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티키타카인가, 티격태격인가… 사이판서 더 죽이 잘맞는 원태인·문동주

원태인과 문동주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브로맨스’ 관계다. 시즌 중 삼성과 한화가 맞대결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둘이 붙어있는 광경이 포착된다. 둘은 지금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나란히 발탁돼 사이판 캠프에서 땀 흘리고 있다.
사이판에서 원태인, 문동주는 캐치볼 파트너다. 페이스가 비슷해 던지는 거리가 서로 잘 맞는다. 캐치볼이 끝나도 좀처럼 떨어지질 않는다. 한국에서 그랬듯 문동주가 원태인을 계속 따라다닌다.
원태인은 “힘들어 죽겠다. 쟤(문동주)때문에”라고 웃었다. “‘하필’ 던지는 거리도 같아서 캐치볼 파트너까지 됐다”고 했다. 원태인은 “캐치볼 하면서도 계속 공이 어땠느냐고 물어본다. 나보다 더 좋은 투수인데 자꾸 물어봐서 부담스럽다”고 한숨 쉬었다.
같은 국대 유니폼 입고
캐치볼 파트너로 묶이며
사이판 캠프서 더 끈끈해져
서로 ‘귀찮다’ 하소연 하지만
티격태격 말투엔 애정 듬뿍
그렇게 계속 물어보면서도 정작 질문을 하면 시원한 대답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시속 160㎞를 던지는 비결을 물었더니 ‘세게 던지니까 공도 빠르게 간다’는 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원태인은 “나한테 좋은 거 다 빼먹고 자기 건 안 준다. 그냥 세게 던지니까 공이 빠르다고 하더라. 세게 던지기는 나도 세게 던진다”고 다시 웃었다.
선배의 하소연에 문동주가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니다”라며 열심히 항변했다. 그러면 어떻게 답을 해줬냐고 물었더니 “‘형, 저도 죽을힘을 다해서 던져요’라고 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더니 “어떻게 보니까 그냥 똑같은 말인 것 같다. (원)태인이 형 말이 맞기는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겸손하게 잘 풀어서 얘기하려고 한 건데 확 잡히는 포인트가 없으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거 같다”고 웃었다.
문동주는 “제가 귀찮게 하는 게 맞다. 너무 귀찮게 하니까 태인이 형 입장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항변했다. 문동주는 “태인이 형이 저한테 좀 질려 하기도 하고 ‘이제 좀 가라’고도 하지만, 막상 제가 없으면 또 그런 사람도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태인이 형을 너무 좋아해서 그렇다. 태인이 형이라서 더 편하게, 계속 다가갈 수 있는 거다”라고 했다.
문동주가 원태인을 계속 귀찮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주 단순한 이유. 원태인이 야구를 너무 잘하기 때문이다. 사이판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새삼 느꼈다. 문동주는 “태인이 형하고 캐치볼 하면서 ‘내가 공을 정말 이상하게 던지고 있구나’하는 걸 많이 느낀다. 형은 정말 일정하게 던진다. 페이스까지 지금 비슷해서 ‘내가 아직 몸이 다 안 올라와서 그렇다’는 핑계도 못 대겠다”고 했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두 사람은 대표팀 마운드 핵심 자원이다. 국내 최고 우완 선발들로 기대치가 대단히 크다. 지난해 11월 일본·체코와 4차례 평가전에서도 류지현 감독은 둘을 선보이지 않았다. 피로가 많이 쌓이기도 했고, 본대회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했다.
원태인은 “1200만 관중으로 사랑해주신 만큼 보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담도 엄청나게 되지만, 한편으론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FA를 앞둔 시즌이기도 하지만 잠깐 제쳐두고, WBC 하나만을 위해서 모든 걸 다 맞추고 열심히 하겠다”면서 “박수받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는 대회로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이판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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