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엄지손가락의 기적을 다시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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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바닥 위에 엄지손가락을 곧게 세운 오른손 주먹을 올려놓는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국민 덕분에'로 구호가 바뀌며, 말 대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일이 따뜻한 인사가 될 만큼 범국민적 운동으로 퍼졌고, 서로를 연결하며 위안을 전했다.
2007년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을 땐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바위 하나하나를 닦아 푸른 바다를 되찾았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227톤의 금을 모아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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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바닥 위에 엄지손가락을 곧게 세운 오른손 주먹을 올려놓는다."
전 세계가 멈춰 섰던 2020년 봄, 어느 순간 들불처럼 번져나갔던 '덕분에 챌린지'의 수어 동작을 기억할 것이다. 그해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작은 손짓은 '존경합니다'라는 뜻을 담아 방호복 속에 갇혀 고군분투하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는 '국민 덕분에'로 구호가 바뀌며, 말 대신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는 일이 따뜻한 인사가 될 만큼 범국민적 운동으로 퍼졌고, 서로를 연결하며 위안을 전했다. 위기를 버티게 한 힘이 특정 영웅이 아니라, 기꺼이 마스크를 쓰고 묵묵히 일상을 지켜낸 '우리 모두'였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마스크가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를 때 양보하던 모습, 장사가 안 돼 월세 내기도 힘겨운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깎아주던 사장님들. 심지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은 용돈을 마스크 몇 장과 함께 파출소 앞에 두고 간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 뿐인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선결제 운동'은 단순한 경제 행위가 아니었다. 당장 물건을 가져가거나 음식을 먹지 않으면서도 미리 대금을 지불하던 그 배려는, 진심으로 이웃의 오늘과 내일을 걱정하는 뜨거운 정이자 의리였다.
2026년 새해가 시작된 지금, 불현듯 당시의 상황이 떠오른다. 희망찬 소식 대신, 끊임 없이 전해지는 '계엄' 설왕설래를 비롯한 극단적인 정치적 대립이 국민들에겐 코로나19의 극심한 피로감과 맞먹는 고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게다가 부담스러운 밥상물가, 개점휴업 중인 장사, 팍팍한 살림살이 등이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하소연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세상은 각박해졌고, 당연히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어렵고 힘든 때일 수록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는 유전자가 우리 안에 있지 않은가. 2007년 태안 앞바다가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을 땐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바위 하나하나를 닦아 푸른 바다를 되찾았고, 1997년 외환위기 때는 아기 돌반지까지 내놓으며 227톤의 금을 모아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대한민국의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야기가 너무 거창해진 느낌이지만, 결국 말하고 싶은 바는 이렇다. 그리고 이 모든 기적을 가능하게 했던 힘의 중심에 바로 한국인 특유의 '정(情)'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같이 살기를 바라는 마음', 이것이 곧 우리네 경제를 움직이는 진짜 엔진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단골 가게에 갔는데 서비스라며 달걀 후라이를 슬며시 내어주는 주인장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음이다. 자본의 논리로만 보면 이런 '덤'은 비효율적인 손해일지 모르지만, 지역의 골목상권을 지탱해온 힘 또한 이런 '비합리적인 정'이었을 터다.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만나는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깝다. 고금리의 터널은 예상보다 길고, 얼어붙은 소비 심리는 좀처럼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자금경색의 심화로 인한 무너짐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손길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현장의 갈증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이유다. 또한,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속도가 생명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부터 찾게 되는 단골 식당이나 단골 가게, 혹은 우연히 들르게 된 어느 매장에서라도 따뜻한 인사를 건네보면 어떨까.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올해도 힘내세요"라는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상인들에겐 그 어떤 경제 지표나 정치적 구호보다 강력한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싶어서다. 코로나19의 파고를 헤쳐나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탰던 '선결제'의 불씨가 다시금 살아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강소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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