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포티인데, 그곳의 털까지 다 빠졌습니다”…뭔짓을 했길래 [히코노미]
‘학살자’.
그는 제 밥그릇에 손을 대는 자에게, 결코 자비를 보이지 않았다. 경쟁자를 자근자근 밟아서, 시장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 만들었다. 시장은 모두 그의 것이어야 했고, 그 외의 자가 군침을 흘리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경쟁자를 죽일 궁리에 밤낮이 없어서, 온몸에 털이 다 빠져나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탐욕이 무궁하여서, 그는 터럭을 모두 잃었으나, 그 대가로 석유 시장을 완전히 지배했다. 그는 석유의 황제였다. 미국의 모든 돈이 그의 주머니로 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저 기름은 다 록펠러 것이라오.” 뱅크시의 크루드 오일. [사진출처=소더비]](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0/mk/20260110093602140udln.jpg)
경제사에 길이 남는 회사 ‘스탠다드 오일’로 미국 제국을 기름칠했고, 전례 없는 기부로 미국에 윤을 낸 사나이. 홀로 미국 GDP의 3%를 차지한 남자, 존 D. 록펠러의 이야기다.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재산을 가진 인물로 빠짐없이 거론되는 사나이였다.


품행이 바른 어머니 엘리자는, 이 고통 속에서도 신의 뜻이 있을 것이라면서, 남편의 호색행위를 반면교사 삼아 자신의 행실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았다. 매일 새벽기도를 나가고,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뜻에 따를 것을 훈육했다. “일하고, 저축하고, 베풀라”는 목사의 말씀을 뼈에 새겼다.
거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워서, 존 D. 록펠러는 그녀를 본보기 삼아 하나님의 양으로 살기를 맹세했다. 무료 공립학교에 들어가 회계를 공부하고, 밤에는 집안일을 거드는 든든한 아들이 록펠러였다. 엘리자는 신의 저주와 같은 남편으로부터, 신의 축복인 록펠러가 태어난 신묘함에 탄복했다.

급여는 뛰었지만, 가족을 건사하기엔 빠듯한 액수였다. 부를 일구겠다는 록펠러의 야망을 충족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농산물이 수확되고, 유통되고, 시장에서 팔리는 경로를 모두 꿰뚫었으므로, 동업자와 어엿한 자기만의 회사를 차렸다. ‘클러크&록펠러’였다. 농산물 위탁판매를 업으로 하는 회사였다. 그의 나이 고작 20살이었다.

경쟁자들이 1리 앞을 보고 달릴 때, 록펠러는 1000리를 내다보는 눈이 있어서, 그는 농산물 위탁업 대신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렸다. ‘석유 산업’이었다.

고래를 구한 건 ‘검은 물’, 석유였다. 땅속에서 길어 올린 원유(crude oil)를 불에 가열하면, 등유가 뽑아져 나왔고, 고래기름만큼이나 활활 타올랐다. 그만큼 훌륭한 에너지원이라는 의미. 점점 더 많은 사업가들이 고래의 바다에서, 석유의 미국 들판으로 눈을 돌렸다.

허풍선과 다름없는 이 치들은 막 파낸 검은 물이 “진짜 고품질 등유”라면서 마구잡이로 팔아댔고, 순진한 사람들은 고래기름보다 저렴한 가격에 눈이 돌아서 “나도 부자놈들처럼 램프 한번 써보자”면서 덜컥 등유를 사들였는데, 램프에 검은 물을 담아 성냥불을 붙이자 기다렸다는 듯 폭발해버렸다. ‘정제’(Refining)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었다. 폭발 사고는 하루가 멀다고 벌어졌다. 사람들은 검은 물에서 악마를 봤다. 석유는 ‘악마의 불’이었다.

다른 어중이떠중이 사업자처럼 대중없이 대충 생산해서, 적당히 파는 방식과는 정반대로 행동했다. 록펠러는 독일 출신 천재 화학자 허먼 프레시와 손을 잡았다. 아주 정교한 정제를 위해서였다. 록펠러의 등유는 맑고 고왔다. 안전하게, 은은하게, 폭발하지 않고 타오르는 등유가 경이로워서,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스탠다드 오일’은 석유의 기준을 새로 세웠다.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상황은 반전했다. 그가 화학자 허먼을 부려서, 석유에 붙은 황 성분을 쉽게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원재료에서, 최고의 등유를 뽑아낸 마술사가 록펠러였다. 록펠러의 부는 가늠할 수 없었다.

석유 시장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으나, 스탠다드 오일의 경쟁자는 여전히 여럿이었다. 록펠러는 이 경쟁에 경기를 일으켜서, 스탠다드 오일만이 독점하는 세계를 새로 그리기 시작했다. 석유 시장은 신이 약속한 록펠러의 땅이었고, 이단자들이 존재해선 안 되는 땅이었다.
록펠러는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했다. 등유의 가격을 후려침으로써, 선전포고에 나섰다. 경쟁자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의 제품을 앞세웠다. 1860년 갤런당 58센트던 등유 가격을 1870년 26센트로 떨어뜨렸다. 철도 업자들로부터 막대한 운송 배송을 약속하면서, 배송 비용을 대폭 줄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텅 빈 기차가 두려운 업자들은 스탠다드 오일로 가득찬 기차가 기껍고 반가워서, 록펠러에게 경쟁사의 배송 현황까지 갖다 바쳤다.

공포에 떨던 경쟁자의 앞에 록펠러가 나타났다. 인수·합병을 제안하기 위해서였다. 록펠러의 표정은 단호했다. “회사를 넘기든가, 파산하든가.” 1872년 단 3개월 사이 클리블랜드에 있던 26개의 정유사 중 22개가 록펠러의 손으로 넘어갔다. ‘클리블랜드의 대학살’이었다. 경쟁의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에 치어서, 그의 털들이 송이째 흩날렸다. ‘전신탈모증’이었다.
세상은 록펠러를 ‘학살자’라고 불렀지만, 록펠러는 자신을 ‘정원사’로 여겼다. 스탠다드 오일이라는 장미가 돋보이기 위해서, 잔가지는 잘려야 하는 법이었다. 록펠러가 만든 에덴동산의 붉은빛이 장밋빛인지, 핏빛인지, 사람들은 헷갈렸다.


미국 의회는 이 신음에 놀라, 날뛰는 스탠다드 오일에 재갈을 물리는 반독점법을 통과시켰다. 셔먼 반독점법(Sherman Antitrust Act)이었다. (셔먼은 상원의원의 이름). 신문쟁이들은 이를 ‘반(反)록펠러 법’이라고 읽었다.
록펠러는 정치의 위에 있는 기업인이었다. 뉴저지에 스탠다드 오일 지사를 새로 세워서, 전국 지사를 지배하는 지주회사 구조를 창조해냈다. 뉴저지에서는 독점에 관한 규정이 느슨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었다. 반독점법은 독하고 날카로웠으나, 록펠러의 성은 그보다 더 견고하여서, 법은 록펠러 앞에서는 유명무실한 것이었다.


“모든 독점이 불법인 것은 아니며, 오직 ‘비합리적(unreasonable)’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행위만이 불법이다. 스탠다드 오일의 행위는 명백히 비합리적이고 약탈적이다. 스탠다드 오일은 34개의 기업으로 해체하라.”
승리의 여신은 미합중국에 미소 지었다.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독점 기업의 해체였다.

록펠러는 정치적으로는 패배했으나, 경제적으로는 크게 이겼다. 분열된 회사들이 각자 경쟁 체제로 들어가면서, 실적이 크게 뛰어서였다. 대주주인 록펠러의 재산도 덩달아 불어났다는 의미였다. 스탠다드 오일 뉴저지는 엑손으로, 뉴욕은 모빌로, 인디애나는 아모코로, 캘리포니아는 셰브론으로 다시 훨훨 날았다. 해체 전 록펠러의 재산은 3억달러였으나, ‘분할당한’ 후 재산은 9억달러로 3배나 증가했다. 미국의 첫 억만장자라는 왕좌에 앉은 사람은 록펠러였다.
셈할 수 없는 재산으로, 그는 신의 뜻을 잇기로 했다. 야수같은 정신으로 빨아들인 수익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3500만 달러로 시카고 대학교를 세운 뒤에는 주로 의료기관에 돈을 댔다. 1901년 설립된 록펠러 의학연구소가 대표적이었다.
![시카고 대학에 세워진 록펠러 채플. [사진출처=puroticorico]](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0/mk/20260110093623100bulx.jpg)
1935년 5월, 그가 97세로 눈을 감을 때, 그의 총 기부금액은 5억 4000만 달러였다. 수중에 재산은 겨우(?) 2500만 달러. 전성기 재산의 5% 미만이었다. 일하며 인류를 석유의 세계로 이끌었고, 베풀면서 인류의 삶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사나이, 존 D. 록펠러. 한때 세계의 모든 걸 가졌던 사나이는 맨몸이 되어 다시 신에게 돌아갔으나, 인류의 삶은 록펠러 전과 록펠러 후로 달라져 있었다. 경제 혁신은 물론, 독점에 대한 교훈까지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세워진 록펠러의 무덤. [사진츨처=THD3]](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0/mk/20260110093624373uknm.jpg)

ㅇ‘스탠다드 오일’ 창업자 존 D 록펠러는 1910년대 미국 GDP의 2.3%에 버금가는 부를 가지면서 역사상 최고 부자 중 하나로 통한다.
ㅇ그는 무질서한 석유산업에서 과학적인 정제 방식을 통해 석유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ㅇ경쟁을 극도로 혐오해서 저가 후려치기로 경쟁자들을 무차별적으로 시장에서 내쫓았다.
ㅇ미국 정부가 독점 혐의로 스탠다드 오일을 해체한 이후, 그는 자신의 부를 대부분 사회로 환원하는 기부의 전범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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