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추리… 어떤 글 쓰든지 내 근간은 인간이란 무엇인지 묻는 것”

황지윤 기자 2026. 1. 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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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 작가 요시다 슈이치
1200만명을 동원한 영화 '국보'의 원작자 소설가 요시다 슈이치/ⓒRie Odawara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을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탐색하는 행위. 그것이 바로 소설을 쓰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대표 작가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58)의 장편소설 ‘죄, 만 년을 사랑하다’(은행나무)가 지난해 말 국내에 번역·출간됐다. 지난해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군 영화 ‘국보’의 원작자다. 일본 현지에서 1200만 관객을 넘겼고, 역대 일본 실사 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국보’(하빌리스)가 번역·출간됐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 소개된 두 작품을 놓고 작가와 서면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소설 ‘국보’는 2019년 일본 출간 당시 대히트를 쳤다. 일본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다. 라이벌 관계인 두 남자가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에 인생을 바치고 예술혼을 불태우는 내용. 영화의 흥행 이면엔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무장한 원작의 힘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요시다는 ‘국보’를 만든 이상일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100년에 한 편 나올까 말까 한 예도(藝道) 영화가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그는 “‘국보’는 미조구치 겐지의 1939년 영화 ‘마지막 국화 이야기(殘菊物語)’에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라며 “영화 ‘국보’는 이 영화와 나란히 놓아도 손색없다”고 추켜세웠다. 이상일 감독과는 연이 깊다. 앞선 소설 ‘악인’, ‘분노’도 이 감독의 손을 거쳐 영화화됐다.

요시다의 가장 최근작 ‘죄, 만년을 사랑하다’는 추리 소설의 외피를 썼다. 유명 백화점 창업자 ‘우메다 소고’가 중심 인물. 외딴섬에서 열린 생일 파티에 초대받은 사립 탐정이 유언장을 남기고 사라진 우메다 소고의 뒤를 쫓으며 한 가문에 얽힌 과거를 파헤친다. 일본 현대사가 중요한 배경이 되는 중반부터는 사회파 소설의 향취도 풍긴다. 요시다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말할 수 없다”면서도 “소설에서 우에노역은 매우 중요한 무대”라고 힌트를 줬다. “도쿄 도심의 우에노역은 전쟁 후에 대규모 재건축이 이뤄지지 않은 드문 공간입니다. 현재의 활기찬 역 풍경과 패전 직후 80년 전 그곳에 존재했던 풍경을 겹쳐 놓으려 했습니다.”

영화 제작에 영감을 주는 소설가. 그 역시 영화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죄, 만 년…’은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영화 ‘중경삼림’의 대사 “사랑의 유통기한을 만 년으로 하겠다”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직 성장기였던, 활기와 속도감이 넘쳤던 아시아의 공기를 선명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런 젊고 경쾌한 세계관에 ‘죄’라는 단어를 덧붙이자 이야기가 한층 확장됐어요.” 단순한 추리 소설이 아니다.

요시다는 “어떤 작품이든 늘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쓴다”고 했다. ‘죄, 만 년…’은 “굵은 붓이 물 흐르듯 움직이고, 한 획 한 획 더해질 때마다 그 위로 말이 서서히 떠오르는 느낌으로 썼다”고 했다. 차기작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 중인 ‘타임 애프터 타임’. 요시다 슈이치표 연애소설이다. 그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재회의 이야기지만, 글을 써 내려가는 동안 내 마음이 뜨거워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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