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숲… 베어내야 ‘같이’ 산다[도시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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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산림 생태계 파괴 현장이 아니다.
제주의 360여 개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그 울창한 숲길을 지나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베어진 삼나무들이 무덤처럼 쌓인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제주 중산간 곳곳을 채운 삼나무는 사실 제주 고유종이 아니다.
하지만 거문오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이 '쑥대낭'은 걸림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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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글 = 윤성호 기자
이곳은 산림 생태계 파괴 현장이 아니다. 제주의 360여 개 오름 중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그 울창한 숲길을 지나 정상 부근에 다다르면 베어진 삼나무들이 무덤처럼 쌓인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세계자연유산인 이곳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다행히 이 풍경은 훼손이 아닌 ‘치유’의 과정이다. 제주 중산간 곳곳을 채운 삼나무는 사실 제주 고유종이 아니다. 일본이 원산지인 삼나무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1970∼1980년대 산림녹화 사업 당시 제주에 뿌리내렸다. 온난하고 습한 기후 덕에 ‘쑥대낭(쑥쑥 크는 나무)’이라 불릴 만큼 빠르게 자라며 황폐한 산을 푸르게 덮었다.
하지만 거문오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 과정에서 이 ‘쑥대낭’은 걸림돌이 되었다. 거문오름은 용암이 흘러 만든 20여 개의 동굴과 독특한 지질학적 가치를 지녔지만, 빽빽한 인공림이 생태적 진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았다. 빽빽한 삼나무는 햇빛을 차단하고 특유의 독성 물질을 내뿜어 하층 식생의 발달을 막기 때문이다. 결국 유네스코는 생태계 복원을 전제로 거문오름의 등재를 조건부 승인했다.
이에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인공림을 걷어내고 숲의 주인을 되찾아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2016년부터 삼나무를 간벌하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어두웠던 숲 바닥에 빛이 들면서 생물 다양성이 회복되고 천연림과 유사한 생태 구조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간벌된 두 그루의 거대한 삼나무 둥치 사이, 작은 여러해살이풀인 ‘알꽈리’가 싹을 틔웠다. 외래종인 삼나무를 걷어내니 비로소 제주의 숨결을 머금은 생명들이 깨어나고 있다.
■ 촬영노트
파괴가 아닌 공존을 위한 ‘비움’이 거문오름을 더욱 푸르게 만들고 있다.
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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