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경북권 대학의 약진
지방 거점대와 경쟁력있는 지방 사립대로 지원 몰려
2026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권과 지방권 대학 간의 경쟁률 격차가 최근 5년 내 가장 크게 좁혀졌다. 서울권 경쟁률은 6.01대 1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방권 경쟁률은 5.61대 1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대구·경북권(6.43대 1)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방 거점대와 경쟁력 있는 지방 사립대로 수험생 지원이 몰린 때문이다.
지원자 수 또한 지방권이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고, 대구·경북권은 13%나 증가해 지방권 전역에서 지원자가 가장 크게 늘었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 심화로 인해 집 가까운 대학을 '실리형'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저에는 가성비와 안정성이 있다. 고물가와 경제난 속에서 서울의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는 이제 서민 가정이 넘기 힘든 장벽이 됐다.
2026년도 정시모집 결과는 이른바 '인서울(In-Seoul) 대학' 선호라는 집단적 열병에서 벗어나, 가성비를 고려한 '합리와 실리'에 기반한 '조건 만족형 맞춤' 선택을 선호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증좌다. 이는 막연한 동경보다 구체적 타당성으로의 심리적 기제 변화에 기인하며, 인서울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인서울 대학'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보다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가치판단의 표징이기도 하다. 예컨대 '지역인재 채용'이라는 실질적인 혜택이 있는 거점 국립대나 경쟁력 있는 지방사립대를 선택함으로써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보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서울권 대학도 취업이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학 서열이라는 심리적 명분보다 '취업 경쟁력'이라는 현실적 가치가 우선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흐름을 일시적 현상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국가 균형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서는 선제적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의 질적 혁신,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결합, 문화와 정주 여건의 개선 등을 들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9개 거점 국립대의 특성화 연구 대학 육성은 필수적이다. 예산을 나눠주는 수준을 넘어, 특정 분야(AI, 로봇, 반도체, 2차전지 등)에서만큼은 서울의 명문대를 압도할 수 있는 수월성을 키워줘야 한다.
5극 3특 체제하에서 지방 대학의 성장은 지역 산업의 성장과 발을 맞추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도권에 대응하는 5대 초광역 메가시티(5극)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연계한 '취업 보장 계약학과'를 파격적으로 늘려야 한다. 지방 이전 기업에 대한 강력한 세제 혜택과 지역 인재 채용 의무화는 당근이다. "내 고향 대학을 나와도 괜찮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심리적 안전장치가 절실하다.
청년들이 지방을 기피하는 이유는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문화적 갈증과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대학 캠퍼스를 지역 사회의 문화 거점으로 개방하고, '캠퍼스 혁신 파크' 등을 통해 대학가 자체가 청년들이 즐기고 머무를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티브 플랫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2026학년도의 대입 통계는 다소 희망적이다. '어느 지역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꿈을 실현해 줄 수 있느냐'가 대학 선택의 관건이 되어야 한다. 지방 대학의 약진은 수도권 집중이라는 일극 체제를 타파하고 '다극화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신호탄이 되길 바랄 따름이다. 정부는 이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사립대 혁신과 국립대 육성이라는 정책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 지방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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