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갑질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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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짓.
해당 스타일리스트는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갑의 횡포는 기필코 단죄된다는 경험치가 쌓여야 갑질이 발붙일 곳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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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자신이 가진 지위나 힘을 내세워 아랫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짓.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갑질’을 이렇게 정의한다. 폭언·폭행·협박·험담 등 다양한 형태로 발현되는 갑질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피해자인 을은 대개 아픔을 삼키고 만다. 침묵하는 이유는 그저 살기 위해서다. '악' 소리라도 냈다가 보복당할 게 뻔해서, 해고될 수 있으니까.
을이 목소리 내기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기에 우리 사회는 갑질이 드러났을 때 좌시하지 않는다. '횡포 부리는 갑'을 온 국민이 일치단결해 응징했던 게 벌써 13년 전 일이다. 2013년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고압적 언행을 일삼고 물량 강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며 전국에서 남양유업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이런 갑질하는 회사 배를 불려줄 수 없다는, 굳은 결심이었다. 그 결과 남양유업은 그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1994년 창사 이래 처음이었다.
갑질의 단맛에 취해 살다 결국 쓴맛 본 연예인도 여럿이다. 전직 매니저의 갑질 폭로로 거센 비난을 받던 유명 방송인이 출연하던 모든 방송에서 하루아침에 사라진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인기 최정상의 한 아이돌 그룹 멤버는 2년 전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화장을 받으며 그의 면전에 대고 무심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 게 논란이 돼 반성문을 썼다. 5년 전 스타일리스트에게 욕설, 폭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한 가수는 한동안 활동을 쉬었다. 해당 스타일리스트는 "한 사람에게 철저하게 밟히고 당하는 경험을 했다"고 했다.
최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9년 전 한 인턴 직원에게 했다는 폭언 녹취를 듣고 피해자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 녹취에서 이 후보자는 약 3분 동안 일방적으로 분노를 쏟아낸다. 노동단체 직장갑질119가 "막말의 종합판"이라 평했을 만큼 정도가 심각했다. '널 죽였으면 좋겠다' 같은 폭력적 언사도 충격적이었지만, 가장 섬뜩했던 건 무시무시한 데시벨의 "야!" 한 마디였다. 상대는 아무렇게나 불려도 되는 존재고, 화가 나면 나는 대로 표현해도 되는 사람쯤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가 너무나 노골적이어서다.
'을의 반란'이 있고 나서야 갑은 허리를 숙인다. 이 후보자 역시 그랬다. 9년 만의 뒤늦은 사과가 잘못을 이제라도 깨달았기 때문인지, 일단 위기는 벗어나야 한다는 판단에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중요하진 않다. 갑질의 끝이 권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선 안 된다. 갑의 횡포는 기필코 단죄된다는 경험치가 쌓여야 갑질이 발붙일 곳은 사라질 것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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