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이 술술] 경남 새 먹거리 문화콘텐츠, 현장에서는 인력 없어 ‘끙끙’
유현미 전 국립창원대 전임연구원
도내 콘텐츠산업 현장 목소리 들어
종사자들 직무 인력 부족하다 토로
산업 현장 연구 인력 부족 지적도
“멘토링, 인턴 프로그램 강화하고
대학과 사업체 취업을 연계해야”

경남도는 문화콘텐츠산업을 우주항공, 차세대 원전, 인공지능(AI)과 함께 도내 산업을 이끌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관련해 지난해 1월 2일 자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문화체육국 내에 문화산업과를 신설했다. 올해는 문화콘텐츠산업 컨트롤타워로 경남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을 설립하고 기업과 지원기관, 체험 시설을 한데 모으는 콘텐츠 클러스터도 구축할 예정이다.
경남도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문화콘텐츠산업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관련 산업 현장 목소리가 담긴 논문이 있어 주목할 만하다.
유현미 전 국립창원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경남 지역 문화콘텐츠산업의 특징과 정책 대응 방안 - 청년층 종사자 경험을 중심으로>는 경남 문화콘텐츠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정책 방안 등을 정책 수요자 측면에서 고찰했다.

경남에는 영세 업체 많아
유 연구원은 지역 문화콘텐츠산업에 종사하고 정책 실행에 관계된 이들의 경험에 주목해 경남의 현황과 환경 조건 고찰, 필요한 인력과 대책 파악, 대안 모색 등을 했다. 기저에는 산업 생태계가 공급에 맞춰져 있고, 실체 없는 담론이나 정책만 넘쳐나는 한계를 보여왔다는 성찰이 있다.
논문은 도내 문화콘텐츠산업 현황을 먼저 살핀다. 2022년 기준 콘텐츠 사업체 수는 4821곳이다. 음악(34.6%)·출판(25.9%)이 과반(60.5%)을 차지한다. 종사자 수는 약 1만 3000명이며, 출판(30.4%)·음악(17.4%)·지식정보(17.3%)·게임(16.5%) 순으로 종사하고 있다. 매출액 규모는 1조 4610억 원으로, 출판(31.5%)·지식정보(20.1%)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의 사업체 수는 전국(11만 4754곳) 기준 4.2%(4821곳), 종사자 수는 전국(62만 6396명) 기준 2.1%(1만 2906명), 매출액은 전국(150조 9770억 원) 기준 1%(1조 4610억 원)이다. 이는 종사자 수가 적고 매출액도 낮은 영세 업체로 구성돼 있음을 뜻한다. 수도권과 비교해 산업 생태계가 작으며, 경남 전체 산업 생태계에서도 문화콘텐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청년 종사자 어려움 토로
연구 결과 △창업 10년 이내, 종사자 10인 이하 소규모 업체 다수 △프로젝트팀 운영 △로컬 문화와 청년 문화의 결합 △협업 능력과 포트폴리오 중시 △지역 인재 선호 속 확보 어려움 등 특징이 발견됐다. 유 연구원은 종사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화 쪽은 특히 아예 생판 모르는 사람과 일하는 게 좀 어려워요. (중략) 알음알음 들어가서 '이 사람 괜찮다' 이런 게 있어야만 사실 좀 안심하고 할 수 있고. 생각이 많이 다르면 일하기 좀 어려운 파트. 감각이나 결이 좀 맞아야 되니까."(문화기획 업체 직원)
"스타트업이라는 환경상 한 친구가 디자인만 맡았다고 해서 디자인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여러 개를 병행하면서 또 빨리 변화하는 거에 적응을 해서. (중략) 유연한 사고를 가진 친구들인지와 그다음에 자기 업무에 대한 역량이 정말 너무나 중요해요."(지식정보 업체 2 대표)
"저희는 우선적으로는 이제 지역에 있다 보니까 가급적이면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지역에서 좀 터를 잡아서 오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선호를 하고 있고요."(영상·지식정보 업체 대표)
"'그래, 창업 좋은 거지. 하지만 나는 아니야. 나는 기업에 가서 안정적인 수입을 얻는 게 더 좋아'라는 분위기가 좀 강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좀 채용할 때 어렵습니다. '창업할래?' 이렇게 물어보면 그때부터 눈동자 흔들리고."(지식정보 업체 1 대표)

제조업 중심 생태계, 지식기반산업 진입 힘들어
경남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가 구축돼 있어 지식기반산업이 뿌리를 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경남이 타 자치단체보다 문화콘텐츠 분야 육성책이 부족하고, 지역민들의 이해도·수용도도 낮은 편이며, 종사자 네트워크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면접 참여자들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종사자와 자문단은 교육·산업 생태계의 유기적 순환과 재구조화 측면에서 정책 대안과 방향을 제시했다. 첫째,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매칭 프로그램의 확대도 시급하다. 셋째, 정책 결정과 평가 과정에서 신뢰도와 참여도를 높여야 하며, 넷째,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남의 랜드마크·시그니처를 개발하는 콘텐츠 지원 등을 통해 지역을 살 만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만드는 정책이 요구된다.

"현실 담은 연구 더 많이 필요"
유 연구원은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강사로 있다. 젠더사회학을 전공하고 교육·지역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그는 논문을 두고 "사업체 연락망이 데이터베이스화돼 있지 않아 대표성 있는 참여자들을 모집하거나 많은 표본 수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그동안 문화콘텐츠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심층 면접 연구가 없었다. 종사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고 있고 어떤 정책을 활용하고 또 불만이 있는지 살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유 연구원은 논문에 담긴 사례를 일반화하거나 이론적 함의를 정교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설문조사를 병행하고 질적 조사 사례도 늘리는 등 근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 마련에 기여할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유 연구원은 "앞으로 지역 대학의 역할을 현실화할, 문화콘텐츠산업 정책과 종사자를 연결하는 방안을 구체화할 연구가 필요하다"며 "다른 지역 사례와 비교연구도 진행되면 정책 개발과 효과성 검증에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타 지역의 성공 모델을 단순 이식하거나 기존의 정책 관성을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지역 현장의 현실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연구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