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풍경, 새해의 첫 장 여는 두 개의 시선

최명진 기자 2026. 1. 11.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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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트센터 2026년 첫 기획전…오는 31일까지
매일의 무등산 풍경 담은 조근호 ‘뭉치산수’부터
‘멈춘 시간 탐구’ 벨기에 작가팀 결과발표전까지
조근호作 ‘일출’
‘일몰

보리스 담블리, 소피 덴블뢰作 ‘The Hanged Man’

새해의 첫 전시는 늘 한 해의 태도를 드러낸다. 리아트센터가 2026년 신년 기획전으로 꺼내든 질문은 거창하지 않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 아침을 다시 시작하고 있는가.”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리아트센터의 올해 첫 기획전은 공간 전체를 두 개의 장면으로 나눴다. 1층은 회화, 2층은 설치 작업으로 구성됐다. 서로 다른 매체와 감각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시간’과 ‘잠시 멈춰 선 시간’을 보여준다.

1층에는 ‘뭉치산수’ 연작으로 잘 알려진 조근호 작가의 개인전 ‘Good Morning, New Morning’이 마련됐다.

조근호의 회화는 작업실 창밖으로 바라본 무등산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같은 산을 바라보지만,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화면에 담기는 인상은 달라진다. 일출과 일몰, 빛의 변화와 하루의 흐름이 화면 위에 차곡차곡 쌓인다.

작가는 매일의 시간을 기록하듯 화면을 완성해 나간다.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기보다, 반복되는 관찰과 축적을 통해 풍경을 하나의 덩어리로 엮어낸다. ‘뭉치산수’라는 명칭처럼, 조근호의 회화는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을 모아 풍경으로 재구성하는 방식에 가깝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면은 특정한 하루의 기록이라기보다, 매일 반복되는 아침의 안부 인사처럼 조용히 관람객을 맞는다.

2층 전시는 벨기에 작가팀 보리스 담블리와 소피 덴블뢰가 함께 선보이는 프로젝트 ‘The Hanged Man’이다. 이 전시는 지난해 광주 예술의거리 빈집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두 작가의 작업을 확장한 결과 발표 성격의 전시다.

타로 카드 ‘매달린 사람’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무너지는 세계와 아직 오지 않은 세계 사이의 ‘멈춘 시간’을 탐구한다. 외국인 작가로서 경험한 ‘사이에 있는 상태’는 시선을 뒤집고, 익숙한 질서를 낯설게 만든다.

천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사라진 것들을 호출하듯 공간에 걸린다. 이는 광주가 지닌 섬유 산업의 역사와도 겹쳐 읽히며, 장소성과 작업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말없이 매달린 형상들은 시위를 연상시킨다. 소리를 내지 않지만, 변화의 틈에서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묻는 몸짓으로 기능한다.

지난 3일 오후 5시 리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 오프닝에서는 조근호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과 보리스·소피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조근호의 라이브 드로잉은 하루의 기록이 화면으로 응축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고, 이어진 퍼포먼스는 ‘멈춤’과 ‘전환’이라는 전시의 핵심 키워드를 몸의 움직임으로 드러내며 현장의 몰입도를 높였다.

전시와 연계한 아트토크도 예정돼 있다.

오는 20일 오후 2시 조근호 작가가 참여해 전시 ‘Good Morning, New Morning’과 ‘뭉치산수’ 연작을 중심으로 작업의 흐름과 시간에 대한 사유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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