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산업 몰락한 휴스턴…우주산업 유치로 재도약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1. 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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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60주년 기획-도시부활 현장을 가다 ②>
에너지 산업 의존도 컸지만
유가 폭락에 기업 줄줄이 떠나
민간 우주개발 내다본 휴스턴
공항 대신 ‘스페이스포트’ 건설
발사체 설계·훈련·검증 한곳서
기업에는 법인세 면제 혜택 줘
우주개발 핵심 기업 몰려들어
[사진 = 휴스턴 스페이스포트]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조지부시공항에서 내려 45번 고속도로를 따라 40여 분을 달리자 광활한 들판 위로 ‘휴스턴 스페이스포트’란 선명한 글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축구장 220여 개 규모인 이곳은 과거 일반 항공기가 사용하던 엘링턴공항을 2015년 우주선 관련 민간 시설인 스페이스포트로 전환해 조성한 시설이다. 스페이스포트는 로켓, 우주비행기 등을 발사·회수하기 위한 활주로와 관제 시설, 연료 정비 시설 등을 갖췄다.

길게 뻗은 활주로를 중심으로 건물들이 듬성듬성 자리 잡은 풍경이 다소 황량해 보였지만 이곳에 둥지를 튼 기업들의 면면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세계 최초로 민간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있는 액시엄스페이스, 민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인튜이티브머신스, 차세대 우주복을 개발하는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 등 민간 중심의 우주 개발을 이끄는 핵심 기업들의 간판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비행사 출신인 고이치 와카타 액시엄스페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휴스턴 스페이스포트는 단순한 공항이 아니라 설계·조립·훈련·검증이 한곳에서 이뤄지는 유인 우주 산업의 플랫폼”이라며 “민간 우주정거장 시대를 준비하는 기업에 휴스턴만큼 효율적인 도시는 찾기 어렵다”고 칭찬했다. 2015년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미국 내 10번째 상업용 스페이스포트 면허를 취득한 이곳은 휴스턴이 세계 석유 에너지 산업의 메카에서 ‘우주 산업의 실리콘밸리’를 향해 방향타를 꺾은 현장이었다.

[사진 = 휴스턴 스페이스포트]
20세기 초 ‘스핀들톱’ 유전을 발견한 이후 세계 에너지 산업의 중심을 자처하던 텍사스주 휴스턴은 1961년을 기점으로 또 하나의 정체성을 얻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우주프로그램 기지인 존슨우주센터가 들어서며 ‘우주도시’란 서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휴스턴=우주’란 상징이 곧바로 도시의 산업 체질을 바꾼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유가 폭락으로 석유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휴스턴은 법인세 감면, 재산세 면제 등 각종 인센티브를 도입하며 민간 우주 기업 유치에 나섰다. 1990년대부터는 우주도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우주 산업을 육성했다. 우주박물관 겸 관광센터인 ‘스페이스센터 휴스턴’을 개장하고 시 정부가 나서 우주정거장(ISS) 사무국을 휴스턴으로 이전시키는 데 성공하면서 수천 개의 고급 일자리를 만들었다. 록히드, 보잉 등 항공우주 기업의 사무소와 연구개발(R&D) 센터가 들어선 것도 이 시기다.

[사진 = 휴스턴 스페이스포트]
특히 휴스턴은 석유 시추 기술과 우주 기술이 모두 극한 환경에서 사용된다는 점에 착안해 2007년 두 산업을 잇는 ‘펌프스앤드파이프스(Pumps&Pipes)’ 이니셔티브를 출범시켰는데, 이것이 휴스턴 산업 지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NASA는 석유 시출 기술을 소형화해 화성 탐사선에 적용했고, 거꾸로 석유 업계는 NASA의 기술을 역수입해 굴착 효율을 높였다. 또한 유가가 폭락했을 때 해고된 다수의 석유 관련 엔지니어가 2014년과 2020년 펌프스앤드파이프스 네트워킹을 통해 우주 관련 기업 일자리를 구했다. 마크 저니건 라이스대 우주연구소(RSI) 집행이사는 “오일·가스와 항공우주는 모두 복잡한 시스템 산업”이라며 “유체, 기계, 전자, 소프트웨어 같은 기초 기술은 같고 환경 변수만 다른 만큼 서로의 인력을 연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휴스턴의 본격적인 체질 변화는 2011년 NASA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종료 이후 이뤄졌다. 우주왕복선 제작에 참여했던 협력사를 중심으로 일자리 충격이 현실화했는데, 휴스턴이 선택한 해법은 ‘상업화’였다. NASA가 민간에 우주 산업의 주도권을 점진적으로 넘기는 뉴스페이스 흐름 속에서 시 정부와 휴스턴 공항시스템(HAS)은 우주 자산을 경제 구조 전환의 엔진으로 삼았다. 그 상징이 엘링턴공항을 전환해 만든 휴스턴 스페이스포트다. 데이비드 알렉산더 라이스대 우주연구소장은 “도시 안에서는 로켓 수직 발사가 어렵다”며 “스페이스포트를 통해 만들고, 시험하고, 운영까지 잇는 항공우주 클러스터 모델로 갔다”고 설명했다.

휴스턴시는 예산을 1억달러 이상 투입해 스페이스포트 용지 정비를 비롯해 도로·전력·통신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했다. 또한 예산과 리스크 분담을 레버리지로 활용했다. 기업별 맞춤형 인센티브 계약으로 공공이 초기 비용과 위험의 일부를 떠안았다. 인튜이티브머신스의 경우 12만5000제곱피트 규모의 제조시설(LPOC)을 위해 시가 최대 4000만달러를 투입해 시설을 조성하고 장기 임대해줬다. 최근에는 임대 기간을 2048년까지 연장하고 용지를 추가 제공해 장기 투자 시간표를 보장했다. 액시엄스페이스에는 세제 인센티브가 적용됐다. 2025년부터 2034년까지 10년간 재산세를 감면하되 최소 25개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과 일정 수준의 자본 투자를 조건으로 걸었다. 세수 감소를 감수하되 고부가가치 일자리로 회수하겠다는 계산이다. 연구 생태계는 라이스대가 뒷받침했다.

현재 액시엄스페이스, 인튜이티브머신스 등 스페이스포트에 입주한 기업들은 NASA와 수조 원 규모의 계약을 수행하며 연간 약 20억달러의 경제 효과와 85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우주공항 입주 기업들이 체결한 NASA 계약 규모만 100억달러를 웃돌며, 건설·서비스·교육 등 연관 산업으로 낙수 효과가 확산되고 있다. 아직 휴스턴 경제에서 에너지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우주라는 첨단 산업이 완충 효과를 해주고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알렉산더 소장은 “도시의 산업 전환은 하룻밤 사이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감당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우고 인재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도시가 가진 고유한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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