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KMN 작업법으로 일해보면 어때요?”
작가의 업무효율 높이는 비법으로 인기
“아직도 번역 잘하고파…70살까지 쭉”

번역가를 찾아서 1 김명남 번역가
김명남 번역가의 우편함에는 가끔 특별한 선물이 도착한다. “KMN 작업법 덕분에 책을 완성했다”는 인사와 함께 갓 출간된 저서가 배달되는 것이다. 지난해 말 ‘한겨레가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된 ‘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저자 역시 책 서두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KMN으로 집중적으로 일한다’고 밝혔다.
김명남의 영어 이니셜을 딴 ‘KMN 작업법’이란 40분 일하고 20분 쉬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법이다. 이 60분의 단위를 ‘1KMN’이라 부른다. 실천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오늘 몇 KMN을 할지 정한 뒤 종이에 그 횟수만큼 쓴다(예를 들어, ①②③④⑤⑥⑦⑧). 되도록 정각에 시작하면서 40분 뒤 알려주는 설정된 타이머를 켠다. 40분간 집중적으로 작업한 뒤 타이머가 울리면 무조건 일어난다. 1KMN을 했다고 표시하고 20분간 쉰다. 다시 정각이 되면 무조건 자리에 앉는다. 이런 식으로 목표한 KMN을 채울 때까지 반복한다.
이 방식은 추상적인 노동 시간을 시각적인 구조로 치환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 18년 전 전업 번역가의 길로 들어선 그는 “출퇴근 없이 마구잡이로 일하다가 허리가 아파져서” 이 방법을 고안했단다. 그는 이 작업법으로 일하면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 130권의 책을 번역했고, 국내 유수의 번역상을 세 차례나 받았다. 그가 우연히 이 작업법을 에스엔에스에 올렸다가 작가나 프리랜서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는데, 나중에는 감사 인사까지 받게 된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전집을 사 오면 일주일 만에 다 읽어서 부모를 난감하게 만들 정도로 책을 좋아했다. 과학고등학교 재학 시절 친구들이 수학·물리 올림피아드를 나갈 때 그는 영어 경시대회에 나가 상을 탈 정도로 영어를 좋아했다. 이미 중학교 시절 ‘번역가’라는 직업에 눈길이 갔고, 카이스트 재학 시절엔 이윤기·김석희·안정효·김화영 등 번역가 이름으로 책을 골라 읽으며 혼자 번역을 공부하기도 했다. 학업을 마치고 동아일보에서 책 담당 기자로 일한 뒤 알라딘 서점으로 이직해 번역을 겸업하다 결국 번역가로 전업하기까지의 과정은 결국은 ‘책’의 세계로 수렴해 가는 과정이었다.
첫 번역작은 ‘마음이 태어나는 곳’이라는 인지과학서였다. 출판계에서 이과 출신이 일하는 경우가 드물던 시절이라, 그의 이력만 보고 번역 경력도 없던 그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낮에는 서점에서 일하고 밤에는 번역을 했어요. 당시 집에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사전을 찾아가며 씨름했는데 너무 재미있었어요. 책이 출간되자 바로 다른 번역 의뢰가 들어와서 2년 정도 겸업을 하다가 전업을 결정했어요. 번역가로 살기로 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하게 되는 일을 하고 싶었고, 또 뭔가 기록으로 남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첫 책을 낸 지 9년 만인 2014년 한국출판문화상 번역상을 받았다. “그때 제가 존경하던 김석희 번역가가 심사 위원이었어요. 그분을 직접 뵌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흥분됐지요.” 이후 롯데출판문화상 번역상,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한국과학기술도서상(번역 부문)도 받았다.
전업 초기 10년은 오직 삶에서 ‘번역’만 있던 시간이었다. 주말도 없이 하루 13KMN씩 소화하며 1년에 9∼10권의 책을 번역하기도 했다. 그러다 육체적 한계와 번아웃이 찾아오면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일의 문법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하루에 5∼6KMN만 해요. 원래는 집에서 일했는데 이제는 공유 오피스에 출근해서 일하죠. 다른 사람에게도 하루 6∼8KMN만 하라고 해요. 오늘 12KMN을 하면 내일은 4KMN밖에 못해요. 그것보다는 매일 8KMN씩 하는 게 총 시간은 같더라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리듬입니다. 이 작업법은 일을 많이 하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해요.”
과학책 전문 번역가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면서 저서 출간이나 강의 요청도 종종 있지만 그는 다 거절하고 여전히 번역에만 전념한다. “아직은 번역을 더 잘하고 싶거든요. 작가들이 아름다운 과학책을 계속 써주신다면, 70살까지 계속 번역하고 싶습니다.”
그에게 번역가가 갖춰야 할 자질 딱 한가지만 꼽아달라고 했다. “읽는 것에 재미를 느껴야 해요. 번역을 하게 되면 그 텍스트를 최소 5번은 읽어야 하거든요. 세상에 원문과 나밖에 없는 그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 시간이 지루하면 하기 어렵죠. 원문과 나의 관계에 푹 빠질 수 있는 조금은 집착적인 성격이 있어야 할 거 같습니다.”(웃음)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이런 책들을 옮겼어요

중국계 미국인 과학 저널리스트가 해양생물을 소개하는 과학책과 자신의 성장담에 해당하는 자전적 회고록을 아름답게 교차시킨다. 퀴어, 혼혈, 논바이너리로서의 정체성과 이민자 가정의 배경을 지닌 저자가 다층적 시선으로 자연과 인간을 연결한다. 김 번역가는 “해양생물들과 자신의 삶을 교직시키며 풀어가는 독특한 형식이 새로운 읽는 재미를 준다”고 평했다.
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아르테(2025)

나쁜 동물의 탄생
어떤 동물은 귀여움을 받고 어떤 동물은 미움을 받는다. 심지어 같은 동물이라도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180도 달라진다. 인간의 욕망과 필요, 이데올로기와 과학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김 번역가는 “이 책은 인간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특정 동물을 유해 동물화하는지 알 수 있고, 또 이 엉킨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알려준다”고 전했다.
베서니 브룩셔 지음, 북트리거(2025)

들풀의 구원
영국의 시인이 언니의 죽음과 아들의 지병 등 인생의 상실과 고통을 야생의 정원을 가꾸며 치유해 나간 10년의 과정을 그린다. 삶의 조각들을 데이지, 민들레 등 90개의 들풀과 연결 지으면서 자연의 생명력과 복원력을 생생하게 전한다. 김 번역가는 “저자의 고통과 치유의 여정이 나를 비롯한 중년 독자들의 상실을 위로하고 앞으로 살아갈 용기를 준다”고 귀띔했다.
빅토리아 베넷, 웅진지식하우스(2024)

행동
인간 본성의 잔인함과 이타성, 그 이상하고 독특한 양면성에 대해 신경생물학부터 유전학, 사회생물학과 심리학까지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분석한다. 올리버 색스가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고 칭한 신경과학자가 10년 이상 집필한 대작이다. 김 번역가는 “인간의 변치 않는 본성에 대한 책은 늘 일상과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추천했다.
로버트 M. 새폴스키, 문학동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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