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24시] “버스 놓치면 다음날 와야”... 버스터미널 노후화·배차 감소 속 악순환
버스 놓치면 기다리거나 승차 포기
시설 노후·파손 불구 보수도 안돼
이용객 난방 안되는 대합실서 덜덜
코로나19 이후 노선 대폭 줄어들고
시설 노후화·높은 유지비 등 삼중고


"이젠 버스 한 번 놓치면 내일 와야 돼."
8일 이천터미널에서 만난 이용객 A씨(60대)가 버스를 놓친 뒤 버스 배차 시간표를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A씨가 가려던 곳은 충북 제천시. 그러나 이천터미널에서 제천으로 가는 버스는 오전 8시와 오후 2시 40분 단 두 대뿐이다. 배차가 이리 적을 줄 몰랐던 A씨로서는 점심을 먹은 뒤 하염없이 배차 시간 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이곳에서 성남으로 이동하려던 50대 B씨는 아예 승차를 포기했다. 이천터미널에서 성남까지 이어지는 배차 차량은 오전 11시 20분과 오후 3시 30분 두 대로, 다른 이동수단을 이용하지 않으면 B씨가 원하는 시간에 성남에 도착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배차뿐만이 아니다. 시설이 노후화되는 데 반해 보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며, 이용객들은 한파 속 제대로 된 난방조차 되지 않은 대합실에서 하염없이 배차만 기다리는 처지다.
지어진 지 35년 된 여주터미널은 인근 계단이나 보도블럭이 잡초가 자란 채 일부는 파손돼 있었으며, 내부는 전등이 꺼져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평택터미널(1980년 준공)을 방문한 C씨도 "겨울인데 난방이 전혀 안돼 대합실이 밖보다 더 춥다"며 "심지어 버스정보 단말기도 없어 밖에서 떨며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과거 지역 교통망으로서 운영돼 온 도내 종합버스터미널들이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른 경영악화와 시설 노후화를 겪으며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배차 역시 코로나19 이후 크게 축소된 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로, 그간 터미널을 이용해 온 지역 주민들로선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교통 인프라 선택 폭이 크게 줄어든 채다.
8일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도내 여객터미널들은 코로나19 이후 기록적인 노선 감소, 장기간 방치된 시설 노후화, 전국 최고 수준의 유지비 등 삼중고를 겪으며 존립 위기에 처해 있다.
실제 경기도 시외버스 노선은 2019년 2천410개 노선에서 2024년 기준 1천77개 노선(55.3%)으로 급격히 줄었다.
특히 각 터미널별로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천터미널의 경우 2020년 기준 매월 평균 530여 건이 배차됐지만, 올해는 60여 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여주터미널은 220여 건에서 60여 건, 평택터미널은 270여 건에서 90여 건으로 감소했다.
노선 축소와 수입 감소로 터미널 시설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불편을 겪는 승객이 떠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터미널 이용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시설개선 예산을 즉시 투입하고, 노선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버스업체 지원방안을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며 "안전요원 배치가 어려운 곳에는 즉각 안전안내판 설치 협조공문을 시행하는 등 현장 안전관리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바오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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