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마두로 충성파’ 베네수엘라 내무장관에 “생명 잃을 수도” 경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후 미국이 마두로 충성파인 베네수엘라 내무부 장관 등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고 국내 질서를 유지하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그다음 최우선 표적은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이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고 전했다.
카베요 내무장관은 마두로 대통령 충성파 중 한명으로 베네수엘라 내 광범위한 인권 유린 의혹을 받고 있는 친정부 민병대를 장악하고 있다. 특히 그는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과 오랜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그가 현재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의 소식통은 “카베요 내무장관이 반항한다면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마두로 대통령과 비슷한 운명을 맞거나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러나, 당장 카베요 내무장관을 제거하면 친정부 민병대인 콜레티보들이 들고 일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이 외에도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기소되어 수백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장관이 잠재적 표적 명단에 올라와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파드리노 국방장관이 군 지휘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권력 공백을 막기 위해 그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미국 내에서는 파드리노 장관이 상대적으로 카베요 장관보다는 덜 독단적이고 미국이 요구하는 방침에 더 협조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에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남아 있는 세력에 최대 압박을 가해 불법 이주와 마약 유입을 차단하고, 석유 인프라를 재정비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미국에 협력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거리에는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며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군중 행진이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수천명이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카베요 내무장관은 이곳에서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마두로 대통령과 실리아 플로레스를 돌려보내달라고 외치고 있다”며 “여러분과 함께 우리는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도 농식품·지역사회·산업어업총국 직원회의에서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외부 세력은 아무도 없다”며 “베네수엘라를 통치하는 건 베네수엘라 정부”라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NYT)와 비비시(BBC) 보도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 임시 정부는 사실상 미국이 요구한 석유 인도 조건을 수용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베네수엘라 임시 정부가 미국에 고품질의 제재 대상 석유 3천만∼5천만 배럴을 인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미국 석유 회사들이 “수십억달러(수조원)를 들여 심각하게 파괴된 석유 인프라를 복구하고 돈을 벌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데 이어 이날 “석유 회사들과 만나겠다”고 말하는 등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재편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미국의 군사 작전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법무장관은 미군이 지난 3일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하는 군사 작전 과정에서 대통령 경호 요원과 민간인 수십 명이 숨졌으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브 법무장관은 이날 카라카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쟁 선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군사 작전은 불법 테러리즘 공격에 해당한다”며 “검찰이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
베네수엘라 군 당국은 이 과정에서 최소 24명의 베네수엘라 보안 요원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공식 사망자 수를 최소 56명으로 집계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공습에서 미군 7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는 베네수엘라에서 근무하던 쿠바 군인과 경찰 3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마두로 대통령 경호 인력과 민간인을 포함해 8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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