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다니엘 위약벌 분쟁 계산법… 왜 1000억 대신 300억이었나

김태현 기자 2026. 1. 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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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정상에 오른 그룹 뉴진스. 그 성공의 정점에서 한 멤버가 K-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위약벌 분쟁에 휘말렸다.

[우먼센스] 2025년 12월 29일 오전, 서울의 한 연탄 봉사 현장.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한 젊은 여성이 2시간 동안 묵묵히 연탄을 날랐다. 봉사가 끝나자 그녀는 준비해온 쿠키와 초콜릿을 나눠주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함께 봉사한 이들은 그녀가 전혀 내색하지 않아 몰랐다고 했다. 바로 그날 아침, 그녀의 소속사가 그녀를 상대로 431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사진=공동취재단

뉴진스의 다니엘. K-POP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정상에 올랐던 그룹의 멤버가, 이제 K-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위약벌 분쟁 한가운데 서 있다. 

1000억에서 300억으로 줄인 전략전 선택

"400억은 시작일 뿐입니다." 법무법인 우리의 김정철 변호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내놓은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그가 계산한 다니엘의 실제 위약벌 규모는 1000억 원에 육박했다.

산수는 간단하다. 어도어의 2023년~2024년 매출은 각각 1103억 원과 1111억 원. 어도어 소속 아티스트가 뉴진스 5명뿐이니, 1인당 연 매출은 약 220억 원이다. 월로 환산하면 18억 원이다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위약벌은 직전 2년 월평균 매출액에 잔여 계약 기간을 곱해 산정된다. 계약 종료 시점인 2029년 7월까지 남은 54개월을 곱하면 972억 원. 사실상 1000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숫자다.

사진=박정훈 기자(이오이미지)

법무법인 디엘지 안희철 변호사도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계약위반 등으로 소송을 걸 경우 요구할 위약금을 산정했는데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안 변호사는 계산한 결과 뉴진스 멤버 다니엘이 소속사 어도어에 물어야 할 위약벌이 1000억 원 이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런데 어도어가 실제로 청구한 위약벌은 300억 원. 왜 회사는 계약서상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의 3분의 1도 안 되는 금액만 요구했을까?

법조계는 이를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위약벌은 원칙적으로 법원이 감액할 수 없지만,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조항 자체를 일부 무효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동의 A 변호사는 "1000억 원을 그대로 청구했다면 위약벌 조항의 효력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며 "법원이 인정할 가능성이 높은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300억 원은 자비가 아니라 승소 확률을 극대화한 계산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위약벌과 손해배상이 별개라는 사실이다.현재 청구된 위약벌 300억 원에 추가로 손해배상이 더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어도어는 위약벌 300억 원 외에 활동 중단과 광고 미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 31억 원을 별도로 청구한 상태다.

18억 vs 9000만원: 두 걸그룹의 엇갈린 운명

같은 위약벌 분쟁이지만, 피프티피프티와 뉴진스의 숫자는 극명하게 다르다. 피프티피프티 전 멤버 3인에게 소속사 어트랙트가 청구한 금액은 130억 원. 다니엘 혼자 받은 331억 원(위약벌 300억 + 손해배상 31억)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차이는 매출과 시간에서 나온다. 피프티피프티는 2022년 11월 데뷔 후 약 8개월 만에 분쟁이 터졌다. 멤버 1인당 월평균 매출은 9000만 원대. 반면 뉴진스는 데뷔 2년 넘게 활동하며 1인당 월 18억 원, 즉 20배의 매출을 기록했다.

엔터업계 관계자는 "뉴진스처럼 데뷔 이후 폭발적으로 매출이 급증한 그룹은 없었다"며 "거기다 남은 계약 기간이 56개월이나 될 정도로 데뷔 초기에 분쟁이 일어났으니, 위약벌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역설적이게도, 뉴진스의 성공이 다니엘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금은 연탄 나를 때가 아니다" 

법조계의 반응은 냉정했다. 특히 다니엘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바로 그날 연탄 봉사에 나선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은 봉사활동을 할 때가 아닙니다." 법무법인 로앤모어의 이지훈 변호사는 유튜브 채널에서 직격탄을 날렸다. "일의 상황과 경중을 알아야 합니다. 인생을 다 걸어야 할 판입니다."

연탄봉사를 하고 있는 다니엘. 사진=뉴진스갤러리

그는 더 날카로운 지적을 이어갔다. "뉴진스 멤버들이 일방적인 계약 파기로 회사에,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습니다. 고의로 손해를 끼쳐놓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설령 결과가 이겼다 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소송에 졌잖아요. 본의 아니게 피해를 끼쳐 미안한 마음을 갖고 근신해야 하는데, '나 너무 행복해' 하면서 다니면 안 됩니다. 사건만 키우게 됩니다."

이지훈 변호사는 다니엘의 유일한 출구도 제시했다. "지금이라도 민희진과 관계를 끊어야 합니다. 잘못한 건 인정하고, '민희진으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야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선별적 계약 해지의 역설

어도어의 결정은 논란을 낳았다. 뉴진스 5명 모두 계약 해지를 선언했는데, 왜 다니엘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을까?

회사 측은 "전속계약 위반 사항이 발견됐고 시정 조치를 요청했으나 기한 내에 시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별도 계약 체결 시도, 어도어 명의 실추 행위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다니엘은 법원의 전속계약 유효 판결 이후에도 어도어와 협의 없이 광고 계약을 추진하거나 외부 콘텐츠에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박정훈 기자(이오이미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법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대법원은 '이달의 소녀 츄' 사건에서 신뢰관계 파탄을 정당한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했다"며 "특정인과의 관계에서만 신뢰가 깨졌다는 식의 선별적 처분은 대법원이 확정한 신뢰관계 법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법조계는 이번 사건에서는 선별적 대응도 가능하다는 입장이 대체로 많다. '법원 판결 이후에도 시정 조치를 거부하고 독자 활동을 이어간 것이 결정적 차이'라는 것이다. 해린, 혜인, 하니는 복귀를 결정했고, 민지는 논의 중이다. 다니엘만 끝까지 저항했다는 점이 회사의 선별적 대응을 정당화한다는 분석이다.

평생 따라다닐 수 있는 채무

"이건 개인회생도 안 될 것 같습니다." 이지훈 변호사의 경고다. 법무법인 한별의 장성수 변호사도 YTN 인터뷰에서 비슷한 가능성을 제기했다. "전속계약 위반이 고의에 따른 것이라면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채무는 개인회생이나 파산으로도 탕감되지 않는 '비면책 채무'가 될 수 있다.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평생 생활비를 제외한 월급의 일부를 압류할 수 있다."

20대 초반 아이돌에게 이는 평생의 족쇄를 의미한다. 새로운 소속사를 찾아 활동을 재개하더라도, 벌어들이는 수입의 상당 부분이 채무 변제로 빠져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300억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될 수 있다.

미스터비스트와 뉴진스 팬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팬들은 예상치 못한 행동에 나섰다. 전 세계 구독자 4억 600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미스터비스트' SNS에 댓글을 수없이 남긴 것이다.

'다니엘을 구해달라', '하이브를 인수해달라'는 등 수많은 댓글이 그의 인스타그램과 틱톡 계정에 쏟아졌다. '#mrbeastsavenewjeans' 해시태그 캠페인까지 벌어졌다. 미스터비스트의 추정 순자산이 약 9400억 원에 달한다는 이유만으로, K-팝과 아무 관련 없는 그에게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뉴진스 팬덤 반응을 두고 미스터비스트가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 매체 엠파이어가 이 같은 황당한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미스터비스트 틱톡 댓글에 소속사 어도어의 표적이 된 뉴진스 다니엘을 도와달라는 팬들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갔고, 미스터비스트 본인도 'What do I need to do?'(내가 뭘 해야 하나?)라며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어도어 관계자는 "팬덤 활동 하나하나에 회사가 입장을 밝히기는 어렵다. 팬들 안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을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갈라진 뉴진스, 불확실한 미래

현재 뉴진스의 지형도는 이렇다. 해린, 혜인, 하니는 어도어 복귀를 확정했다. 특히 하니는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장시간 대화를 나눈 끝에 법원 판결을 존중하기로 결정했다.

민지는 여전히 논의 중이다. 어도어는 "상호 이해를 넓히기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그녀의 선택이 뉴진스의 미래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것이다.

다니엘은 떠났다. 5명 중 유일하게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고, 이제 431억 원 소송의 피고인이 됐다. 무대가 아닌 법정에서, 팬들이 아닌 판사 앞에서 자신의 미래를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뉴진스 공식 페이스북

어도어는 입장문에서 "멤버들이 오랜 기간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를 접하며 회사에 대한 오해가 쌓였다"고 밝혔다. 민희진 전 대표의 영향을 암시한 것이다. 실제로 어도어는 다니엘의 가족 1인과 민희진 전 대표에게도 각각 뉴진스 이탈과 복귀 지연 책임을 물어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어도어 측은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추후 말씀드릴 기회를 갖기로 했고, 시기와 방식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자회견이나 방송 출연에서 오갔던 발언들,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공격 등을 두고 공식 사과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어도어가 유일한 IP인 뉴진스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엔터업계 한 관계자는 "뉴진스 팬덤에서는 복귀 후 '수납'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뉴진스가 어도어의 유일한 IP인 만큼 회사가 그룹을 수납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4명 체제로 갈지, 피프티피프티처럼 새 멤버를 영입할지 등 변수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 멤버를 추가하더라도 팬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 아니겠나"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다니엘 측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이미 소송 위임장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어도어의 전속계약 해지 통보와 431억 원 청구가 부당하다는 입장으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이기든, K-팝 역사상 가장 빠르게 정상에 올랐던 그룹의 이야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지났다. 법정 다툼은 이제 시작이다. 2년 전 'Attention'으로 세상을 사로잡았던 그 목소리가 이제 법정에서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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