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장·하꼬방…부산만의 독특한 도시민속 풍경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2026. 1. 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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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본 제본에 딱딱한 제목의 책, '한국 도시민속의 혼종성과 지역성'.

김정하 저자는 부산의 도시민속이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녔다고 보았다.

이 책은 '한국의 도시민속'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각 장에서 다룬 내용 대부분은 부산의 사례들이다.

수록된 사진들은 책의 이해를 돕는 '부산 도시민속 풍경'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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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민속의 혼종성과 지역성- 김정하 지음 /민속원 /3만2000원

- 식민과 6·25…거듭된 시련·고난
- 외래문물 대항하면서 창조·발전
- 한국 도시민속 대표하는 상징성
- 일본귀신 전설 논문 등 흥미진진

양장본 제본에 딱딱한 제목의 책, ‘한국 도시민속의 혼종성과 지역성’. 학술서로 분류하고 슬쩍 미루려 했는데, ‘도시민속’이 뭔지 궁금해서 펼쳐봤다. 쉬운 책은 아닌데, 은근히 재미있게 읽힌다. 책 속에 ‘부산’이 있다. 김정하 저자는 부산의 도시민속이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녔다고 보았다.

1930년대 초반 동래 온천장 전경(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 민속원 제공


김정하는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28년간 재직하며 도시민속과 지역학, 근·현대 지역문화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한편 부산시의 도시재생과 지역 축제, 지역 문화유산 보존 등 문화행정 자문에도 참여했다. ‘바다를 담아낸 소설과 민속’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등의 저서에서도 부산 바다 냄새가 난다.


김정하 저자가 쓴 논문이나, 필자로 참여한 공저의 제목 중에 흥미로운 것이 보인다. ‘이향과 경계의 땅 부산의 아미동 아미동 사람들’ ‘낯선 이방인의 땅 캠프 하야리아’ ‘부산의 일본 귀신 전설에 대한 도시민속학적 고찰’…. 부산의 일본 귀신 이야기를 학창 시절 들은 기억은 있지만, 이런 논문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 책의 10장도 ‘부산의 일본 귀신담 전승’이다. 다른 장에서도 딱딱한 책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게 해 줄 이야기들이 많다.

1950년대 초반 부산 영주터널 근처 피난민들의 하꼬방(부경근대사료연구소 소장).


우선 도시민속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저자의 설명이다. 근대기 이래 외부로부터 이입된 서구적 외래문화가 전래문화를 압도하고 말았다. “한국의 도시문화는 ‘식민’과 ‘근대’가 착종을 일으킨 결과다. (중략) 한국 도시민속을 ‘민족’과 ‘전통’이란 추상과 관념에만 의존해서는 구태의연하고 박제화된 사례밖에 파악할 수 없다. 그보다는 근·현대도시의 평범한 도시민이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한 일상과 노동 신앙 전설 대중문화 등 살아있는 사례를 파고들어야 ‘당대민속’ ‘현대민속’이라고도 불리는 ‘도시민속’의 면모를 밝힐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의 도시민속’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각 장에서 다룬 내용 대부분은 부산의 사례들이다. 부산의 사례를 통해 도시 민속을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저자는 부산을 ‘동아시아적 모순’이 응결된 도시라고 말한다. “부산은 개항과 식민 지배, 6.25 전란, 산업화로 인한 시련과 고난을 겪어온 도시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의연하게 시련과 고난을 극복한 부산 지역민은 외래문물에 길항(拮抗·서로 버티어 대항)하는 한편 주체적 전유(專有)를 통해 나름의 도시민속을 만들어 전했다. 1920년대 염상섭의 “부산의 운명이 조선의 운명”이란 말처럼 부산의 도시민속 또한 그와 방불한 대표성과 상징성을 지녔다고 본다.” 길항하지만, 내 것으로 만들어 가진다는 걸까? 부산의 기질 중 하나이다.

책을 읽다가 내용이 좀 어렵다 싶으면, 사진으로 눈을 돌려보자. ‘1930년대 초반 동래 온천장 전경’. 갓 쓰고 도포 입은 남자들이 둑에 앉아 뱃놀이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일제 강점기 동래 권번의 활동에 관한 글 옆에 놓인 사진이다.

‘1950년대 초반 부산 영주터널 근처 피란민들의 하꼬방’ 사진. 부산에서 피난민들이 만든 임시 주거 시설 ‘하꼬방’은 비록 구조는 전래의 가옥과 다르더라도 생활을 영위하여 안정을 취하고 위안을 얻던 ‘집’이었다. 수록된 사진들은 책의 이해를 돕는 ‘부산 도시민속 풍경’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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