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책의 기준? 어린이를 닮은 그림책! [.txt]

한겨레 2026. 1. 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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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숙의 내일의 그림책
용기를 내, 비닐장갑! l 유설화 글·그림, 책읽는곰(2021)

2025년은 ‘그림책의 해’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을 비롯해 여러 그림책 관련 단체들이 모여 활동을 했었다. 지난해 연말, 결과 공유회에 참여했다. 흥미로웠던 발표는 ‘어린이가 직접 뽑은 그림 책상’이다. 도서관·서점·학교 등 70곳에서 2만1558명 어린이 투표로, 2024년 출간 그림책 20권 가운데 1·2위가 선정됐다. 1위는 ‘고추장 vs 짜장 떡볶이 대결’(보영 글, 허아성 그림, 크레용하우스), 2위는 ‘거꾸로 토끼끼토’(보람 지음, 길벗어린이)였다.

‘어린이가 뽑은 책’이란 말은 그림 작가 김재홍이 받은 두 개의 상을 통해 처음 접했다. 2006년 아동문학 작품 ‘고양이 학교’는 프랑스 아동문학상 ‘앵코륍티블상’을, 2007년 ‘영이의 비닐 우산’은 ‘브라티슬라바 그림책 비엔날레(BIB) 어린이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두 책은 어린이의 흥미를 끄는 소재,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 이미지, 생생한 캐릭터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무엇보다 공감을 일으키는 강력한 서사가 필수적이다.

그림책은 어린이를 염두에 두고 출발한 장르이며, 10여년 전까지도 어린이가 가장 중요한 독자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림책이 전 연령을 포괄하게 되면서 작가마다 주요 대상층이 유아, 초등 이상, 어른 등으로 나뉘기도 한다.

우리 그림책 계에서 유독 어린이의 사랑을 많이 받는 작가가 있다. 바로 유설화 작가다. “어린이는 늘 먼저 다가와 주고 작은 이야기도 귀 기울여주고 제가 잘 모르거나 무언가 잘못했을 때도 솔직하게 말하면 다 이해하고 용서해 줘요.” 작가가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난 경험이다. 아이들의 세계가 늘 궁금한 그는, 아이들이 말할 때 귀를 쫑긋하게 되는데, 그때 들은 이야기가 작품에 곧잘 반영된다.

작가의 작품에는 어린이를 너무나도 닮은 캐릭터와 함께 그들의 생각과 행동이 가득 담겨 있다. 그가 쓴 ‘장갑 시리즈’ 그림책은 “우리 얘기를 만들어 주세요” 하는 부탁을 받고 시작됐다. 이 시리즈에는 욕심쟁이 레이스 장갑, 발명왕 목장갑 등 온갖 캐릭터의 장갑 친구들이 나오는데, 교과서에도 실린 ‘용기를 내, 비닐장갑!’에는 소심한 겁쟁이 비닐장갑이 나와 공감과 응원을 불러일으킨다.

장갑 친구들은 색연필을 사용해 매우 꼼꼼하게 채색됐는데도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색이 살짝 삐져나오는 외곽선과 어쩐지 투박하게 느껴지는 색면으로 인해 인간미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장갑을 끼다 보면 늘어져서 약간 어눌해지는 느낌까지 담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 수긍이 간다. 여기에 장갑들이 짓는 섬세한 표정들이 어우러져 그림책을 펼치면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작가가 창작할 때 예상하고 설정한 독자를 ‘내포 독자’라고 한다. 그림책은 실제 독자가 어린이일 때 이미 어른인 작가가 생각한 내포 독자와 간극이 클 가능성이 가장 큰 장르이다. 작가들 역시 늘 염려하는 지점이며, 이는 ‘나는 어린이를 잘 모르겠다’거나 ‘어린이로 독자를 한정하는 것은 그림책을 제약하는 것이다’라는 우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림책은 인간의 본질과 삶의 정수를 다루는 매체’라고 할 때, 여기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어린이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은 어린이와 본질적으로 통한다.

그림책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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