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 버린 키아누 리브스의 새해 첫 코미디…소소한 행복 전한 '굿 포츈'

강해인 2026. 1. 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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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리포트=강해인 기자] 키아누 리브스가 인자한 미소를 띠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언젠가부터 키아누 리브스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장발에 지친 표정을 짓고 있는 중년 남성의 이미지가 익숙하다. '매트릭스' 시리즈, '콘스탄틴' 등의 작품으로 국내 관객에게 액션 스타로 각인됐던 그는 '존 윅' 시리즈의 흥행과 함께 영화 속 캐릭터와 하나 된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랬던 키아누 리브스가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영화 '굿 포츈'은 초보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 분)이 생활고에 허덕이는 N잡러 아지(아지즈 안사리 분)와 백만장자 제프(세스 로건 분)의 인생을 바꾼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가브리엘은 아지가 제프의 삶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에 애정을 갖길 바랐지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사에 개입한 벌로 인간으로 강등당하면서 고생길이 열리게 된다.

'굿 포츈'의 키아누 리브스는 '존 윅' 시리즈처럼 장발에 수염이 긴 얼굴로 등장하지만 느낌은 사뭇 다르다. '존 윅'에서는 베테랑 킬러로서 능숙하고 치밀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굿 포츈'에서는 미숙하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온화함을 풍긴다. 밝은 톤의 트렌치코트와 천사를 상징하는 작은 날개는 이번 캐릭터의 성격을 더 잘 보여준다. 여기에 키아누 리브스의 액션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인자한 미소도 인상적이다. 사람을 죽이는 임무를 맡아왔던 그가 타인의 삶을 구원하는 모습은 낯선데, 그 괴리감이 신선한 분위기를 만든다.

영화가 묘사한 천사들의 세계도 흥미롭다. '굿 포츈'에서는 인간과 교류하는 가지각색의 천사들을 볼 수 있다. 우선, 가브리엘은 운전 중 문자를 하는 이들의 사고를 예방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 밖에도 추락 사고를 예방하는 천사가 있고, 쓰나미, 폭우, 눈사태 등 자연재해 속에 생명을 지키는 천사도 있다. 여기에 영감을 주거나 길 잃은 영혼을 담당하는 천사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도에 따라 날개의 크기가 다른데, 천사의 세계를 회사처럼 묘사한 것이 재미를 더한다.

'굿 포츈'은 주인공들의 몸이 뒤바뀌고, 다른 삶을 체험하는 이야기다. '아빠는 딸'(2017), '내안의 그놈'(2019) 등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설정이고, 이런 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이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서로의 삶이 가진 고민을 이해하고, 동시에 자신의 삶의 가치를 깨닫는 이야기가 전개된다. '굿 포츈'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성실하게 일해도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지는 백만장자 제프의 삶을 경험한 뒤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진심으로 자신의 삶을 그리워해야만 돌아갈 수 있지만, 아지는 그럴 이유가 없다. 여기서 코믹한 사건들이 만들어진다.

이와 함께 '굿 포츈'은 어렵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공감할 만한 포인트를 다수 마련해 뒀다. 주연과 함께 연출까지 겸임한 아지즈 안사리는 노숙 경험이 있는 택시 운전자에게 영감을 받아 '굿 포츈'의 아이디어를 확장했다. 직접 배달 경험을 했던 경험을 비롯해 생계를 위해 치열히 살아가는 이들의 얼굴을 영화에 담았다. 인간이 된 가브리엘이 돈을 벌기 위해 생활전선에 뛰어든 뒤 보여주는 짠 내 나는 모습은 현실의 직장인의 얼굴과 겹쳐 씁쓸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럼에도 '굿 포츈'은 우리의 삶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과 소소한 순간이 만드는 행복에 관해 말하며 따뜻함을 전한다. 조금은 뻔할 수 있는 설정을 독특한 세계관과 키아누 리브스의 새로운 이미지로 보완하며 웃음을 전했다. 카리스마를 내려놓은 키아누 리브스가 유독 편해 보이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이 있어 영화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가 더 잘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새해를 따뜻한 에너지로 시작하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할 수 있는 무해한 코미디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누리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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