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까지 6개월, 상수를 변수로 만들고 있는 해외파 [초점]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사실 지난해 11월 A매치까지해서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 최종명단 26인의 대부분은 정리가 됐을 것이다.
20년 넘게 지속되던 월드컵을 앞둔 해, 동계 전지훈련을 하던 전통을 깬 홍 감독은 그만큼 이제 새로운 선수를 뽑기보다는 기존 선수들 중 월드컵을 앞두고 가장 컨디션을 뽑는다는 기조를 가져갈 것이었기 때문.
5월 대표팀 소집까지 남은건 고작 3월말 열릴 A매치 2경기뿐이기에 이런 가정은 설득력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춘추제인 K리거와 아시아리거들이 새시즌을 준비하는동안 한창 시즌중인 추춘제 리그의 해외파들이 변수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이 해외파 중에서는 아예 홍명보 감독이 생각도 하지 않던 선수들의 활약까지 있는 상황.
홍명보 감독이 어느정도 상수로 정해놓은 월드컵 명단에 해외파들은 뛰어난 컨디션을 통해 변수를 만들려 하고 있다.

▶윙백 전환 후 변수된 양현준
스코틀랜드 셀틱의 양현준은 2023년부터 오현규, 권혁규와 함께 '셀틱 3인방'으로 활약하다 홀로 셀틱에 남아있다. 그러나 셀틱에서 윙으로써 교체자원에 그치며 오히려 강원FC에서 뛸때가 더 핫하고 주목받는 상황으로 점점 잊혀졌다.
하지만 최근 양현준은 물이 올랐다. 기존 윙어가 아닌 윙백으로 포지션 변경을 해 최근 4경기 3골을 넣은건 물론 스코틀랜드 최고 라이벌인 레인저스전에서도 득점을 기록했다. 오히려 윙백으로 포지션 변경 후 맞는 옷을 입고 뛰는 듯 더 활발하고 공격적인 움직임이다. 후방에서 달리며 침투하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이 차라리 위에 있을때보다 밑에서 올라가며 만드는 움직임에 더 효과를 본 것이다.
이렇게 양현준이 떠오른다는건 축구 대표팀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양현준은 지난해 3월과 6월 대표팀 소집에 뽑히긴 했지만 이후 본격적인 월드컵 모드로 바뀐 2025년 후반기에는 A매치에 뛰지 못했다.
그러나 양현준이 윙백으로써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건 설영우-이태석-이명재-김문환으로 굳혀지는듯했던 양쪽 윙백 경쟁에 변수가 된다. 냉정하게 설영우-이태석-이명재-김문환은 모두가 비슷한 출전기회와 입지로 누가 확고한 주전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
그렇다고 이들을 제외한 다른 경쟁자가 있지도 않아 자신들끼리 주전경쟁을 하면 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양현준이 등장하면서 상수로 굳혀지는듯했던 윙백 경쟁에 완전히 새로운 변수가 더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英 2부 유망주들의 성장세
현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2부리그인 잉글랜드 챔피언십에는 한국 선수들이 꽤 있다. 그 중 유망주인 양민혁과 배준호, 이제 유망주라고 보긴 힘든 엄지성은 계속해서 홍명보 감독의 레이더망에는 있지만 그렇다고 월드컵 명단에 든다고 보기도 힘든 애매한 위치에 있었다.
이 선수들은 가끔 한번 불려가 교체로 뛰는게 전부였던 대표팀 내 입지와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이재성 같은 선수들도 돌아가며 선발로 나와야할정도로 2선이 풍부한 대표팀 상황에서 확고하게 홍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소속팀 활약을 통해 변수를 만들고 있다. 엄지성은 12일 드디어 리그 첫 골을 신고했는데 풀타임은 아니지만 스완지 시티에서 꾸준히 출전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양민혁은 2부 하위권이던 포츠머스를 떠나 1위팀인 코번트리 시티로 이적했다. 약팀에서 강팀으로 이적했으니 출전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곧바로 72분을 소화하는 등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중용할 가능성을 보였다. 해외에 진출한 모든 선수 중 최고 재능으로 여겨지는 양민혁은 아직도 19세의 어린 나이이기에 그 성장세는 무궁무진하다. 6개월 후 그가 어느 레벨에 올라와있을지 가늠키 힘들고 홍 감독 역시 이에 기대를 걸 수 있다.
어느덧 23세 생일이 앞에 다가온 스토크 시티의 배준호는 첫 시즌의 놀라움을 뒤로하고 정체기를 겪는 듯 했지만 올시즌 다시 성장하는 모양새다. 새해 리그 2경기에서 연속해서 풀타임을 뛰며 맹활약해 양민혁-엄지성보다 홍명보호 내에서의 입지는 조금 더 나아보이는 상황에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잊힌 정우영, 설마 김민수
독일 우니온 베를린에서 뛰는 정우영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때 이강인 등 어떤 선수보다 일등 주역으로 맹활약했고 2024 아시안컵에서도 대부분의 경기에 나오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2024년 3월을 끝으로 2년여간 대표팀에 소집되지 못할 정도로 멀어졌다. 독일에서 주전 경쟁에 힘들어하며 힘든 시간을 보냈고 그렇게 잊힌 선수가 됐다.
그러나 11일 이재성의 마인츠05와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교체로 들어가 리그 첫 골을 넣으며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원래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등 쟁쟁한 한국 윙어 경쟁에서 그래도 일순위 백업급 선수로 여겨졌지만 많이 밀린 정우영이 월드컵에 가기 위해서는 이런 활약이 꾸준해야만 한다. 기존 대표팀 경험도 있는 선수이기에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깜짝 월드컵 발탁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스페인 2부리그인 라리가2 지로나의 김민수는 축구 팬들이 아니고서는 익숙치 않은 이름이다. FC 안도라에서 뛰며 곧 20세 생일을 맞이하는 김민수는 왼쪽 윙으로 스페인 2부에서 올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하고 있다. 21경기 5골 3도움으로 안도라 공격진에서 가장 뛰어난 평점(풋몹 기준)을 받고 있으며 중위권인 팀내 최다득점자이기도 하다.
이제 스무살이 되는 선수가 스페인이라는 한국 선수들이 익숙치 않은 무대에서 팀내 최다득점자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2부리그라도 주목할만하다. 배준호, 양민혁 등도 결국 잉글랜드 2부에서 활약인데 단지 K리그에서 뛰었다는 경험이 있다는 것만으로 주목을 받는다면 김민수는 K리그 경험없이도 이런 활약인건 더 관심을 끈다.
물론 그의 포지션이 윙어로 가뜩이나 많은 2선 포지션이라는 점, 아예 대표팀 경험도 없고 홍명보 감독도 어떤 언급도 한적이 없는 선수이기에 깜짝 발탁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분명 이름을 외우고 있을만한 선수임은 틀림없다.

홍명보 감독은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월드컵 시즌에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뽑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축구가 있고 선수풀이 있기에 이는 그 선수풀 안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말로 이해하는게 당연하다. 고작 3월 A매치 한번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선수를 뽑는다는건 쉽지 않기 때문.
상수가 정해져있는듯했던 축구 대표팀에 변수가 되려는 새로운 해외파 선수들은 과연 6개월 후 월드컵에서 멕시코에 있을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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