해 재판 지연 및 기관 간 책임 전가 문제는 감수해야 할 부분입니다.

공소청 검사 직무에 대한 통제는 강화됩니다. 추진단은 주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외부 위원이 심의하는 사건심의위원회를 고등공소청마다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공소청법안 및 중대범죄수사청법안 입법예고 기자 간담회 사진


검사 적격심사에 참여하는 외부 위원 비중도 커집니다.

현재 법무부 장관이 지명하는 검사 및 위촉 위원은 각각 4명과 2명인데 이를 절반씩 줄이기로 했습니다. 또한 불기소 사건에 대한 이의 절차인 항고 및 재항고, 재정신청 인용률, 무죄 판결률 등이 검사 근무 성적 평정기준에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공소청법에 명시하기로 했습니다.

검사가 정치에 관여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신설될 예정입니다.

다만 무죄 판결률 등을 평정에 직접 반영하는 것은 검사로 하여금 유죄 입증이 확실한 사건만 기소하고, 난도가 높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건은 기소를 회피하게 만들 수 있단 우려도 있습니다.

공소청 검사가 수사기관에 무리한 증거 보강을 요구하거나 이른바 '안전한' 사건만 수사하도록 압박할 우려도 있단 겁니다.


다만 검사를 제외한 검찰청 소속 공무원을 모두 공소청 또는 중수청 소속 공무원으로 본다는 부칙을 신설했는데, 공무원의 신분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소속 기관 변경 절차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위임하는 것이 신분보장 원칙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또 이관 과정에서 부칙에 법 시행 당시 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 이송하도록 하면서도, 단서에서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에 따라 공소청이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사건'이 무엇인지 모호하고, 계속 수사 대상 사건의 기준 및 절차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특히 근로감독관이나 세무공무원 등 특별사법경찰은 현재 검사의 지휘를 받고 있는데, 공소청법안은 공소청 검사가 이 수사 지휘를 이어받도록 했습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공소청 검사의 수사 권한이 삭제됐음에도 수사 지휘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소 의아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스스로 수사할 권한이 없는 기관이 다른 기관의 수사를 '지휘·감독'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 아니냔 겁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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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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