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빙계계곡서 겨울에도 18℃ ‘온혈 지대’ 확인…복합 미기후 공간 입증
의성군, 지질·생태 연구 기반 강화해 세계지질공원 도전 자료로 활용

빙계계곡의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과학적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있다.
여름철 냉기 분출로 알려진 이 계곡에서 겨울에도 외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의 공기가 확인되면서, 빙계계곡이 단순한 냉기 지형에 머무르지 않는 복합 미기후 공간이라는 점이 현장 조사로 확인됐다.
의성군(군수 김주수)은 지난 7일 일본 풍혈 네트워크 연구진과 진행한 국제 학술교류 과정에서 빙계계곡 일원에서 기존에 공식 보고되지 않았던 '온혈 지대'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사 당시 외부 기온은 영상 4℃ 안팎이었으나, 빙혈 상부에서 측정된 온혈 지점의 기온은 최고 18℃를 기록했다.
빙계계곡은 그동안 한여름에도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 빙혈 지형으로 잘 알려져 왔다.
이번 조사에서는 미기후 현상 자체를 주요 관측 대상으로 설정하고 반복 계측과 현장 관찰을 병행하면서, 기존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온혈 현상이 확인됐다.
풍혈(온혈·빙혈)을 주제로 한 국내 연구 기반이 점차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국제 연구진과의 공동 조사가 이뤄진 점도 이번 성과의 배경으로 꼽힌다.
조사에 참여한 연구 관계자는 "빙계계곡은 이미 잘 알려진 지질명소지만, 미기후에 초점을 맞춘 관측을 통해 새로운 자연 작동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온혈과 빙혈이 함께 나타나는 구조를 현장에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빙계계곡의 빙혈과 온혈은 자연적인 공기 순환과 지하 공극의 열교환 작용이 하나의 지형 안에서 동시에 이뤄진 결과로 분석된다.
빙혈 지대는 외기 36℃ 조건에서도 0.2℃를 기록한 사례가 알려져 있으며, 이번에 확인된 온혈 지대 역시 외기 4℃ 조건에서 18℃를 보여 국내 자연 미기후 현상 가운데 온·냉 극점 특성을 동시에 지닌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온혈 사례로 알려진 유네스코 세계유산 아라후네 온혈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장 조사에서는 생태적 특성도 함께 관찰됐다.
온혈 인근 지역에는 주변 산지와 달리 이끼류가 비교적 밀집해 분포하고, 낙엽이 지지 않은 활엽수 개체군이 일부 남아 있었다.
이는 연중 일정 수준 이상의 지온과 지습이 유지되고, 겨울철에도 토양 동결이 억제되는 미기후 환경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의성군 관광문화과 관계자는 "온혈 주변의 이끼 군락과 식생 분포는 미기후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의미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관련 기관과 협력해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 연구의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빙계계곡에서 확인된 빙혈·온혈 공존 사례는 국가지질공원의 학술적 가치 설명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의성군은 2027년 예정된 국가지질공원 재인증 심사 과정에서 빙계계곡을 복합 미기후 시스템과 냉기식생, 과거 누에알 저장 등 활용 기록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정리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빙계계곡은 그동안 빙혈로 잘 알려진 지질명소였으나, 이번 온혈 지대 확인으로 자연자산으로서 학술적·환경적 가치가 한층 더 분명해졌다"며 "이번 온혈 발견을 계기로 의성 국가지질공원이 국제 학술교류와 지질관광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와 활용을 병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의성군은 이번 확인을 계기로 지역 전반의 지질·자연자원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