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삼성 반도체 특수… 평택 미분양 12% 줄었다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평택 브레인시티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영하의 날씨에도 레미콘 트럭 수십 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100m 넘게 줄지어 공사장 진입을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무더기 미분양 여파로 공사가 지연되며 적막감이 돌던 곳이다. 현장의 분위기를 바꾼 건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사 재개였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초대형 반도체 제조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지만, 2024년 초 글로벌 반도체 공급 과잉 부담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그 여파는 즉각 평택 부동산 시장을 강타했다. 그해 1월 361가구에 불과했던 평택의 미분양 아파트는 1년 만에 6438가구로 폭증했다. ‘수도권 미분양 무덤’이라는 오명이 붙은 것도 이때였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를 전격 재개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이 들어설 브레인시티도 활기를 되찾았다. 이곳 아파트 분양 현장에서 만난 건설사 관계자는 “10%에 그쳤던 분양 계약률이 삼성전자의 공사 재개 후 80%까지 치솟았다”며 “삼성이 셧다운에 들어가면 지역 경제가 죽고, 공사를 재개하면 살아나는 극적인 대비를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재개 한 달 만에 미분양 급감
수도권 최악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던 평택의 부동산 시장이 급반전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의 미분양 아파트는 3594가구로 전월(4067가구) 대비 11.6% 감소했다. 평택과 함께 부동산 침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히던 양주시의 미분양이 같은 기간 2397가구에서 2736가구로 14.1%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면서 아파트 가격 하락세도 사실상 멈췄다. KB부동산 시세 기준으로 평택시 아파트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은 10월 셋째 주(20일) -0.3%였지만 1월 첫째 주(5일)엔 -0.02%로 하락 폭이 축소됐다.
미분양 감소에는 10·15 부동산 대책의 초강력 규제가 평택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 공사가 재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삼성전자 직원과 협력 업체 이주 인력 등 탄탄한 실수요자들의 수요가 다시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아파트 견본주택 관계자는 “오늘 오전에도 2000년대생 삼성전자 직원 예비부부가 계약을 마쳤다”며 “과거 투자자 위주였던 시장이 실거주 70%, 투자자 30% 비율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택 내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평일에 20~30팀, 주말엔 100팀 가까이 방문한다”며 “방문객 10% 정도는 삼성 또는 협력사 관계자”라고 전했다.
◇주변 상권도 활력
삼성전자의 투자는 건설 현장을 넘어 평택의 골목 상권까지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단지가 들어설 평택 고덕동의 한 한식 뷔페 점주는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점심 손님이 30% 넘게 늘었다”며 “주변에 식당이 하나둘 새로 문을 여는 추세”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배후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평택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증가할 전망이다. 평택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중개사는 “다른 지역에서 온 신혼부부들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이 들어설 고덕동과 비전동을 중심으로 새로운 키즈 카페가 문을 열고 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상권이 규모를 키워가면서 평택의 중심지도 평택역에서 삼성전자 단지 쪽으로 움직이는 추세”라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평택의 사례는 기업 투자가 지역 부동산과 경제 생태계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방 미분양 문제의 근본 해법 역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 유치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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