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감으로 할 필요 없어요" 세계 첫 모유 수유 측정기 만든 아일랜드 기업
'엄마의 감'→ 데이터화 역발상
인공지능 없이 '엄마들의 숙제' 푼
2월 유럽서 첫 출시 예정

몇 번이나 실패했냐고요? 수천 번이죠. 아기 입에 닿기 때문에 안전성은 타협 대상이 아니었으니까요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언베일드 행사장 서편 끝에 마련된 유럽 부스 '유레카 파크' 끝자락. 산부인과를 떠올리게 하는 에메랄드 색상의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콘택트렌즈 보관함처럼 생긴 작은 용기를 열어 보이자 젖병 꼭지 모양을 한 얇은 실리콘 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일랜드 스타트업 코로플로의 초미세 유량계 '코로(coro)'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산모가 이 실리콘 기기를 가슴에 착용한 뒤 수유를 시작하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아기가 섭취하는 모유의 양이 실시간으로 그래프로 나타난다. 로잔 롱모어 코로플로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초의 정밀 수유 모니터링 장치"라며 "2017년 창업 이후 제품화에만 10년 가까이 걸렸다"고 말했다.
'인류의 필요' 읽어낸 AI 없는 혁신

센서 기술만으로 승부했음에도 코로플로 부스에는 관람객이 몰렸다. 산모의 감에 의존했던 것을 측정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낸 것이 주목받은 이유다.
롱모어는 기기 끝 원뿔 모양 돌출부를 가리키며 기술력의 핵심인 '마이크로 플로 센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콘택트렌즈만큼 얇은 실리콘 구조 안에 수백 가지 부품을 집어넣어야 했다"며 "재료공학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고 했다. 아기가 적정량을 먹고 있는지 몰라 불안해하던 부모들의 해묵은 난제를 과학으로 풀어낸 것.
특히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의 입에 닿아도 문제가 없어야 하고 산모의 피부와 이질감이 없게 디자인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새끼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팁 안에서 액체의 흐름을 포착해야 하는 까다로운 공정 탓에 유럽 의약품청(EMA)의 엄격한 인증 과정을 통과하기 위해 시행 착오를 반복해야 했다.
실패를 응원하는 생태계가 만든 결실

그는 "엄마는 아기가 배가 고픈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기기를 앱과 연동하면 수유 중 아기가 먹은 양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기가 울 때 배가 고픈지, 졸린지,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지 등 여러 변수를 따져봐야 하는데 적어도 '배고픔'이라는 한 가지 변수는 지울 수 있는 셈이다.
수천 번의 실패 앞에서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던 힘은 아일랜드 정부와 유럽연합(EU)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롱모어는 "창업 초기 아이디어 단계부터 공공 부문의 도움을 받았다"며 "수없이 실패했지만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을 입증했기 때문에 지원이 끊기지 않았고 결국 독보적 기술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코로는 2월 유럽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미국에서는 올해 말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박지연 특파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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