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은 '이득'·딴지는 '이사'?…'민주당 현주소' 최고위 보선서 확인된다
정청래 체제 강화냐, 견제냐…11일 결론
분화한 강성 지지층 내부 권력지형 가늠자
편집자주
주말 아침, 다정하고 친근하게 한국 정치 이면의 이야기를 풀어드립니다. 갈등과 분노가 아닌 위로와 희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9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50% 반영)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오는 11일 최고위원 3명이 새로 선출되면 지도부 내 권력 지형도 달라진다.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후보들이 경쟁하는 원내대표 선거와 달리 최고위 보선은 친이재명(친명)계와 친정청래(친청)계가 각각 2명씩 맞서는 '2대 2' 구도가 명확하다. 누가 선출되느냐가 '정청래 지도부 2기 최고위'의 강·온 노선을 결정짓는 것은 물론이고, 당의 주요 의사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성 지지층의 실체를 확인하는 결정적 장면이 될 것이란 평가다.
'명·청 갈등' 없다던 후보들, 막판 '친청 연대' vs '명심 호소'

선거 초반에는 후보들 모두 '명·청 갈등' 프레임에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친명·친청 후보 간 대결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다.
후보들의 전략만 봐도 계파색과 지지층을 가늠할 수 있다. 문정복·이성윤 후보는 '지구당 부활'을 내세우며 '친청 연대'를 형성했다. 두 후보는 7일 지구당 부활을 골자로 한 정당법·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하며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투명한 지구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외 지역위원장 표심을 겨냥하는 동시에 정청래 대표의 당대표 공약이었던 지구당 부활을 다시 띄운 것이다. 두 후보는 앞선 토론회에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의 신속한 추진도 강조했다.
막판까지 '명심'에 호소하는 친명 성향 후보들과 대비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인 출신인 이건태 후보는 8일 전북을 시작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이 대통령 공소취소와 정치 검찰 조작기소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 중이다. 유일한 초선 의원으로 조직적 지지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약점을 누구보다 '찐명'임을 부각시켜 메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5일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의 후보 사퇴 또한 친명계 외곽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측의 표심을 이 후보에게 몰아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두 쪽 난 당심…당심 지배자는 '개딸'인가 '딴지일보'인가
당내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보선 관전 포인트는 분화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층 내부 권력지형이다. 이른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을 이을 2차 종합 특검, 법왜곡죄 신설 등을 포함한 사법개혁 추진 등 집권 여당의 주요 개혁 정책 추진과 관련해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센 만큼, 향후 여당의 정책 노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어서다.
지난 전당대회에선 정 대표를 지지한 당원들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친명 성향 당원들이 박찬대 의원을 적극 지지했지만, 정 대표는 친여 성향 방송인 김어준씨를 위시한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압도적으로 승리했다.당시 권리당원 투표(비중 55%)에서 정 대표는 66.48%를 얻어 박 의원(33.52%)과 '당심' 경쟁에서 훨씬 앞섰다.
강성 지지층 분화는 이번 최고위 보선에서 한층 또렷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당원들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별로 여론이 확연히 갈리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 지지층이 모인 디시인사이드 '이재명은 합니다 갤러리'에서는 이건태·강득구 후보를 뽑자는 움직임이 대세다. 당원들은 "'개이득'(개혁과제 완수할 이건태 강득구)을 '명심'하자"고 적힌 홍보물을 공유하기도 했다.
반면 딴지일보 게시판에선 이성윤·문정복 후보의 기호인 2번과 4번을 함께 일컬어 "이사(2·4)하자"는 문구가 줄줄이 올라왔다. 딴지일보는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커뮤니티로, 정 대표가 "딴지일보가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실제로 정 대표는 딴지일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당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에서 친청계 후보들이 선전할 경우, 딴지일보의 여론이 민주당 전체 당심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셈이다.
잠재적 당권주자 김민석은 통할까… 강득구 선출 여부가 가늠자

김민석 국무총리의 최측근인 강득구 후보의 선전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강 후보가 최고위원 선거에서 몇 위를 하느냐에 따라 차기 당대표 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김 총리의 잠재적 영향력도 드러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강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에는 의원 15명이 참석해 지지 선언을 했는데, 다른 후보들에 비해 대동한 의원들이 가장 많았다. 김 총리와 오랜 시절을 함께한 동지인 그는 6일 KBS라디오에서 "이 대통령과의 관계, 김 총리와의 관계 그리고 당에서 25년 정도 있으면서 큰 틀의 정무적 판단, 당의 가치와 비전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며 당선권 진입을 자신했다.
반면 '전당원 1인 1표제' 부결로 한차례 자존심을 구겼던 정 대표가 이번 보선에서 설욕을 하게 된다면 차기 당권 경쟁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중앙위원회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변수"라며 "1인 1표제 부결 당시 정 대표에 대한 잠재적 불만 여론이 이번 보선에선 해소됐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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