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생 몰리는 1타 강사, 팬덤 지키려 '적중률' 에 목맨다
‘문항 거래’ 의혹 터진 사교육 민낯
![지난 5일 서울 대치동의 한 학원 입구에 수강생들의 성적을 적은 홍보물이 붙어 있다. 올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뉴시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0/joongangsunday/20260110001251138wjhs.jpg)
경기도 수지에서 중소 학원을 운영하는 정미랑(53) 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은 늘 족집게처럼 예상 문제를 찍으며 ‘적중률’을 높여줄 것을 요구하다 보니 문제 하나, 문항 하나로 학원의 생사가 갈리곤 한다”며 “몇몇 대형 학원이 아닌 이상 단지 수업을 충실히 진행하는 것만으론 이런 강한 압박을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문제 거래 의혹이 터질 때마다 강사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게 전혀 놀랍지 않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계청과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20년 19조4000억원에서 2024년엔 29조2000억원으로 4년 새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연평균 2조5000억원씩 증가한 셈이다. 올해는 사상 처음 30조원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사교육 시장이 커질수록 영향력은 소수 스타 강사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평택에서 고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김지민(47)씨는 “서울에서만 열리는 스타 강사 특강이나 설명회 소식을 접할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진다”며 “아이 실력보다 ‘어느 강사 수업을 듣느냐’가 입시를 좌우하는 구조에서 지방 학생들의 선택지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입시 플랫폼과 대형 입시업체의 구조도 이런 추세를 강화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 교육기업의 경우 한 해 매출 7040억원 중 1380억원을 강사비로 지출하기도 했다. 매출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강의 콘텐트보다 ‘누가 가르치느냐’가 매출을 좌우하다 보니 스타 강사 한 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스타 강사의 재계약을 둘러싸고 해당 업체의 주가가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에 대해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스타 강사는 이제 연예인 못지않게 팬덤을 가진 존재가 됐다. 이 정도면 교육이 아니라 연예 산업”이라며 “팬덤 경쟁이 과열되면 교육의 본질은 흐려지고 결국엔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구조는 신입 강사들에게도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강의를 시작한 지 2년째라는 30대 강사 이현민씨는 “조회수와 구독자수가 곧 몸값이 되는 구조에서 실력만으로 평가받긴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어떻게든 ‘이름값’을 증명해야 기회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수업 준비보다 숏폼 영상을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불거진 문제 거래 의혹을 사교육 구조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이른바 ‘1타 강사’ 쏠림 현상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 기형적인 입시 구조에서 빚어진 결과”라며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대입 경쟁은 완화되지 않으니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은 가중될 수밖에 없고, 이런 분위기가 족집게 스타 강사에 대한 의존도 심화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도 “스타 강사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주목받는 방법이 ‘적중률’이 되면서 수능 문항을 둘러싼 문제 거래 등 비정상적인 방법에 대한 유인이 커졌다”며 “수능 문항은 40만 명이 넘는 수험생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법적·제도적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법상 학교 교사는 형사 기소만으로도 직위해제가 가능하지만 학원 강사는 기소돼도 계속 강단에 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문항 거래나 유출은 단순한 사교육 비리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행위로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 교수는 “규제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만능 해법은 아니다. 스타 강사 몇 명을 제재한다고 오랫동안 왜곡돼 왔던 구조가 쉽게 바뀌진 않는다”며 “플랫폼과 입시업체의 책임 강화, 강사 계약 구조의 투명성 확보, 다양한 교육 콘텐트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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