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5도 ‘얼지 않은 물’에서 점도 전이 첫 관측
네이처 피직스 게재…과냉각 물 이론·극저온 응용 연구 새 전기

영하 45도에서도 얼지 않은 물은 과연 어떻게 흐를까.
"극저온으로 갈수록 물의 점도(끈적임)가 무한히 커져 사실상 움직임이 멈출 것"이라는 오래된 예측은 동시에 물이 보이는 다른 비정상적 성질들과 충돌해 왔다. 그래서 과학계에서는 일정 온도에서 점도 증가 양상이 바뀌는 '전이(크로스오버)' 가능성이 1990년대부터 제기됐지만, 결정적 실험 증거는 없었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김경환 교수 연구팀(통합과정 신명식 씨)과 스웨덴 스톡홀름대 앤더스 닐슨 교수 연구팀은 공동 연구를 통해, 영하 45도까지 내려간 '얼지 않은 물'에서 점도 변화의 경향이 특정 온도 부근에서 달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실험 관측했다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보고됐다.
문제는 물이 너무 쉽게 얼어버린다는 점이다. 영하 수십 도로 접근하면 순식간에 결정화가 시작돼 '얼기 직전'의 액체 상태(깊은 과냉각 상태)를 관찰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연구팀은 진공 환경에서 물방울이 빠르게 증발하며 열을 빼앗기는 현상을 이용해, 극히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는 '영하 45도의 액체 물'을 구현했다. 이어 분자 운동을 펨토초(10조 분의 1초) 수준의 시간 해상도로 추적할 수 있는 X선 자유전자레이저(XFEL)를 활용해, 극저온 상태 물 분자들의 움직임을 직접 '동영상처럼' 따라가는 데 성공했다. 이 실험에는 스위스FEL(SwissFEL)과 같은 XFEL 인프라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무한 점도'로의 단조로운 폭주가 아니라 영하 40도 부근(대략 233K 전후)에서 점도 증가의 규칙이 바뀌는 신호가 실험 데이터로 포착됐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물은 영하 45도에서 "완전히 멈추는 액체"가 아니라, 다른 동역학적 규칙으로 움직임을 유지하는 쪽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과냉각 물을 둘러싼 대표적 가설 가운데 하나인 'fragile-to-strong transition(취성-강성 전이)' 논의를 실험으로 지지하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그간 물의 특이성이 '구조·열역학·동역학'에서 함께 나타난다는 점은 널리 논의돼 왔지만, 특히 "점도의 전이점이 존재한다"는 주장에는 '직접 관측의 빈칸'이 컸다. 이번 연구는 그 빈칸을 위험한 온도 구간에서의 실험 설계로 메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은 밀도, 압축성, 열용량 등에서 비정상적 거동을 보이는 물질로 꼽힌다. 과냉각 영역에서 점도(분자 마찰) 변화의 규칙이 확인되면, 물의 특이성이 어디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한 단계 정교해질 수 있다.
응용 파급도 작지 않다. △극저온 환경에서의 유체 거동 모델 개선 △극지·항공우주 환경에서의 결빙 직전 물성 이해 △생체시료·조직 보존(냉동 보호) 과정의 기초 데이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실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영역을 관측했다"는 점이, 물 연구 전반의 다음 실험을 열어젖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