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MO REPORT] 삼성전자 14만 원·SK하이닉스 78만 원… 두쫀쿠는 유행, 메모리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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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요즘 소셜미디어(SNS)를 열면 두바이 쫀득 쿠키, 일명 '두쫀쿠'가 넘쳐난다. 네이버 검색량은 한 달 새 3700% 급증했고, 배달앱 실시간 인기 검색어는 한 달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마다 오픈런 줄이 늘어서고, 판매 시작 30분 만에 품절 사례가 속출한다.

핵심 재료인 마시멜로는 1kg당 7만원, 한우 등심보다 비싸다. 카다이프는 석 달 만에 500g당 7900원에서 3만 3900원으로 4배 이상 폭등했다. 언론에 따르면 한 카페 사장은 "재료 주문이 티켓팅 수준"이라며 "업체에서 물량 풀리는 시간을 공지하면 30초 만에 소진된다"고 토로했다.
흥미로운 건, 지금 증시에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쿠키가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다. DDR5 16GB는 석 달 새 7만원에서 35만 원으로 5배 뛰었다. 조립PC 업체들에 견적을 내고 이틀 뒤면 수십 만 원이 더 올라있다고 한다. 최신 컴퓨터 사양에 맞게 램을 64GB 확보하려면 램값만 150만 원 가까이 써야하는 세상이 됐다. D램 가격이 차트 상단을 계속 뚫고 나가며 폭등하고 있다.
공급은 부족하고, 가격은 폭등하고, 사람들은 서두른다. 두쫀쿠든 반도체든, 품귀 현상 앞에서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심리가 지배한다. 두쫀쿠는 유행이지만, 메모리는 권력이다. 램 없이는 데이터센터도, 애플 아이폰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14만 전자의 탄생
2026년 1월 8일, 삼성전자가 2025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 20조 원을 발표했다. 매출액 93조원도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 20조원은 2018년 3분기 최고치 17조5700억원을 넘어선 수치로, 1년 전 4분기 영업이익 6조4900억원과 비교하면 208% 급증했다.

주가는 즉각 반응했다. 장중 14만 4500원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시가총액 911조 원으로 1000조 원도 눈앞이다.
SK하이닉스는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들어 11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32% 급등했다. 8일에는 장중 78만 8000원까지 치솟으며 '78만 닉스' 기록을 세웠다. 9일 종가는 75만 6000원으로 1년 전보다 288% 상승했다.
반도체 랠리는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다. 코스피 지수는 연초 4309에서 시작해 6거래일 만에 4586까지 치솟으며 약 6% 급등, 6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숫자들의 배경에는 빅테크들의 처절한 생존 투쟁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임원은 협상장을 분노로 박차고 나갔고, 구글은 조달 책임자를 해고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메모리 품귀현상의 이유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폭발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은 AI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HBM(고대역폭메모리)이다. HBM은 AI 연산을 처리하는 GPU에 초고속으로 데이터를 공급하는 특수 메모리다. ChatGPT 같은 AI 서비스가 실시간으로 답변을 내놓으려면, 엔비디아 GPU와 HBM의 조합이 필수다. AI 시대의 '심장'인 셈이다. 서버용 범용 D램 수요도 함께 급증했지만, HBM은 가격도 10배 이상 비싸고 기술 난이도도 높아 빅테크들이 확보 경쟁에 나섰다.

문제는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HBM 생산량은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7만 장, SK하이닉스는 16만 장 수준이다. 두 회사의 내년 HBM과 D램 생산능력은 이미 완전히 예약된 상태다.
더 심각한 건 병목 구조다. 반도체 업체들은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HBM과 일반 D램을 함께 만든다. 마이크론에 따르면 HBM 생산을 늘리면 일반 DDR5 생산능력이 3:1 비율로 감소한다. HBM은 수익성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업체들은 당연히 HBM 생산에 라인을 몰아준다. HBM이라는 '카다이프'를 만들기 위해 범용 D램이라는 '반죽'을 희생해야 하는 구조다. HBM을 만들수록 범용 메모리는 더 부족해진다.
결정타는 중국 변수였다. 중국 메모리 업체 CXMT(창신메모리)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5% 안팎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저가 공급자였다. 특히 DDR4는 CXMT의 주력 제품이었고, 삼성·하이닉스보다 20~30% 싼 가격으로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에 공급됐다.
그런데 CXMT가 2024년 하반기 가격 경쟁에서 승리한 직후, 갑자기 DDR4 생산을 중단하고 고부가 제품인 DDR5로 전환했다. 삼성·하이닉스처럼 수익성 높은 시장으로 올라가겠다는 전략이었다. DDR4는 구형 제품이지만 여전히 데이터센터에서 대량으로 쓰이는 범용 메모리다. 월 수만 장 규모의 CXMT 공급이 갑자기 끊긴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중국 반도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CXMT에 장비반입금지와 파견금지 제재를 가했다. CXMT는 생산능력 확대는커녕 기존 라인 유지도 어려워졌다. 글로벌 공급망에 구멍이 뚫렸다.

CXMT 물량을 대안으로 기대하며 삼성·하이닉스와의 계약을 미루던 빅테크들이 패닉에 빠졌다. MS 조달담당 임원은 이달 초 SK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해 신규 메모리 장기계약 협상을 진행했지만, "MS가 요구하는 조건에서 메모리 제품 공급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자 분노에 차서 회의장을 뛰쳐나갔다. 구글은 사전에 장기계약을 확보하지 못한 조달 임원을 개인적으로 책임 물어 해고했다.
빅테크들은 조달 조직을 아예 한국으로 이동시키는 구조조정에 나섰다. MS, 구글, 메타는 메모리 칩 조달 핵심 임원을 한국에 상주시켰다. 공급 확보가 가격보다 우선순위가 됐다. 애플도 LPDDR5X 조달에 230% 프리미엄을 지불하고 있다.
시장의 대답: 끝없이 오르는 숫자들
삼성전자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두 달 새 40조원 뛰었다. 11월 하나금융투자가 113조 원을 제시했을 때만 해도 시장은 놀랐다. 하지만 12월 노무라증권이 133조 원을 내놨고, 1월에는 씨티그룹이 155조 원을 제시했다. 텔레그램 투자 커뮤니티 '플루토 리서치'에서는 만화 <드래곤볼>에 비유해 '하나금투=베지터(113조), 노무라=프리저(133조), 씨티=셀(155조)'이라며 '이제 마인부우급 180조만 나오면 된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추정치가 끝없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카다이프처럼 메모리 가격 급등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2026년 D램 평균판매가격(ASP) 증가율 전망을 53%에서 88%로, 서버용 D램은 무려 144% 상승을 전망했다.
목표주가는 더 과격해졌다. KB증권은 사흘 만에 목표가를 18만원에서 20만원으로 재상향했고, 맥쿼리는 24만원이라는 충격적 숫자를 내놨다. 현 주가 대비 7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목표주가 24만원이 달성되면 시가총액은 1600조 원을 넘는다.
SK하이닉스는 맥쿼리 112만원, 노무라 88만원. 맥쿼리는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이 2025년 45조 원에서 2027년 142조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2년 만에 이익이 3배 이상 커진다는 계산이다.
실물경제로 번진 메모리 대란
메모리 가격 폭등은 실물경제로 확산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는 지난 5일 미국 CES에서 '메모리 가격 인상이 회사가 판매하는 제품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공식 언급했다. 2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모바일 D램 가격은 지난해 4분기 1분기 대비 70% 이상 올랐다. 낸드 가격은 100% 상승했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 비중은 기존 10~15%에서 최근 20% 수준으로 치솟았다. 중국 샤오미는 지난해 10월 레드미 K90 가격을 인상했고, 비보·오포도 동참했다. 애플의 아이폰18도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다니엘 김 맥쿼리 연구원은 "현재의 메모리 부족 현상은 2028년까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HBM도 마찬가지다. 마이크론은 HBM 시장 규모가 2028년까지 연평균 40% 성장해 14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보다 2년 앞당겨진 수치다.
대만 반도체 설계업체 이트론테크놀로지의 니키 루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새로운 산타클로스'라고 부르고 있다"며 "제한된 물량을 배정받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들고 가며 즐길 시간
앞서 언급한 천문학적 숫자들은 이제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코스피 2026년 순이익 컨센서스는 작년 말 309조 5000억 원에서 현재 335조 9000억원으로 26조 원 상승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순이익 합산 전망치는 159조 9000억 원으로 코스피 전체의 47.6%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야구에 비유하며 '지금은 5회 정도'라고 말한다. 맥쿼리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너무 일찍 팔지 말라"고 강조했다.
전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인 윤지호 경제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삼성전자, 변동성을 너무 겁내지 마시길. 여기저기서 셀온(호재가 나왔을 때 빠르게 매도하는 물량) 이야기할 때 남과 다르게 생각해보자"며 "삼성전자는 이익도 늘지만 주주가치 제고도 이뤄진다. 여전히 들고 가며 즐길 시간"이라고 조언했다.
조정 시그널은 무엇인가
하지만 과열 신호도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달 만에 40%, SK하이닉스는 11거래일 연속 32% 급등했다. 신용융자 잔고는 27조945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8일 삼성전자는 20조원 실적 발표 후 오히려 1.56% 하락했다. 장중 14만4500원까지 치솟았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압도했다.

조정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시그널을 제시한다. 첫째, AI 투자 성장률(Growth Rate) 둔화다.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율이 꺾이는 순간 메모리 수요도 정체될 수 있다. 둘째, 신규 생산능력 증설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2027년 이후 대규모 증설을 완료하면 공급 부족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중국 업체의 재진입이다. CXMT 같은 중국 업체들이 미국 제재를 우회하거나 기술을 확보해 시장에 재진입하면 공급 구조가 바뀔 수 있다. 넷째, AI 버블 논란이다.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투자가 위축되며 메모리 수요도 급감할 수 있다.
지금 벌어지는 품귀 현상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AI 시대라는 구조적 변화에서 비롯됐다. MS 임원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정도로, 구글이 조달 책임자를 해고할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다. 빅테크들이 "어떤 가격에도 허용한다"며 오픈엔드 주문을 쏟아내는 시장에서, 공급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협상력은 역대급이다.
하지만 영원한 호황은 없다. 삼성전자는 2018년 1월 9만 8000원 고점을 찍은 후 5년간 조정을 겪었다. 반도체는 사이클 산업이다. AI 투자가 꺾이거나, 증설이 완료되거나, 중국 업체가 재진입하는 순간 지금의 파티는 끝날 수 있다.
그럼에도 14만 전자 시대가 열렸다. 100만 닉스가 눈앞에 있다. 24만 전자가 환상인지 미래인지는, 결국 시장이 답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소위 '국뽕 영상'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실제가 됐다. 램값이 5배 뛰고, MS 임원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고, 구글이 조달 책임자를 해고하는 시대. 한국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빅테크의 생존을 쥐락펴락하는 시대. 우리는 지금, 그 시대를 살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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