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봄 눈(春雪)

김태봉 서원대학교 중국언어문화전공 교수 2026. 1. 12.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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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다. 그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겨운 한복판 맹취위에 도리어 봄을 느낀다. 그래서 추위의 징표인 눈(雪)을 보고도 꽃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리라. 당(唐)의 시인 한유(韓愈)는 차가운 눈을 봄 꽃으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램을 잘 포착하고 있다.

봄 눈(春雪)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새해가 되었건만 아직 꽃은 피지 않았고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이월초에 새싹을 보고 놀라네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흰 눈이 도리어 봄빛이 늦는 것을 싫어하여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일부러 마당 나무를 뚫고 흩날리는 꽃 노릇을 하는구나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봄은 곧 꽃이기 때문에 주변에 혹시 꽃이 핀 것이 있는지 살펴 보지만, 해는 바뀌었어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꽃은 여전히 보기 어렵다. 비록 꽃은 아니지만 새로 돋은 풀 싹을 늦겨울인 이월 초에 보더라도 여간 놀라운 게 아니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새 해 들어 꽃에 대한 염원이 커질대로 커진 시인에게 꽃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흰 눈이 바로 그것이다. 눈은 겨울에 흔한 것으로 차가움이나 고결함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눈이 빈 가지에 얹혀 있는 모습은 언뜻 보면 흰 꽃이 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눈 꽃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시인의 발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흰 눈 자신이 봄 꽃을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가 마당 나무 사이를 뚫고 다니며 흩날리는 꽃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시인의 흰 눈에 대한 해석이 참신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새 해가 되면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조급함은 금물이다. 겨울에 흔한 흰 눈을 꽃 삼아서 겨울을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봄은 어느새 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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