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집 마련하는 40대 김 차장, 어떤 대출이 유리할까

# 경기 동탄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매수했다. 토지거래허가 승인 신청을 위해 매매 약정서를 작성한 뒤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담을 받던 그는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적잖이 놀랐다. 은행들이 제시한 주담대 금리는 연 4.2~4.6% 수준이었다. 그나마 A 씨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에 재직 중이고 대출 규모도 크지 않아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대출 상담을 받은 지인의 경우 금리가 5%대까지 올라가면서 이자 부담이 더 커졌다.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직장인 B 씨는 지난해 변동금리 주담대를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 대출 당시 적용 금리는 연 4%대 초반이었지만 최근 재산정 이후 금리는 6% 수준까지 올랐다. 6억원을 대출받은 B 씨의 월 이자 부담은 약 90만원 늘어났다. B 씨는 “비용이 너무 크게 늘어나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토로했다.
서울에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차주들은 요즘 계산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아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였지만 최근 들어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은행권 전반의 금리가 오르면서 이런 분위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차주들이 은행별 상담받은 금리를 공유하며 체감 금리 부담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주담대 금리 7%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5년 고정형 금리는 1월 6일 기준 연 3.94~6.24%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년 전(연 3.25~5.75%)과 비교해 하단은 0.69%포인트, 상단은 0.49%포인트 각각 오른 수치다.
6개월마다 금리가 조정되는 변동형 주담대 금리도 연 3.77~5.87% 밴드를 형성하며 상단이 6%에 근접했다.
인터넷은행의 금리는 하단과 상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카카오뱅크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 밴드는 연 4.317~6.135%, 케이뱅크(아파트담보대출)는 연 4.46~8.13%로 파악됐다. 5년 고정형 기준으로는 카카오뱅크가 연 4.139~5.889%, 케이뱅크는 연 4.37~7.83% 수준이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거나 소득 대비 대출 비중이 높은 차주 가운데는 7%를 넘는 금리를 부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리 산출 기준에는 차이가 있다. 5대 은행은 신용등급 3등급 차주를 기준으로 한 반면 인터넷은행은 전체 차주를 대상으로 산출한 수치다.
이제 막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차주뿐 아니라 저금리 시대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택을 매수한 차주도 비상이다. 예를 들어 2021년 5억원을 연 2.3% 금리로 30년 만기 원리금 균등상환 대출을 받은 차주의 월 상환액은 약 192만원이었다.
하지만 5년 뒤 금리가 하단인 3.9%로 재산정되면 월 상환액은 236만원으로 한 달에 44만원 늘어난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0만원 이상 추가 부담이다. 금리 상단인 6.2%가 적용되면 월 상환액은 306만원까지 치솟아 5년 전보다 매달 114만원을 더 내야 한다.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1360만원에 달하는 금액이 이자로 새어나간다.
새해 들어 가계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잇따라 조정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이 커졌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은 고정형 주담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0.58%에서 0.75%로 올린 반면 변동형은 0.58%에서 0.55%로 소폭 내렸다. 신한은행은 변동형을 0.59%에서 0.69%로 인상했으며 고정형은 0.59%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변동형 수수료를 0.73%에서 0.95%로 올린 반면 고정형은 0.73%에서 0.71%로 소폭 인하했다. 하나은행 역시 변동형을 0.66%에서 0.78%로 올린 대신 고정형은 0.66%에서 0.65%로 내려 조정했다.
대환대출 금리 역시 일반 주담대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도 제한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5년 고정형 주담대 대환대출 금리가 4.32%로 신규 주담대 금리(4.1~5.30%)의 하단보다 높다.
◆왜 오르나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조정한 배경에는 금융채 금리 급등으로 인한 자금조달 비용 상승이 자리한다. 1월 6일 기준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3.50%로 지난해 11월 초(3.15%) 대비 0.35%포인트 상승했다. 반년 전(2.86%)과 비교하면 0.64%포인트나 올랐다.
대출금리는 당분간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환율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1400원 중반대에 머물러 있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에 은행들이 주담대에 우대 금리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정부가 정책자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은행이 대출 재원으로 쓰는 금융채 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 국채 발행이 늘면 신용도가 높은 국채부터 팔리기 때문에 은행은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요인까지 겹쳤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하게 성장하면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했다. “Fed가 생각보다 금리를 오래 높게 유지하겠구나”라는 신호가 시장에 전달됐고 미국채 금리는 상승했다. 더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미국채 금리가 오르면 국내 시장 금리도 투자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용 상승이 고스란히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것이다.

◆고정금리가 낫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에서 집을 살 계획인데 12개월 변동금리와 3년·5년 고정금리 중 어느 쪽이 나을까’, ‘연초에 매수하는 게 유리할까’, ‘금리는 좀 낮은데 부수거래 조건이 까다로운 곳은 피하는 게 나을까’ 등의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함께 ‘한 달 새 금리가 0.5%포인트나 올랐다’, ‘지역농협은 지점별로 대출 심사를 넣으면 중복으로 처리돼 거절될 수 있어 한 곳만 신청해야 한다’ 등 실제 상담 과정에서 얻은 정보도 공유되고 있다.
정부가 가계대출이 특정 시기에 집중되지 않도록 주목하고 있어 연초라고 해서 반드시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연말에는 은행들이 연간 대출 목표를 이미 달성한 경우 대출을 제한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연말 주요 은행들은 잇달아 대출 문을 걸어 잠근 바 있다.
통상 은행들은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고정금리형보다 낮게 책정한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에서는 차주들에게 고정금리형을 권하고 있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앞으로도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11월 2.81%로 전월(2.57%) 대비 0.24%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전월보다 0.05%포인트 올랐던 점을 고려하면 한 달 새 상승폭이 5배 가까이 확대된 셈이다.
또 은행들이 자금 유치를 위해 예·적금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는 만큼 코픽스 역시 당분간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픽스는 예·적금과 금융채 등 은행의 자금 달 비용을 반영하는 지표로 예·적금 금리인상은 코픽스 상승 요인 중 하나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정금리 4%를 선택했는데 이후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지 못하는 정도에 그친다”며 “반면 경제 여건 악화로 시장 금리가 급등할 경우 변동금리의 상단이 어디까지 오를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 집을 살 경우 소득의 약 40%를 주담대 원리금을 갚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구입부담지수는 전국 평균의 2.6배인 155.2로 전분기(153.4)보다 1.8포인트 뛰었다. 이 지수가 155.2라는 것은 가구당 ‘적정 부담액’의 155.2%를 주담대 원리금으로 부담한다는 의미다. ‘적정 부담액’은 소득의 25.7%로 소득의 40%(25.7%×155.2%)를 주담대 원리금으로 부담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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