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바꾸려다 지친 당신에게... '내버려두기'로 8만부 팔린 책의 조언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
Speaking words of wisdom
Let it be
비틀즈 'Let it be'
1970년 발표된 영국 록그룹 비틀즈의 노래 '렛 잇 비' 첫 구절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을 때 어머니가 들려주신 지혜의 말씀이 렛 잇 비(Let It Be), "그냥 내버려 둬"란다. 어머니치곤 무책임한 말인 것 같은데 이 노래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지금까지 명곡으로 꼽히는 걸 보면 울림이 적지 않은 말이기도 한 것 같다.
요즘 한국인의 심정도 저러한 듯 하다. 그들이 그러도록 내버려두라는 "렛 뎀(Let them)" 이란 제목의 책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으니. 미국의 작가이자 행동변화 코치인 멜 로빈스가 쓴 이 책은 미국에서 발간 직후 아마존 1위를 기록하더니 지난 여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자 마자 8만 부 이상 판매됐다. 책을 낸 비즈니스북스 박수연 팀장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내버려두자,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자'는 책의 메시지를 두고 자신이 행동하는 방식에 가장 크게 도움을 받았다는 이들이 많다"고 전했다.
렛 뎀! 그들을 바꿀 수 없다면 내려놓자
'렛 뎀'이란 메시지는 간단명료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그들의 감정은 내 것이 아니다. 내버려두라." 가정, 친구, 직장 등에서 타인과 교류할 때 다른 사람의 성격, 선택, 감정, 행동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화 내거나 좌절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이게 렛 뎀이라면 그 다음 단계도 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타인이 아닌 나의 행동, 업무, 감정 뿐이니 이걸 조절하는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렛 뎀에 이어지는 '렛 미(Let Me)'다.
그러고 보면 멜 로빈스는 폴 매카트니의 어머니 메리보다는 조금 더 책임감이 있어 보인다. 폴 매카트니는 '렛 잇 비'만 줄창 외쳐댔지만 멜 로빈스는 '렛 뎀' 다음에 '렛 미'라는 단계를 하나 더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냥 그들이 그러도록 내버려두는 것을 넘어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때도 모두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때가 됐을 때 실천 가능한 조언을 만들어 보고, 그리고 그걸 공유해보는 것 이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사실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만큼은 인정해야 한다.
내가 바꿀 수 없다면 '렛 뎀', 내가 끼어 들어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렛 미', 그럼에도 안된다면 '거리두기'. 의외로 간단한 원칙이다.
난 당신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렛 미!
좀 더 구체적으로 멜 로빈스가 말하는 렛 뎀, 렛 미는 구분해서 정리해보자면 이런 마음가짐이다.
※렛 뎀 방법론
1. 내가 뭔가를 좀 더 하면 나아질 것이란 마음을 버리자.
2.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의 생각, 말, 행동에 집착하지 말자.
3. 바꿀 수 있는 내 생각, 행동, 태도, 감정에 집중하자
※렛 미 방법론
1. 부정적 감정, 휘몰아치는 순간의 감정에 휩싸이지 않는다.
2.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감정을 분리한다.
3. 스스로 결론 내릴 수 있는 공간을 주면, 많은 경우 스스로 자기 생각을 바꾼다.
미국 등 세계 곳곳을 다니는 순회 특강 일정으로 바쁜 멜 로빈스와 이메일로 만났다.

- 렛 뎀(Let Them),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일단 내버려두라는 얘기는 오래된 지혜 같다. 이 개념을 어떻게 만들게 됐나.
"정확히 봤다. 렛 뎀이 오랜 지혜처럼 들리는 이유는 실제로 스토아철학, 세레니티 기도문, 불교 같은 오래된 철학을 단 두 개의 단어로 축약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출발은 사소하다면 사소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 아들의 프롬 행사(미국 고등학교 졸업파티. 남녀 모두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사교댄스를 춘다) 때 멋진 가족 사진 하나 찍으려고 모든 걸 지휘하고 통제하려는 엄마가 됐다. 그 때마다 딸이 나를 쫓아다니며 '그만 좀 통제하고 내버려두라'고 했는데 그렇게 딸이 '렛 뎀~' '렛 뎀~'을 반복적으로 얘기했을 때, 그 때 번개 맞듯 깨달았다. 아들과 친구들이 알아서 하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뭐지. 그 이후 스트레스 받을 때나 서운한 일이 생길 때면 '렛 뎀'을 되뇌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내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다른 사람, 그러니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그들의 말, 행동, 기대 같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깨달음을 몇 달이나 되뇌다 렛 뎀 뒤엔 렛 미(Let Me)가 따라와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세레니티 기도문이란
"하느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의 평화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세레니티 기도문(Serenity Prayer)은 평온함을 구하는 기도라는 의미로 미국의 신학자 라인홀드 니버가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명상, 멘탈 관리, 스트레스 조절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인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라 했다.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상대를 바로 잡아 주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대개 애정과 관심으로 포장된다. 그에 비하자면 렛 뎀은 자칫 무관심이나 방임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그렇다. 모두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 지켜보는 사람의 마음에 들지 않을 지 언정. 그 땐 무조건 속으로 '렛 뎀'이라고 외치는 거다. 한 번 외치기 시작하면 아마 내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외쳐야만 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랄 거다. 모두가 스스로는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들을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바꾸려 든다. 하지만 그건 통제다. 그렇기에 렛 뎀은 오히려 무관심이나 방임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존중이다. 당신과 당신이 일하는 방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동시에 그렇기에 렛 뎀 뒤엔 반드시 렛 미가 따라와야 한다. 렛 미 비 히어(Let me be here), 그러니까 당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그 때는 내가 '현명한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판단과 의견을 내려놓는게 좋다."
남 탓 보다 내가 원하는 관계를 만들어 내자
-의외로 소소한 것 하나 하나까지 다 보고받고 결정하길 좋아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 문제가 많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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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성 선임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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