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나라 구했다” 1·6폭동 가담자들 사면 받고 의기양양 의사당 행진[현장]

정유진 기자 2026. 1. 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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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6 의사당 폭동 사태’ 5년
트럼프 “민주당이 조작한 것” 백악관 웹페이지 게재
가담자들, 그날처럼 모여 여전히 부정선거 주장·행동
민주당 “역사 지워지는 것 막겠다” 증인 불러 청문회
시위대가 든 현수막에는 “1·6 폭동은 조작이다. 낸시 펠로시 전 민주당 하원의장을 체포하라” “사면해 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는 내용이 쓰여 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둑맞은 선거’를 되찾겠다며 연방 의회로 몰려가 폭력을 행사한 ‘1·6 의사당 폭동 사태’로부터 정확히 5년이 흐른 6일(현지시간), 미국은 또다시 극명한 분열상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6 사태는 민주당이 조작한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백악관 웹페이지를 공개했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 된 폭동 가담자들은 5년 전과 똑같은 길을 되밟으며 의기양양하게 의사당으로 행진했다. 그 시각 의회에선 민주당이 “역사가 지워지는 것을 막겠다”며 당시 증인들을 불러 비공식 청문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이날 백악관 인근 엘립스 공원에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를 쓰고 성조기를 흔드는 150여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1·6 가담자에게 정의를’ ‘1·6 폭동은 조작이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심지어 ‘억울한 옥살이를 한 1·6 참가자에게 보상하라’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1·6 폭동 당시 무단침입 혐의로 4개월간 복역한 가담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사면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만든 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 사면받은 사람들이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트럼프 대통령과 의사당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그린 그림을 들어 보이는 한 참석자.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미 연방 의회로 출발하기에 앞서 열린 행사에서 기도와 추모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이들은 1·6 폭동은 딥스테이트(선출되지 않은 권력 집단)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며, 여전히 ‘부정선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5년 전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제이콥은 “그날 그곳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사진과 인터넷 영상만 보고 우리를 폭도라 비난한다”면서 “내가 목격한 시위는 매우 평화로웠다. 일부 사람들이 끝 무렵에 다소 과격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히 소수의 사람을 가지고 그날 참가한 백만명 가까운 사람들 전체를 폭도로 매도하는 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의사당에 난입한 혐의로 4개월 동안 복역한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면 된 브라이언은 “그날 상황은 미 연방수사국(FBI)이 개입해 유도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무것도 부수지 않았는데 수감됐다”며 “하지만 5년 전으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도둑맞은 선거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존이라 소개한 남성은 ‘창문을 깨고 강제로 의사당에 진입한 행위가 정당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선거를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들이 있는데도, 법원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한 게 아니라, 나라를 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5년 전과 똑같은 길을 되밟아 미 연방 의사당으로 행진하는 1·6 폭동 가담자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이날 집회에는 1·6 의사당 폭동을 기획한 혐의로 22년형을 선고받았던 극우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전 대표인 엔리케 타리오도 참석했다. 그는 1월6일이 ‘애국자의 날’로 지정되길 원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여전히 감옥에 있었을 것”이라고 린델TV에 말했다.

1·6 폭동 가담자들은 자신들의 정당성이 입증됐다면서 보상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사면으로 명예회복이 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건 명예회복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타리오도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응징이다. 책임 추궁 없이는 정의도 없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들은 5년 전과 똑같은 길을 되밟아 연방 의회 건물로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행진하는 이들을 본 행인 일부는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로자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솔직히 말하면 역겹다. 저들은 저렇게 사면돼선 안 됐다”면서 “미국은 5년 전에서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법과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중에 1·6 폭동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대와 마주쳤을 때 잠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지만, 다행히 경찰이 몸으로 바리케이드를 쳐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양쪽 시위대는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 가운뎃손가락을 경쟁적으로 들어 보이며 “패배자” “반역자”라는 비난을 주고받았다.

미 연방 의사당 근처에서 마주친 1·6 폭동 반대 시위대와의 충돌을 막기 위해 가운데 몸으로 막아선 경찰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의사당 앞에 도착한 시위대가 5년 전 폭동 당시 목숨을 잃은 가담자 4명을 ‘순교자’라 부르며 추모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의회에선 민주당이 “역사가 지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1·6 폭동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 전직 의원 등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1·6 폭동을 은폐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해왔다”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날 청문회에선 5년 전 의사당에 난입했다가 경범죄로 입건됐던 파멜라 헴필이 참석했다. ‘마가 할머니’로 불렸던 그는 “나는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았다. 1월6일은 반란이었다”고 고백하면서, 폭동을 막으려다 희생된 경찰들에게 사과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UPI연합뉴스
2021년 1월6일 의사당에 진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1·6 폭동 역사를 다시 쓰려는 움직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01.06.2021’ 웹페이지를 공개했다. 2020년 대선은 조작된 것이고, 민주당이 부정선거 결과를 인증함으로써 진정한 반란을 일으켰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1·6 시위는 평화로웠으며, 당시 참가자들은 ‘애국자’라고 묘사했다.

뉴욕대학교 로스쿨 산하 브레넌정의센터의 마이클 월드먼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에 “집착”하는 것은 “2026년 대선을 훼손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 대해서도 초조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이름을 덧붙인 트럼프-케네디 센터(옛 케네디센터)에 모인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들에게 “중간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민주당이 나를 탄핵할 것”이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시지를 1·6 폭동 5주년인 이날 발신한 것은 지지자 결집을 호소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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