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전 시인 백석도 소개한 제임스 조이스… 소설 ‘율리시스’ 속 ‘16’의 의미는?
1941년 1월 13일 59세

아일랜드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1882~1941)의 대표작 ‘율리시스’는 하루에 일어나는 일을 담았다. 오전 8시부터 이튿날 새벽 2시 30분까지 18시간 30분간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셋이다. 38세 신문 광고 모집인 리오폴드 블룸, 그의 아내 몰리, 22세 젊은 지식인 스티븐 디덜러스. 주인공 블룸은 아내 몰리가 다른 남자와 관계하는 걸 알지만 모르는 체한다. 디덜러스는 더블린 인근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임시 교사로 지적이지만 우울하고 냉소적인 인물이다.

제임스 조이스는 식민지 조선에도 알려졌다. 일본 와세다대 영문과 출신 정인섭은 1930년 조선일보 ‘세계 현 문단의 주조(主潮)와 파동(波動)’ 시리즈 기사로 조이스를 소개했다.
“애란(愛蘭·아일랜드) 소설단의 거성 제임쓰·조이쓰는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적 심리 해부로 유명한 공적을 지니고 있다. 그는 애란 문학 부흥 운동에도 참가하지 않고 고독하게도 자기의 예술경(藝術境)을 완성시킨 사람이다. 그가 애란인의 특유한 상상력으로 하야 인간의 무의식-잠재의식-의 동력을 세밀하게 묘사하였다.”(1930년 8월 22일 석간 4면)
조이스 소설 ‘율리시즈’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했다.
“대전후 파리에서 나타난 ‘유리씨-즈’는 그로 하여금 세계의 대작가를 맨든 현대의 경이(驚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성욕 묘사가 너무나 노골적인 까닭에 영국에서는 출판을 할 수가 없었든 것이요 이것은 약 이십시간 동안의 사건을 취급하였는데 그 양(量)은 사륙판으로 칠백여 엽(頁·페이지)이나 되는 거작(巨作)이다.”(1930년 8월 22일 석간 4면)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관심은 식민지 시기 지속됐다. 시집 ‘사슴’을 낸 시인이자 조선일보 기자인 백석은 1934년 제임스 조이스에 대한 최신 외국 논문을 번역해 연재했다. 러시아 마르크시스트 문학자 D.S. 밀스키가 쓴 논문 ‘조이스와 아일랜드 문학’을 데이비드 킨케드가 영어로 번역해 1934년 4월 발행한 미국 잡지 ‘뉴 매시즈(The New Masses)’에 실은 글이다.
평북 정주 출신인 백석은 일본 아오야마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백석은 밀스키 논문을 중역(重譯)으로 싣는 이유에 대해 전문(前文)을 썼다.
“이 논문은 최근 ‘뉴-매씨스’ 지상(誌上)에 데이비드·킨케드의 역(譯)으로 실린 것이다. 그의 인물 평가와 죠이쓰를 산출(產出)하기에 이른 애란문학(愛蘭文學)의 생성에 대한 새로운 각도로의 고찰이다. 죠이쓰와 그의 ‘의식의 흐름’의 문학에 대한 논구의 한 방면은 여기에도 있다. 이 한 방면을 뵈이는 것이 중역(重譯)의 목적이다.”(1934년 8월 10일자 6면)

‘율리시스(Ulysses)’는 고대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의 영어 이름이다. 1922년 파리에서 출간했지만 소설 배경은 1904년 6월 16일 더블린이다. 오디세우스가 오랜 여행 끝에 고향으로 돌아오듯 주인공 블룸은 6월 16일 현대의 도시를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온다. 더블린에선 매년 6월 16일 율리시스 주인공의 행로를 좇는 ‘블룸 데이’ 행사를 연다.
‘율리시스’의 숫자 ‘16’에 주목한 연구도 있다. 6월 16일은 제임스 조이스가 아내 노라 바너클과 첫 데이트를 한 날이다. 또한 소설에서 주인공 블룸과 디덜러스의 나이 차이가 16년이고, 블룸은 부정을 저지르는 아내와 16년째 결혼 생활 중이다.
“이렇듯 16이란 숫자는 ‘율리시즈’의 구성 이해와 조이스의 내적 생활에 깊고 중요한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략) 몰리의 왕성한 관능욕은 정부(情夫)와의 비정상적 관계에서 탈출구를 찾지만 그녀는 남편 블룸의 사랑이 변함 없음을 알고 그의 곁을 떠나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니까 16일인 이날 몰리는 다시 블룸의 정숙한 아내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조이스가 사랑을 동기로 ‘율리시즈’의 날짜를 정한 수자는 ‘차이(연령 차이, 부부 생활의 불행)의 수자’가 아니라 ‘사랑과 화해의 숫자’로 바뀌고 있다.”(1973년 2월 2일 자 5면)

제임스 조이스 작품은 한글로도 읽을 수 있다. 고(故) 김종건 고려대 교수 덕분이다. 김 교수는 평생 조이스 소설을 연구하고 번역했다. 1968년 ‘율리시스’ 초역본에 이어 2016년 제4개역판을 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1939년 작 ‘피네간의 경야(Finnegans Wake)’를 2002년 번역 출간하고 10년 후 다시 개역판을 냈다. 피네간은 소설에서 죽은 벽돌공의 이름이다. ‘끝(fin)’이면서 ‘다시 처음(again)’ 등 다의적 의미를 담았다. 경야(經夜)는 장례 후 지인들이 밤을 새워 망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을 말한다.
김 교수 주도로 1979년 창립한 한국제임스조이스학회는 지금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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