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봄 눈(春雪)

겨울이 깊으면 봄이 멀지 않다. 그것을 경험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겨운 한복판 맹취위에 도리어 봄을 느낀다. 그래서 추위의 징표인 눈(雪)을 보고도 꽃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리라. 당(唐)의 시인 한유(韓愈)는 차가운 눈을 봄 꽃으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바램을 잘 포착하고 있다.
봄 눈(春雪)
新年都未有芳華(신년도미유방화) 새해가 되었건만 아직 꽃은 피지 않았고
二月初驚見草芽(이월초경견초아) 이월초에 새싹을 보고 놀라네
白雪却嫌春色晩(백설각혐춘색만)
흰 눈이 도리어 봄빛이 늦는 것을 싫어하여
故穿庭樹作飛花(고천정수작비화) 일부러 마당 나무를 뚫고 흩날리는 꽃 노릇을 하는구나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봄은 곧 꽃이기 때문에 주변에 혹시 꽃이 핀 것이 있는지 살펴 보지만, 해는 바뀌었어도 겨울은 겨울인지라 꽃은 여전히 보기 어렵다. 비록 꽃은 아니지만 새로 돋은 풀 싹을 늦겨울인 이월 초에 보더라도 여간 놀라운 게 아니라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새 해 들어 꽃에 대한 염원이 커질대로 커진 시인에게 꽃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었으니, 흰 눈이 바로 그것이다. 눈은 겨울에 흔한 것으로 차가움이나 고결함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눈이 빈 가지에 얹혀 있는 모습은 언뜻 보면 흰 꽃이 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눈 꽃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리라. 그런데 시인의 발상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간다. 흰 눈 자신이 봄 꽃을 기다리다 못해 스스로가 마당 나무 사이를 뚫고 다니며 흩날리는 꽃 노릇을 한다는 것이다. 시인의 흰 눈에 대한 해석이 참신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새 해가 되면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더라도 조급함은 금물이다. 겨울에 흔한 흰 눈을 꽃 삼아서 겨울을 느긋하게 즐기다 보면 봄은 어느새 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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