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 기본소득, ‘인구 증가’ 효과 봤지만···인접 지역 흡수·재원 문제는 어떻게 푸나

김현수·최승현·김정훈·안광호·김창효·이삭·고귀한·강정의 기자 2026. 1.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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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사업지 인구 수 급격히 늘었지만
주변 다른 지역서 옮겨간 경우 많아
‘인구감소’ 89곳 평균 재정자립도 16%뿐
성과 내면 낼수록 재정 부담 커지는 구조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지난해 8월 열린 농어촌기본소득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소멸 위기에 놓인 농어촌 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대상지의 주민 인구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늘어난 인구 상당수가 인접 지역에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한 지역의 인구증가가 인접 지역의 또다른 인구소멸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급격한 인구증가의 원인으로 위장전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지역은 경기 연천, 강원 정선, 충남 청양, 전북 순창·장수, 전남 곡성·신안, 경북 영양, 경남 남해, 충북 옥천 등 10곳이다.

이들 지자체는 올해부터 지역 주민에게 월 15만~2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예산은 국비 40%, 시·도비 30%, 군비 30%로 구성됐으며, 올해 국비 예산은 2340억원 수준이다.

해당 지자체들는 지난해 10월 20일 기본소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인구가 가파르게 늘었다.

신안군은 지난해 말 인구가 4만1858명으로 집계돼, 사업 대상지 선정 전(3만8770명) 대비 3088명(약 8%) 증가했다. 2024년 10~12월 인구 증가폭이 86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증가세다.

연천군은 같은 기간 신규 전입자가 245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4만2340명)의 약 6%가 두 달여 만에 늘어난 셈이다. 남해군도 이 기간 1434명이 전입해 전체 인구가 4만770명으로 집계됐다. 2024년 10월 무너졌던 인구 4만명 선도 회복했다.

인구 1만명 안팎의 초소형 지자체인 영양군 인구도 759명 늘었다.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지 한 달 만에 325명이 증가했는데, 이는 33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영양군 관계자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사실상 구세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범사업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정선군은 1270명, 청양군은 692명, 순창군은 636명씩 각각 늘었다. 지난해 12월3일 추가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옥천·장수·곡성은 한 달여 만에 각각 1553명, 655명, 593명의 인구 증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인구소멸 막았지만…어딘가 이상한 인구증가

문제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선정지 인접 지역 인구를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안군과 인접한 목포시는 기본소득 대상지 선정 발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2032명이 신안군으로 전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안군 전체 인구 증가분의 약 66%에 해당한다.

정선군과 인접한 태백·삼척·동해의 인구는 같은 기간 805명 감소했고, 영양군 인근의 청송·영덕·울진 인구도 226명 줄었다.

기본소득을 받기 위한 위장전입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걸러내기도 쉽지 않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면 단위는 이장 등 지역 공동체를 통해 실거주 여부를 비교적 파악할 수 있지만, 읍 단위는 공동주택이 많아 확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재정 부담 역시 과제로 꼽힌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226곳 가운데 인구감소지역(89곳)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약 16%에 불과하다. 인구가 늘어날수록 기본소득 재원에 대한 시·군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기본소득 사업 시행으로 다른 사업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그동안 시행됐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이번 사업 역시 단순한 인구 증가를 넘어 실제 정주 인구가 늘었는지, 어떤 연령대가 이동했는지, 지역에서 어떤 경제활동을 하는지 등 효과를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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