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하이에나에게 골프를 묻다!

방민준 2026. 1. 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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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입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아프리카 초원에서 하이에나는 왕관을 쓰지 못한 포식자다. 사자의 권위도, 치타의 속도도, 표범의 유려함도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 어떤 포식자도 하이에나를 가볍게 보지 못한다. 그 이유는 힘이 아니라 하이에나의 태도에 있다. 



 



하이에나는 '지지 않는 법'을 안다. 승리보다는 버팀의 가치를 안다. 골프 역시 승부의 운동이면서 동시에 버팀의 철학을 요구한다. 



 



완벽한 샷을 향한 욕망은 늘 실패와 마주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바람과 경사, 흔들리는 마음이 홀마다 도전처럼 다가온다. 그 앞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한계를 직면하는 존재가 된다. 



 



하이에나는 벽에 부딪혔을 때 사냥을 포기하지 않지만 무턱대고 달려들지도 않는다. 물러설 때는 물러서고, 기다릴 때는 기다린다. 그 끈질김은 집착이 아니라 상황을 끝까지 받아들이는 의지에 가깝다.



 



골프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자존심을 지키려는 집착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한 채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잘못된 샷을 인정하는 용기, 다음 샷을 위해 감정을 비워내는 절제, 성공과 실패를 한 흐름 속에 두는 통찰. 이것이 골퍼들이 하이에나에게서 배워야 하는 존재의 품위다.



 



하이에나는 무리로 살아간다. 그 무리는 힘의 결집이 아니라 관계의 리듬이다. 골퍼에게 그 무리는 몸과 마음, 호흡과 의식, 기술과 성찰이 어우러진 내면의 공동체다. 하나라도 조화를 잃으면 스윙은 흔들린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비로소 움직임은 단순해진다. 결국 골프는 자기 자신과 협력하는 종교적 행위에 가깝다. 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나를 한곳에 모으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이에나는 초원의 왕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방식으로 존재하는 길을 선택한다. 골프에서도 우리는 모두가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스코어의 왕관이 없다고 해서 라운드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골프 철학은 이렇게 묻는다. "나는 이 게임을 지배하려 하는가, 아니면 이 게임 속에서 나를 이해하려 하는가?"



하이에나는 후자의 길을 걷는 존재다. 골프를 오래 사랑하는 사람 또한 그 길을 간다.



 



라운드의 끝에서 남는 것은 승패보다 태도의 흔적이다. 하이에나가 보여준 것은 강자가 되는 기술이 아니라 끝까지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생존방식이다. 골프는 화려한 절정보다 꾸준히 버티고 나아가는 의지의 운동이다. 사자 같은 화려함보다, 하이에나 같은 끈질김이 골퍼를 성장시킨다.



 



골프는 바로 하이에나의 생존 방식 위에 존재한다. 한 샷, 한 숨, 한 발걸음마다 우리는 초원의 철학을 되풀이한다. 그리고 조용히 깨닫는다. 나는 이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끝까지 흔들리지 않기 위해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을.



필드 위에서 우리는 포식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넘는 생존자가 되려는 것이니까.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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