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12·3 계엄이 내란인 이유 [논설실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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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계엄은 '마셜 로(Martial Law)'라고 한다.
전쟁이나 사변과 같은 국가비상사태로 민주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민주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계엄은 용납된다.
그러나 내게 12·3 계엄은 주권자인 국민이 세운 민주정을 군사적 무력에 의한 통치 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 실패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12·3 계엄은 민주정을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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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질서로 바꾸려는 시도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내란
법원 내란죄 1심 선고는
민주주의 이정표 될 것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판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뒷줄)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앞줄 왼쪽)이 재판을 지켜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영상 캡처]](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2/mk/20260112095701007lyrq.jpg)
본래 계엄은 민주정과 양립하기 어려운 제도다. 군사력이 민간 권력을 대체하는 것은 민주정의 기본 원리에 반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계엄을 허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민주정을 지킬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사변과 같은 국가비상사태로 민주정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민주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서만 계엄은 용납된다.
그러나 지난 12·3 비상계엄은 이러한 헌법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했다.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전쟁도, 사변도 없었다.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도 없었다. 그 계엄이 민주정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는 ‘정당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면, 과연 그 실체는 무엇이었는가.
이 대목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윤석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국민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일종의 ‘계몽령’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내게 12·3 계엄은 주권자인 국민이 세운 민주정을 군사적 무력에 의한 통치 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 실패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첫 번째 근거는 계엄법과 포고령에 명시된 계엄의 효력 그 자체다. 계엄은 행정과 사법을 군의 관할 아래 둔다. 이는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정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이를 한시적으로 허용하는 건 급박한 위기 상황일 때뿐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는 그런 위기가 부재했다. 결국 12·3 계엄은 민주정을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이를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
두 번째 근거는 계엄 포고령 제1호의 구체적 내용이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 활동을 금지하고 집회와 시위 등 정치 활동을 일절 금지했다. 또한 모든 언론과 출판을 계엄사령부의 통제하에 둔다고 명시했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의 본질을 훼손한 것이다. 이는 민주 공화국의 작동 원리를 전면 부정하는 행위였다.
세 번째,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행위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폭거다. 그것도 대테러 임무를 수행하는 최정예 부대인 707 특수임무단을 투입했다. 헌법과 계엄법상 국회는 계엄 상황에서도 그 기능을 정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군 지휘부는 포고령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고, 물리력을 동원해 국회의원들의 진입을 막았다.
민주정을 군사적 무력에 의한 통치로 바꾸려는 시도는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배신이다. 주권자의 의지로 선출된 입법부와 사법부를 군사력으로 통치하려 한 것은, 대한민국의 국체인 민주정의 근간을 허무는 짓이다. 민주정을 공산주의 통치로 바꾸려는 시도만이 내란인 것이 아니다. 민주정의 본질을 훼손하고 이를 군사력에 기반한 통치체제로 바꾸려는 행위 역시 명백한 ‘내란’이다.
오는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에 대한 1심 구형이 예정되어 있다. 이후 사법부의 엄중한 유무죄 선고가 뒤따를 것이다. 법원이 헌법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엄중한 판단을 할 것이라 믿는다. 설령 법원이 어떤 판결을 하든, 그것이 민주주의의 대의를 밝히는 판결이기를 기대한다. 법원의 엄정한 판단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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