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책임 떠넘기는 나쁜 말... 불안, 청년 탓 아니다" [인터뷰]

신은별 2026. 1. 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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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표류기]
<4> 답은 있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취업 준비 청년' 인턴기자 질문에 답하다
편집자주
청년들은 불안하다. 어느 세대보다 준비된 세대이지만,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년 역대급이다. 졸업 후 구직이 공식이 되면서 단기 경험을 전전하는 '조각 청년'이 늘고 있다. 2026년 새해, '아프니까 청춘'이 아닌 '불안이 일상'인 청년들의 취업 현실을 구조적으로 짚어보고, 그들의 희망과 대안을 함께 모색한다.

청년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하지 못한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취업자(349만 명)는 39개월 연속, 고용률(44.3%)은 19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청년 71명 중 44명(72.1%)은 대외활동을, 28명(45.9%)은 취업 스터디를 했고, 어학연수(22명·36.1%), 취업 컨설팅(21명·34.4%)도 열심히 받았다(복수응답).

'역사상 이렇게 열심히 산 청년들이 없다'는 말을 들으며 취업에 도전하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으니 불안은 커지고 지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번아웃 경험 청년 비율은 32.2%(2024년),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건 진로 불안(39.1%)이다(국가데이터처).

그리고 지난해 10월 기준 '쉬었음 청년'으로 분류된 '2030'은 73만6,000명에 달했다. 특별한 사유가 있거나 교육·훈련 중이 아닌데, 일하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적극적이지 않은, 이른바 쉬었음 청년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이상헌(윗줄 왼쪽)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턴기자 3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국장 시계 방향으로 황은서·김태현·박지연 인턴기자. 임지훈 인턴기자

그렇다면 이 같은 아이러니를 해결할 수 있는 걸까. 한국일보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을 지난달 18일 만나 그 방안을 물었다. 이 국장은 2018년 한국인 최초로 ILO 국장에 올랐다. 인터뷰는 한국일보 인턴기자 3인(김태현·박지연·황은서)이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생으로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고민하는, 청년 당사자다.

이 자리에서 이 국장은 말했다. "불안한 감정이 들고 지쳐버린 건 본인 탓이 아닙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데 그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니 불안하고 지칠 수밖에요. 세상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 압박을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보다 크게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다음은 이 국장과의 일문일답.

-취업 준비에서 느끼는 불안. 불필요하게 과장된 감정일까.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의 청년 고용 지표는 꽤 괜찮다. 일자리 총량 면에선 좋다. '일자리가 많은데 청년이 일을 안 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말도 어느 정도 근거는 있는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자리 질'이다. 일자리 질은 계속 나빠졌다. 좋은 일자리에 청년이 진입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그 불안이 확산하면서 비관으로 굳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2024년 한국 청년실업률은 6.4%로 OECD 평균 11.1%보다 낮다. 다만 이 지표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포괄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다.

-불안하니까 스펙을 쌓는 데 몰두하게 된다. 인턴십의 경우, 워낙 경쟁이 심해 '금(金)턴'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직업상 전 세계 수많은 국가 청년들을 만난다. 단언컨대 한국 청년은 스펙 면에서 최상위다. 그럼에도 취업 준비에 있어 한국은 정도가 과하다. 일부 그룹이 아닌, 청년 모두가 스펙 쌓기에 몰두한다. 굉장한 사회적 낭비다.

특히 기업은 개인이 이를 다 쌓고 회사에 들어오기를 바란다. 기업은 누군가 쌓은 경험, 기술, 숙련도를 활용해 이윤을 얻는다. (자신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스펙을 안 쌓은 게 개인 잘못처럼 인식되면, 청년들의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것을 가져야 하지 않겠나. 그러다 보니 과잉 스펙을 쌓게 된다. 물론 더 근본적으로 스펙 경쟁은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설문에 응한 취업 준비 청년 61명 상당수는 스펙을 쌓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었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 과정에서 이 국장은 "청년들이 '일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학교가 '기술 교육'을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기업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들이 말하는 기술 교육이 '오늘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개별 기업 수요에 꼭 맞는 기술을 어떻게 학교에서 교육하나. 아울러 기술 변화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때 너도나도 말했던 '코딩 교육'처럼, 학교에서 교육하는 특정 기술이 나중에는 큰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공교육이 보완해야 할 점은 분명 있다. 첫 번째는 소프트 스킬(Soft skill·타인과의 의사소통, 협업 등 대인 관계 능력)을 교육했으면 한다. '일을 한다'는 건 어찌 보면 새로운 문제에 적응을 하는 과정인데, 이는 집단적 논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일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하는 지식들을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 청년들은 일에 대한 대가·가치를 주장하는 데 샤이(shy·부끄러워하는 또는 수줍어하는)하다. 일하는 사람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줄 알아야 한다."

-청년들은 대기업에 가기를 원하지만 모두가 취직할 수는 없다.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경향이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고 나쁨을 기준으로 일자리가 나뉘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각 그룹이 분절돼 있고 하위그룹에서 상위그룹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없다면 청년들 입장에서는 '첫걸음 떼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어느 곳에 취업하느냐가 향후 20, 30년을 결정하는 것이니 첫 직장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한국이 그렇다. 한국에서 '쉬었음 청년'이라고 부르는 청년이 많아진 이유 중 하나다. 첫걸음을 잘못 뗐을 때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는데 섣불리 취직할 수 있겠나. 그러니 1년이든, 2년이든 일을 하지 않고 그 시기에 뭔가를 더 준비해 더 나은 일자리로 진입하겠다는 건 청년 입장에서 합리적 선택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므로 '제약된 합리성'이라고 봐야 한다."

'니트'(NEET)는 고용·교육·훈련 중이 아닌 사람을 뜻한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쉬었음'이라는 국내 통계 용어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와의 비교에 활용된다. 한국은 니트 청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높다. 그래픽=이지원 기자

실제로, 한국의 쉬었음 청년 현상은 다른 국가보다 심각하다. 쉬었음 청년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단어이므로, 국제사회 비교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고용·교육·훈련 중이 아닌 사람) 청년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4~2022년 OECD 주요 국가의 니트 청년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 니트 청년 비중은 2022년 기준 18.3%로 이탈리아(22.9%), 멕시코(19.5%)에 이어 3위에 올랐다. OECD 평균(12.6%)보다 5.6%포인트 높다. 특히 한국은 2014년(17.5%) 이후 니트 비중이 증가하며, OECD 추세(2014년 15.7%→2022년 12.6%)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쉬었음 청년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의지박약이라거나 무능하다고 여긴다.

"프레임(시각의 틀)이 중요하다. '쉰다'고 표현하면 취업난을 개인의 문제로 치환해 버린다. 쉬었음 청년이라는 표현은 그러므로 굉장히 나쁘다. 무책임한 표현이다. 쉬었음 청년을 영어로는 '비활동적'(inactive)이라고 표현한다. '노동시장에서 활동하지 않는다'는, 객관적 표현이다. 이렇게 사안을 바라봐야 '이들이 활동 상태(active)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된다."

-단기 노동을 하는 사람이 많다. 쿠팡으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업에서의 물류, 배달 등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사고를 친다는 점과 별개로, 그런 형식의 플랫폼은 필요하다. 누군가는 배달을 해야 한다. 단기 노동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살아도 될까요, 안 될까요'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정당한 소득 내지는 안정성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유용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먹고살기 힘들다면,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지난달 17일 서울에 위치한 쿠팡의 한 물류센터에서 노동자가 쿠팡이라고 적힌 트럭 문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을 대체할 것이라고들 한다. 노동을 안 하고 사는 날이 올까.

"그런 세상은 안 올 것이다. 새로운 노동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생긴다. '디지털 경제' 열풍 속에서 배달업 및 창고업 일자리가 가장 많이 생겨나지 않았나. AI가 사람의 일을 없앨 것 같지는 않지만, 좋은 일자리가 생기지는 않을 것 같아 그게 걱정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거리에 나가 싸우라는 얘기가 아니다. 목소리를 내라는 뜻이다. 청년 정치가 힘을 가져야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이 세진다. 청년 일자리 문제엔 먹구름이 계속 몰려오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더 많이 들어올 것이고, 고령화는 가속화할 것이다. 기성 세대가 청년 문제를 잘 챙겨줄지 모르겠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
팀장: 김동욱(경제부)•신은별(엑설런스팀)
취재: 한소범•이유진(엑설런스팀), 황은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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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① 조각 경력
    1. • '한 식구'라더니 또 계약 종료... 몇 달짜리 '조각 경력'만 남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718410005914)
    2. • "끈기가 없어" 병 치료한 청년에게 돌아온 말...'쉬었음' 72만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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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젊고 경력도 있으면 좋겠어요"...신입 취업, 불가능한 도전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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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경력 절실 청년들 위해 '확' 늘린 '일 경험'... "실제 채용에 연계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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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② 20세기 스펙
    1. • "시간이 나만 두고 간다"...'풀스펙' 청년 갉아먹는 22개월의 '무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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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역량만 본다더니 지원서엔 '스펙' 칸만 13개... 안 채우면 다음 단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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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SNS 홍보시키고 활동비는 0원...청년 서포터스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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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취준생 불안 먹고 자란다… 몸집 불리는 '스펙 비즈니스' 생태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916120002659)
  3. ③ 동상이몽
    1. • "고스펙 아니어도, 인턴 경험 없어도 된다"...기업 인사팀이 전하는 '채용의 기준'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716550001615)
    2. • "서울사무소 냅니다, 대학생 뽑으려고"...지방 중기의 생존 구애, 외면하는 청년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815190004124)
    3. • 대학은 현실을 외면하고, 중소기업은 친절하지 않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415000004668)
    4. • 부산으로 해수부가 내려왔지만… 청년 일자리는 따라오지 않았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2210300003815)
  4. ④ 답은 있다
    1. • 청년 일자리 정부 정책이 2000개나 되는데...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가 없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416350001728)
    2. • 유럽 청년들도 취업 현실은 고달프다… "그래도, 바꿀 수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913190003569)
    3. • "쉬었음 청년? 청년에 책임 떠넘기는 굉장히 나쁜 말" [인터뷰]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121921010004743)

 

정리=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김태현 인턴 기자 huy229@naver.com
박지연 인턴 기자 partyuy1@gmail.com
황은서 인턴 기자 hes0803@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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