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생물 이야기] 같은 키조개 다른 성장의 비밀
"같은 키조개인데 왜 어떤 지역에서는 살이 차고, 어떤 곳에서는 성장이 더딜까."


키조개는 바다의 변화를 가장 먼저 몸으로 드러내는 존재다. 우리나라 키조개는 한때 연안 어촌의 중요한 소득원이자 봄 바다를 대표하는 수산자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어획 압력이 커지고 체계적인 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자원량은 빠르게 감소했다. 이를 계기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TAC) 제도가 도입돼 키조개 어획은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어획량은 관리됐지만, 시간이 지나며 또 다른 현실이 드러났다. 같은 기준으로 관리된 키조개임에도 지역에 따라 성장과 생산성에 분명한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같은 제도가 적용되었음에도 결과가 달랐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해답은 해양환경에 있다. 서해 중부의 보령 해역은 비교적 안정적인 키조개 생산을 유지해 온 곳이다. 외해와 연결된 개방적인 연안으로 해수 교환이 원활하고, 퇴적환경은 모래질이 우세하다. 모래질 퇴적환경은 산소 투과도가 높아 바닥 속까지 산소 공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진다. 퇴적층에 몸을 묻고 살아가는 키조개에게 이러한 조건은 성장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여기에 식물플랑크톤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크기가 큰 식물플랑크톤의 비율이 높은 점도 한몫한다. 키조개는 이런 먹이를 효율적으로 걸러 먹으며 관자를 키운다.

최근 기후변화는 이러한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해수온 상승과 강수 패턴 변화는 연안의 먹이 구조를 바꾸고 있으며, 키조개는 그 변화를 말없이 견뎌내고 있다. TAC는 자원 고갈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변화하는 바다의 성격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 키조개 관리는 숫자가 아닌 환경을 함께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고영신 서해수산연구소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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