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곳에서] 온화한 햇살 아래서 여유와 낭만을 찾다 | 전원생활

김민선 기자 2026. 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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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쇼도시마

이 기사는 전원의 꿈 일구는 생활정보지 월간 ‘전원생활’ 1월호 기사입니다.

행복의 조건은 거창하지 않다. 마음의 긴장을 풀 여유를 갖고, 잊고 지낸 낭만을 소환해 소소한 기쁨을 누린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자연과 사람의 온기가 어우러진 올리브 섬, 일본 쇼도시마에서 여유와 낭만을 잔뜩 챙겨왔다.
‘24개의 눈동자 영화 마을’에 있는 초등학교 촬영 세트장.
‘작은 콩의 섬’. 일본 쇼도시마의 이름에 담긴 뜻이다. 섬의 형태는 콩을 닮았지만, 작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쇼도시마의 면적은 153㎢(1만 5300㏊)로, 일본 세토 내해에서 아와지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섬이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기준 주민 1만 2000여 명이 이 섬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리브의 섬’으로 불리는 쇼도시마는 이름 그대로 일본 최초의 올리브 재배지다. 그러다 보니 올리브를 활용한 오일·요리는 자연스레 섬의 관광자원이 됐다. 쇼도시마가 처음부터 올리브로 유명한 것은 아니었다.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 쇼도시마의 중심은 소금이었다. 어업과 조선업 또한 이루어졌지만, 해적의 거점이 되는 등 풍파를 겪었다. 그 이후에는 과잉 생산되는 소금에 대한 해결책으로 간장과 소면을 제조하며 활로를 찾으려 노력했다.

그러다 1908년, 섬은 올리브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일본은 쇼도시마를 비롯한 세 지역에서 올리브 시험 재배를 했는데, 열매를 안정적으로 맺은 곳이 쇼도시마뿐이었다. 이에 올리브 재배를 본격화했고, 현재는 올리브 섬으로 자리 잡았다.

올리브뿐만 아니라 푸른 바다와 이국적인 건물, 사계절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지는 쇼도시마. 전통 간장 양조장과 ‘세토우치 국제예술제’ 속 작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한 쇼도시마로 여유와 낭만을 챙기러 떠나본다.

올리브 잎 사이로 보이는 쇼도시마의 일상.
평화롭고 따사로운 낭만의 섬으로
이른 아침, 여유롭게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수속을 밟고 2시간가량 비행기로 이동해 일본 다카마쓰 공항에 이른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승차권 발매기에서 목적지를 확인하고 표를 구매한다. 밖으로 나가니 기다렸다는 듯이 버스가 도착해 있다.짐을 싣고 버스에 오른다.

약 50분 뒤, 여러 척의 배가 바삐 움직이는 항구에 닿는다. 항구의 페리 터미널 내부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히 움직인다. 다카마쓰 항에서 쇼도시마까지는 페리로 약 21㎞. 섬까지 35분 만에 도착하는 고속선도 있지만,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여행하기 위해 60분 정도 소요되는 페리를 타기로 한다.

쇼도시마를 오가는 페리는 보통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정도까지 수시로 운항한다. 쇼도시마의 토노쇼 항으로 가는 표를 발권하고, 들뜬 마음으로 페리에 오른다. 출발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다. 간식을 꺼내 먹는 사람, 창밖 풍경에 시선을 둔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을 태운 페리에서 차분한 분위기가 흐른다. 거센 물살을 가르며 페리는 곧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흐렸던 하늘은 서서히 맑아지고, 따뜻한 햇살이 바다 위로 내려앉기 시작한다.

올리브 공원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크고 작은 건물, 하얀 풍차가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올리브향 따라 걷는 여유
오후 2시에야 쇼도시마의 땅을 밟는다. 연평균 기온 15℃ 안팎의 온화한 날씨라더니, 겨울에도 날씨가 포근하다. 항구 근처에는 예술제가 열리는 섬답게 예술 작품이 설치돼 있다. 월계관 모양의 이 조형물은 한국 최정화 작가의 ‘태양의 선물’이다. 금빛 올리브잎마다 섬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소망을 적은 메시지가 보인다. 차에 올라 다음 목적지인 ‘올리브 공원’으로 향한다. 토노쇼 항에서 올리브 공원까지는 차로 약 20분 소요된다.
올리브 공원의 올리브나무들.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나무 아래를 거닐면 자연스레 마음이 평온해진다.

세토 내해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올리브 공원에는 올리브나무 2000여 그루와 허브 130여 종이 자라고 있다. 기념관 내부에 들어서자 올리브의 역사와 산업을 소개하는 갤러리와 올리브·허브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 지중해 요리를 선보이는 레스토랑 ‘올리바즈’가 모여 있다.

마침 한쪽 벽에 줄지어 놓인 빗자루가 눈길을 끈다. 올리브 공원은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실사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해 많은 사람이 마녀 ‘키키’처럼 빗자루를 타고 사진을 찍는다.

“빗자루를 무료로 빌릴 수 있으니, 풍차와 함께 기념사진을 남겨보세요.”

직원이 기자에게 빗자루를 건네며 말한다. 빗자루를 들고 올리브밭을 지나 풍차가 있는 언덕으로 향한다.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는 올리브나무, 하얀 풍차와 푸른 바다, 맑은 하늘이 지중해를 연상시킨다. “하나, 둘, 셋!” 신호에 맞춰 빗자루를 타고 뛰어오르는 순간, 아이와 어른 모두 동심에 빠진 듯 행복해 보인다.

공원을 천천히 산책할 시간이다. 올리브 수확으로 분주한 작업자들을 지나 각기 잎이 다른 올리브나무를 살펴보고, 동화 속에 등장할 법한 신비로운 문과 책 조형물, 올리브색 우체통 앞에 멈춰본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세트장이자 잡화 가게 ‘코리코’, 현대미술 작품 전시 공간 ‘모카 올리브’를 구경하는 사람도 꽤 많다. 걷는 내내 올리브나무는 배경처럼 늘어서 있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하트 모양의 올리브잎을 찾아 직원에게 보여주면 책갈피를 만들어준다고 한다.

오후 4시 30분, 해가 기울기 시작한다. 풍차가 보이는 언덕에서 주황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바다를 바라보니, 잊고 있던 낭만이 조용히 마음에 드리운다.

시간과 수고가 더해진 간장
쇼도시마의 전통 간장을 만나러 가는 참이다. 400년이 넘는 간장의 역사가 깃든 쇼도시마는 전성기 때는 간장 양조장이 400곳에 이를 정도로 많았지만 현재는 10~20곳으로 줄었단다.그러나 일본 내 전통 양조장이 사라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쇼도시마의 양조장은 적은 편이 아니라고. 
전통 간장 양조장 ‘야마로쿠 쇼유’의 발효 공간. 나무통에 발이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러 전통 간장 양조장 중 산기슭에 자리한 ‘야마로쿠 쇼유’로 가본다. 이곳은 최소 150년 전부터 대를 이어 전통 방식으로 간장을 만들어왔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주인장 야마모토 야스오 씨의 안내를 따라 들어선 건물 내부의 발효 공간은 비밀 창고를 연상케 한다.

문을 여는 순간, 진한 간장향이 풍겨온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이 공간에는 거대한 나무통들이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간장은 보통 2·4년으로 나눠 숙성되며, 나무통 하나에서 약 4000ℓ의 간장이 만들어진다.

“삼나무로 만든 나무통 표면에는 간장의 맛을 완성하는 소중한 미생물들이 살아 있어요. 유산균이나 효모균 같은 미생물들이 공존하는 이 환경이 간장의 깊은 맛을 만들어내죠.”

여기에 쇼도시마의 따뜻한 바람이 더해지며, 미생물 발효의 조건이 충족된다. 나무통 양조는 온도 관리가 까다로워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쇼도시마 전통 간장의 명맥을 이어가며, 깊은 맛의 간장을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싶어서다.

견학을 마친 뒤에는 양조장의 간장을 시음하고 간장 아이스크림도 맛본다. 아이스크림 위에 간장을 한 방울 떨어뜨리자, 짭짤함과 고소함, 달콤함이 잘 어울린다. 시간을 들여 완성되는 나무통 속 발효처럼, 쇼도시마의 간장에는 섬의 느린 호흡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협곡에서 낭만을 줍다
간카케이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기암괴석과 자생식물은 물론 마을 전경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다음 날, 쇼도시마의 풍경을 한눈에 담기 위해 ‘간카케이’로 향한다. 섬의 최고봉 호시가죠산과 시호자시 사이에 자리한 협곡이다. 약 1300만 년 전 화산활동으로 생긴 바위들이 지각변동과 풍화·침식을 거쳐 만들어낸 장관이다.

정상에 오르는 방법은 등산, 차량 이동, 케이블카 탑승이 있다. 케이블카에 탑승한다. 크고 작은 기암괴석과 그 사이에 뿌리내린 나무와 꽃들에 시선을 빼앗긴다. 5분, 찰나의 시간에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 있는 전망대 3곳 중 특히 시보초 전망대는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하늘과 맞닿은 기암괴석과 절벽,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협곡이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간카케이 직원 미우라 타카히로 씨는 “화가·시인 등 예술가들도 이곳을 많이 다녀간다”고 설명한다. 신비롭고 고요한 이 협곡에서는 자연스레 무수한 영감이 차오를 것 같다.

간카케이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던 중, 쇼도시마를 떠날 시간이라는 알람이 울린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토노쇼 항 근처의 국수 전문점 ‘긴시로’에서 올리브소면과 올리브사이다를 맛보며 섬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채운다.

해가 기울 때까지 올리브나무 밑에 머물던 순간, 나무통 속에서 천천히 익어가던 간장의 시간, 수천만 년의 세월이 켜켜이 쌓인 간카케이의 풍경이 떠오른다. 여유와 낭만을 충만하게 채워준 쇼도시마.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섬이 준 여운은 쉽게 잊지 못할 듯하다.

천년 올리브 테라스
천 년 된 올리브나무를 중심으로 올리브의 생명력과 푸른 자연 속에서 심신을 가다듬는 웰니스 가든이다. 2023년 문을 연 이곳을 유우 형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천 년의 세월을 간직한 올리브나무와 바다를 마주하고, 올리브 제품을 둘러볼 수 있다. 올리브와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숙박 공간 ‘The STAY’도 주목할 만하다. 올해는 올리브잎을 사용한 허브 스팀 사우나와 명상실이 딸린 객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24개의 눈동자 영화 마을
쇼와 시대(1926~1989년)의 풍경을 재현한 영화 <24개의 눈동자>의 촬영 세트장이다. <24개의 눈동자>는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츠보이 사카에가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쓴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밭과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목조 건물로 이루어진 학교와 어부의 집이 늘어선 거리를 거닐면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갤러리 쇼치쿠자에서는 1일 3회 <24개의 눈동자>  영화가 상영된다.
엔젤로드
조수의 간만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 모랫길은 만조 때는 바다에 잠겼다가 간조가 되면 숨겨진 길이 드러난다. 네 개의 섬을 잇는 길이지만, 안전상 엔젤로드 건너편 섬까지만 갈 수 있다. 이곳은 소중한 사람과 손을 잡고 건너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연인과 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약속의 언덕 전망대’에 오르면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바닷길과 섬들의 모습을 조망할 수 있다.
쇼도시마 교통편 Tip
쇼도시마 여행은 보통 당일치기나 1박 2일간 이루어진다. 쇼도시마 관광객의 주요 이동 수단은 올리브 버스, 자전거, 렌터카 등이다. 올리브 버스 승차권은 각 항구, 페리 등에서 구매 가능하다. 자전거는 공유 자전거 애플리케이션(앱) ‘헬로 사이클링’을 이용하면 된다. 렌터카는 토노쇼 항 근처에서 빌리거나 다카마쓰 공항에서 렌트해 페리에 싣고 가는 방법이 있다.

김민선 기자 |   사진 전승 기자 | 취재 협찬 일본정부관광국(JNTO) 취재 협조 카가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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