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재탄생] “무엇이든 만들어보세요”…층마다 피어나는 ‘창작의 꽃’

성지은 기자 2026. 1. 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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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재탄생] (38) 경기 성남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 꿈꾸는예술터’
여중 폐교 직전 시작된 문화공간 대전환
손으로 빚고 카메라로 담는 창의 실험실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 맞춤형 교육 제공
“누구나 환영받고 함께 누리는 열린 쉼터”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폐교가 문화예술의 둥지로 다시 태어났다. 경기 성남 영성여자중학교는 학생수 감소로 2019년 문을 닫았다. 교정이 활기를 찾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20년 12월, 이곳은 ‘성남문화예술교육센터 꿈꾸는예술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저출생 여파로 수도권에서도 폐교가 늘어나는 가운데, 쓰임을 다한 학교를 지역사회 문화공간으로 되살린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학교가 문을 닫기 전부터 이미 새 삶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성남시는 2016년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고, 2017년 12월 성남교육지원청과 협약해 한국판 ‘아난탈로(Annantalo)’로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다. 아난탈로는 핀란드 헬싱키시가 폐교·공장 건물을 개조해 만든 공공 문화예술교육원이다.

이후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한 ‘유휴공간 활용 문화예술교육센터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국비 30억원과 시비 45억원을 투입해 폐교를 문화예술교육의 중심지로 재단장했다.

시설은 옛 영성여중의 외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내부를 창의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방점을 뒀다. 졸업생의 추억이 서린 붉은 벽돌 건물은 그대로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건물에 들어서면 밝고 넓은 로비와 벽면 한쪽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그림 작품이 방문객을 반긴다. 연면적 4912㎡(1485평) 규모의 5층 건물은 공예, 영상 제작에 특화된 창작 실험실, 문화예술 연습실, 프로젝트 장소, 전시·연구 공간으로 채워졌다.

1층 : 다채로운 작품이 전시된 휴게공간이 자리한다. 목공과 도예 수업을 진행하는 공간도 있다.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2층 : 담소를 나누며 쉬어갈 카페가 있다. 소리스튜디오에서는 연주와 녹음 작업이 이뤄진다.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3층 : 작품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다. 1인 미디어실에서는 영상 제작자의 창작활동을 지원한다.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건물은 층마다 각기 다른 창작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꾸며졌다. 1층 ‘손기술랩’에는 각도절단기·물레·전기가마 같은 목공·도예 장비가 가득하다. 바로 옆 ‘이미지랩’에는 75인치 TV와 음향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시각예술 프로그램 연구와 창작활동을 수행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2층에는 음악 연주와 녹음이 이뤄지는 ‘소리스튜디오’, 크로마키(방송에서의 화면 합성 기술) 촬영이 가능한 ‘미디어랩’이 자리한다. 3층에는 영상 제작 장비를 갖춘 ‘미디어실’, 작품을 전시할 ‘라이브러리’가 있다.

4층 : 소리랩과 소리 연습실에서는 작곡·합창·합주를 포함한 다양한 음악활동이 펼쳐진다.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5층 : 다목적 강당에서는 문화예술교육과 소규모 공연, 행사가 열린다. 성남=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4층엔 연극·무용을 연습할 수 있는 ‘움직임랩’, 자유로운 창조활동을 독려하는 ‘뭐든지 클래스’가 있다. 약 100명을 수용하는 5층 다목적 강당은 조명과 음향시설을 갖춰 소규모 공연장으로도 쓴다. 대부분은 예약제로 운영하지만, 쉼터와 유아실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개방했다.

성남 꿈꾸는예술터의 가장 큰 강점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유아가 참여하는 ‘그림책 예술놀이’,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연계 교육연극과 목공수업, 어르신에게 특화한 교육인 ‘예술로(老) 손잡기·가까이’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수업이 열린다. 시내 어린이집·학교·복지시설과 협업해 교육 접근성도 높였다. 지난 5년간 약 15만명이 시설을 이용하거나 강좌에 참여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운영을 뒷받침하는 지역 교류망도 탄탄하다. 센터 운영을 맡은 성남문화재단은 성남예술교육가네트워크(STAN:D)와 협력해 수업을 마련하거나 교육 내용을 개발한다. 연말엔 다 함께 성남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를 열고 한해의 성과를 돌아보며 개선점을 살핀다.

지역 연계 활동도 돋보인다.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마망베이커리&카페’는 수정노인종합복지관이 운영하는데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카페 직원 정현우씨(70)는 “나이가 들면 취업이 쉽지 않지만 카페 개점 후 4년째 일하고 있다”며 “손님이 많아 북적일 때 오히려 활력을 얻는다”고 밝게 웃었다.

정민혁 성남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부장은 “성남 꿈꾸는예술터는 2년 전 장애인 대상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복지기관과의 협약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구성했다”며 “유아인구 감소에 맞춰 연령 통합 프로그램을 신규 개발·운영하며 세대 맞춤형 수업도 발전시켜나간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예산을 한층 효율적으로 집행해 더 많은 시민에게 문화예술교육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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