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문화적 차이 반영해야 미국 시장 성공”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6. 1. 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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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K스타트업 미국 진출 전략 대담
“미국인은 자막, 아바타 싫어해”
한·일서 성공한 기능 안통한다
미국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상품시장, 자본시장 차원 달라”
김정상 아이온큐 공동 창립자
“양자컴퓨터 산업 곧 기회 온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왼쪽부터),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김명수 매경AX 대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세션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Roy Park]
올해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에서는 미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 사업가들을 위한 선배 창업가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은 북미 최대 규모의 한인 스타트업 행사로 미국의 한인 창업 커뮤니티인 ‘유나이티드 코리안 파운더스’(UKF)와 ‘82 스타트업’이 공동 개최했다.

1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진행된 오후 세션에서 김정상 아이온큐 공동 설립자(듀크대 교수)와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는 성공적 미국 진출을 위한 조건으로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등을 꼽았다.

김 교수는 자신의 양자컴퓨팅 학술 연구를 상업화해 2015년 최초의 트랩드 아이온 방식 양자컴퓨팅 기업 아이온큐를 설립한 학자 창업가(Academic Entrepreneur)다. 2021년 상장된 아이온큐의 시가총액은 이달 기준 175억달러(75조7111억원)에 달한다. 신 대표는 세계 1위 알람 앱 알라미(Alarmy)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서비스하고, 남 대표는 인공지능(AI) 영상 편집기 브루(Vrew), 모바일 스캐너 브이플랫(vFlat) 등을 국내와 일본, 미국 등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담 진행은 김명수 매경AX 대표가 맡았다. 매경AX는 AI 기술을 접목해 매경미디어그룹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명수 매경AX 대표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Roy Park]
문화적 차이 이해해야 성공
“미국 진출의 장벽 중 하나는 문화적 거리감입니다. 문화와 취향이 반영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우 특히 더 그렇습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세션에 참여한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사진=Roy Park]
남 대표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창업가들에게 반드시 양국의 문화적 차이를 인식하고 사업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인의 취향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준비해야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브루가 큰 노력 없이도 일본에서 성공한 것은 한국과 문화적으로 가까웠기 때문”이라며 “반면 미국은 한국과 가장 문화적으로 가장 먼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브루가 일본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소로 자막을 꼽았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처럼 영상에 자막이 있는 것을 선호해 자막 삽입 기능이 있는 브루가 성공했고 반대로 미국인들은 자막을 원하지 않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남 대표는 “유튜브를 분석해 보면 한국과 일본 영상들에만 자막이 붙어있고 미국 영상에는 없다”며 “서비스를 일본어와 영어로 모두 제공했는데 일본에서만 성공을 거둔 것은 한국식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 대표는 아바타에 대한 선호도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이 판이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인들은 실제 사진이 아닌 아바타 캐릭터가 나오면 신뢰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한국인과 일본인은 캐릭터가 나오는 걸 좋아해서 실사가 나오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세션에 참여한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 [사진=Roy Park]
신 대표 또한 문화적 차이에 따라 현격히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그는 “알라미가 제공하는 튜토리얼(사용 방법 안내) 영상에 레깅스를 입은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중동 국가들에서 여자가 왜 히잡을 안 쓰고 있냐는 컴플레인이 들어오곤 했다”며 “(알라미는) 아침에 잠을 깨워주는 보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국가마다 소비자들이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이어 “아침잠을 물리치고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든 필요한 일”이라며 “알라미 매출의 70%가 미국에서 발생할 만큼 미국에서 성공적 행보를 보이는 것은 문화의 차이를 초월한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고 이 점에서 저희는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美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아이온큐 공동 창립자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 2026’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Roy Park]. [사진=Roy Park]
김 교수는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넓은 시장과 강력한 자본시장, 유연하고 역동적인 고용 환경을 갖추고 있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 교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이스라엘 시장을 겨냥해 창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투자를 하는 미국 벤처캐피탈(VC)들도 기본적으로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스타트업들도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노려야 하고, 그럴 수 있는 네트워크와 기반이 창업 시장에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제가 경험한 미국은 자신의 인생을 집어넣겠다는 열정만 있으면 막대한 업사이드(상방)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며 “상품시장과 자본시장이 모두 막강한 미국에서 한국 창업가들이 큰 꿈을 펼치는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남 대표는 “미국 앱스토어의 상위 200위 안에 한국 기업의 서비스는 3~4개의 게임 앱과 네이버웹툰뿐”이라며 “미국에 진출해있는 한국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BTS, 오징어게임처럼 ‘처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기업가들도 대만처럼 미국에서 네트워크를 조성해 글로벌 벤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대만 TSMC가 급성장한 이유중 하나는 엔비디아처럼 대만계 네트워크를 활용한 점” 이라며 “미국에서도 한국계 중 제2의 엔비디아가 나와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트업 발목 잡는 韓 규제
창업가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막는 불합리한 규제들도 지적했다. 남 대표는 “이런 말을 하면 (노동계의)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노동 유연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한국에서 고용은 이혼 안 되는 결혼, 환불 못 하는 구매, 취소 안 되는 예약이다. 업무 시간 운영과 해고가 자유로워지면 스타트업들이 채용을 훨씬 적극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대표 또한 “한국에서의 채용은 롤백(되돌리기)이 안되는 베팅이다보니 사람이 필요하고 적임자가 나타나도 훨씬 보수적으로 채용을 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또한 “미국에서는 한 회사를 5년 이상 다니는 경우가 별로 없다”며 “한국도 채용과 해고가 자유로워지고 구직 기간의 공백을 실업수당으로 보완하면 (고용 시장이) 충분히 잘 굴러가고 훨씬 역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가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받는 역차별도 꼬집었다. 남 대표는 “규제가 강한 국내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못 하는데 외국에 본사가 있는 외국 기업들은 규제를 무시하고 서비스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정신 북돋는 사회
창업가들은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확대를 위해 청년들에게 과감한 도전 정신을 북돋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창업을 많이 하고 엑시트도 많이 이뤄져야 역동적 사회가 되는데 한국은 젊은 사람들이 안전한 것에만 에너지를 쏟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 “큰 목표를 가지고 과감하게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을 하는 생태계와 문화가 한국에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학자로서 연구를 할 때도 한 번에 성공하면 배우는 게 하나도 없고 다음에 뭘 해야 할지 모르지만, 99번의 실패 뒤에 100번 만에 성공하면 많은 것이 남는다”며 “실패를 해도 그 경험을 다음 도전에 활용하면 충분히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이온큐의 공동 창립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 [사진=연합뉴스]
김 교수는 자신이 개척한 양자컴퓨팅 산업에 대한 긍정적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젠슨 황 대표가 엔비디아를 창업해 AI 산업으로 뜨기까지 30년이 걸렸지만 초기부터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제품을 계속 상용화하며 기술을 축적해왔다”며 “아이온큐가 엔비디아 정도의 임팩트를 가질 이코노믹 드라이버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엔비디아처럼 제품을 상용화할) 그런 기회는 아주 가까운 시기에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대표는 지난해 1월 양자컴퓨터가 유용한 수준으로 발전하려면 20∼30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황 대표의 발언으로 당시 아이온큐 등 양자컴퓨터 가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실리콘밸리 김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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