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력에 맞선 위로…MZ세대, 이 소설로 역사 만났으면”
신작 장편 ‘믿음 소망 그리고 호랑이’ 대화

제24회 오영수문학상 수상자인 박금산을 초청해 신작 장편소설 『믿음 소망 그리고 호랑이』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금산 소설가 문학콘서트'가 울산소설가협회 주최·주관으로 지난 9일 오후 6시 울산 중구 가족센터 3층 강의실에서 열렸다.
작품은 제주 4·3, 노근리 사건 같은 한국 현대사의 비극에서 출발해 난징과 오키나와, 우크라이나까지 이어지는 집단 폭력의 기억을 다룬다. 판타지와 현실이 교차하는 서사 속에서 폭력은 특정 지역의 상처를 넘어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린다.
박금산 작가는 "구술 전통에 기대어 이야기를 다루는 소설을 써 보고 싶었다. 장편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박 작가는 "이 소설을 읽은 이들의 느낌은 다 다를 것"이라며 "면봉으로라도 동굴 벽을 뚫어야 한다"라며 절망으로 끝내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다시 일어나는 쪽으로 쓰려했다고 말했다. 제목이 '믿음, 소망, 사랑'이 아니라 '믿음, 소망, 호랑이'인 데서 "폭력을 읽었다"라는 참석자의 말에는 "당연하다"라고 받아, 작품이 품은 긴장을 분명히 했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성경에서 가져온 이유도 "힘 있고 긍정적인 이름을 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MZ세대가 이 소설을 통해 역사를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6·25를 '먼 옛날'로만 여기기도 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사건이 연표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의 감각과 연결되길 기대했다. "왜 여성 위주의 서사인가"라는 질문에는, 남성 서사가 오래 이어져 온 만큼 "시대가 요청하는 서사를 만드는 일도 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전쟁에 참여했던 여성들의 서사를 드러내고, 여성의 언어를 찾기 위해 시적 문장도 많이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집필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는 '연결'을 꼽았다. 제주와 대전의 이야기들을 세계사적 흐름과 묶어내지 못해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라는 그는, "알렉산더 피터스 목사의 기록에서 실마리를 찾으면서 역사와 실증이 소설에 힘을 준다는 걸 깨달아 완성에 다가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 만큼 책을 내놓고 처음으로 겁이 났다는 고백도 남겼다. 박 작가는 "폭력의 땅을 걸어가는 이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박서정 수필가는 "판타지 소설이라고 해서 내용들이 난해하고 많이 공상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들이 있어 처음에는 빨리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이 없었지만 작가가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시하게 되면서 흥미를 가지게 됐다"라며 "이 작품은 동화적이고 시적인 부분이 가미돼 조용조용한 마음의 파동과 현란하지 않은 율동을 떠오르게 한다"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진행을 맡은 구경영 북토크쇼 '꽃자리' 대표는 소설 속 배경이 된 지역들에서도 북콘서트가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