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자유한국→미래통합→국민의힘→“?”…보수 당명 변천史

변문우 기자 2026. 1. 1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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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당명 개정’ 절차 본격 돌입…“책임당원 68.19% 당명 개정에 찬성”
‘중도 확장’ 위해 내세웠던 국민의힘 대신, ‘보수 정체성 강화’ 기조로 갈 듯
당내 온도차…“당정 맞서 단일대오 계기” “혁신은 포장지만 바꿔선 안 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월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국민의힘이 5년5개월 만에 또다시 '당 간판'을 바꿔 달 예정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7번째' 당명 개정이다. 명분은 보수 정당의 정체성과 가치를 명확히 담기 위해서다. 다만 당 내부에선 이를 놓고 온도차가 감지된다. 주류층에선 '계엄·탄핵의 강'을 넘고 본격 쇄신 의지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는 반면, 일각에선 '윤 어게인'을 비롯한 강성 세력과의 절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간판만 바꾸는 것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지난 9~11일 실시한 '책임당원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 당명 개정 절차에 돌입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장동혁 대표의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의 후속조치로 전 책임당원 77만4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ARS 방식의 당명 개정 의견 수렴을 실시했다"며 "응답률은 25.24%였으며 이 중 13만3000명, 68.19%의 책임당원이 당명 개정 찬성 의견을 주셨다"고 밝혔다.

향후 국민의힘은 당 홍보본부장인 서지영 의원 주도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새 당명 공모전'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후 전문가 검토를 거쳐 2월 중으로 당명 개정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 사무총장은 "당명 개정을 시작으로 장동혁 대표의 이기는 변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며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라고 전했다.

민주화 이후 '7번째', 朴 탄핵 이후 '4번째' 개정

보수정당의 역사를 보면, 당명 개정은 주로 당의 위기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용'으로 활용돼왔다. 자당 출신 대통령이 탄핵되거나 선거에서 참패했을 때, 이외에도 당 지지율이 급락하는 등 위기가 닥치면 지도부는 어김없이 당명 개정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보수 이념 안에서의 노선 변화를 통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각오에서다.

보수정당의 시초는 1990년 김영삼·노태우·김종필의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주자유당'이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YS)는 1995년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신한국당'을 만들어 기존 5·6공화국 인사들을 물갈이했다. 하지만 'YS 아들 비리 사건'에 'IMF 사태'까지 겹치면서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15대 대선 직전이었던 1997년 이회창 당시 신한국당 총재는 통합민주당과 손잡고 '한나라당'을 창당했다. 그럼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에 막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이후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하는 등 15년 동안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MB 임기 말 레임덕으로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꿔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당시 총선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또 이어진 대선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워 승리하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6년 정치권을 휩쓴 국정농단 사태와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겪으며 새누리당은 몰락했다. 이에 2017년 홍준표 당시 대표 주도로 당은 전통 보수 이미지를 내세우며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그럼에도 당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재보궐 선거에서 연전연패했다. 결국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을 재결집시키는 차원에서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미래통합당 간판은 헌정사 최단 기간인 7개월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2020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미래통합당은 중도 외연 확장을 위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또 바꿨다. 민주·진보계열에서 사용했던 '국민'이란 단어를 차용하고 '당'도 생략한 파격적 결정이었다. 이후 국민의힘은 2022년 '용병'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한 정권 교체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연승을 달렸다.

국민의힘의 전성기도 오래 가진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 속에서 당은 2024년 총선 패배에 직면했다. 특히 같은 해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으로 당은 8년 만에 탄핵의 강을 마주하며 2025년 한 해 동안 혹독한 시련을 견뎌야 했다. 결국 지난해 8월 당권을 잡은 장동혁 대표는 계엄 사태로 훼손된 당 이미지를 바꾸고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차원에서 새로운 당명 카드를 꺼내들었다.

2024년 6월24일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장동혁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당이 어떤 입장·철학 견지하는지가 더 중요"

당내에선 이번 당명 개정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주류층에선 이번 결단이 보수 진영을 재정비하는데 꼭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장 대표가 고심 끝에 보수 진영 재정비를 위해 당명 개정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보수 정당 정체성도 되찾고, 폭거를 일삼는 당정에 맞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일각에선 당명 변경보다 근본적인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동훈 전 대표는 "당명을 바꾸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이 어떤 입장과 철학을 견지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한(親한동훈)계인 한지아 의원 역시 CPBC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명 개정은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내용과 본질을 바꾸는 것이지 포장지만 바꾸면 안 된다"며 "당의 방향성과 비전을 바꾸는 파격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당명 개정으로도 가시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공세를 집중시키는 모습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MBC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개정할) 유일한 당명은 '국민의짐'밖에 없다"며 "화려한 집을 짓고 싶어도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한낱 사상누각"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문금주 원내대변인 역시 "장 대표의 당명 개정 선언은 혁신이 아니라 노골적인 정치적 세탁 시도"라며 "장 대표는 당명 세탁으로 내란 책임을 지우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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