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목줄에 갇힌 그들에게 자유를” 마당개들에 산책 선물하는 그녀
“개의 세상은 보호자가 펼쳐내는 만큼”

2025년 12월 2일. 소설가 유재연 씨가 1인 시위를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문 앞에 섰다. 귤밭 등 과수원 지킴이로 개를 묶어 놓고 방치하는 사례가 많고, 대부분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밭지킴견금지법 제정을 요구했다.
'제주도의 돌담 너머에는 수많은 밭지킴견들이 있습니다. 밭에 묶여있는 개들은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견주들이 개를 미워하는 건 아닙니다. 관심이 없을 뿐입니다. 개의 굶주림, 목마름, 더위, 추위, 외로움에 대해... 개가 산책을 해야한다는 것도 모릅니다. 견주들의 무관심 속에서 밭지킴견들은 아무 이유없이 무의미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법으로 밭지킴견을 금지할 때입니다. 밭지킴견이 돌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도와주세요.'
마침내 유씨는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을 만났고, 이 의장은 밭지킴견의 처우개선과 실태조사에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의미있는 한 걸음이다.

죽음마저 잊혀진 채로...두고볼 수 없었다
유씨는 처음 제주로 이주했을 때 산책 중 마주친 광경을 잊지 못한다.
"2018년에 미술관 겸 스테이에 취직을 해서 제주도로 이주했는데요, 그때 멀리 동네 산책을 나갔다가 귤밭에서 개집 옆에 누워있는 하얀 개를 보았어요. 뭔가 섬뜩한 느낌이 들어서 머뭇거리며 다가갔어요. 개는 목줄에 묶인 채로 죽어 있었어요. 갈비뼈가 앙상해서 굶어 죽었구나 바로 알았죠. 어째서 이 개는 아무 의미없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다 죽어야 했을까 많이 생각했어요. 죽음마저 잊혀진 채로... 그 개는 제가 묻어줬습니다."
곳곳이 눈에 밟혔다. 지나치게 짧은 줄에 묶여있는 개, 땡볕에도 물 없이 방치되는 개, 너무나 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개….
그때부터였다. 짧은 목줄에 묶여 살아가는 개들에게 산책을 선물하기로 결심하고 용기를 냈다. 서서히 조심스럽게 개 보호자에게 다가갔다. 사람을 만나고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일의 연속이기에 쉽지 않았다. 그러나 힘듦 뒤에는 선명한 기쁨이 다가왔다.
"개를 산책시켜주겠다고 하면 보호자의 반응은 다 달라요. 다복이와 백구 보호자는 무척 고마워하시더라고요. 본인 귤밭에 있는 귤을 원하는 대로 따먹으라고 하셨어요.
밤비의 보호자는 원래 산책을 안시켰는데, 제가 설득하니까 이젠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시켜요. 그 분이 처음 강아지를 산책시키다가 저와 마주쳤는데, 그때 무척 놀랍고 기뻤어요. 고마웠고요.
밭지킴견 씽씽이의 할아버지는 처음엔 씽씽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했어요. 보호자가 산책을 허락하기까지 두 계절이 걸렸죠. 겨울에 만난 씽씽이가 여름에 첫 산책을 했으니까요. 씽씽이는 처음엔 떨면서 엉기적거리면서 걸었는데, 지금은 산책줄만 봐도 꼬리를 빙빙 돌리며 기뻐해요.
그래도 변화는 있어요. 처음엔 씽씽이 보호자가 씽씽이에게 라면이니 떡볶이 같은 몸에 해로운 음식을 줬는데, 이젠 스스로 사료를 주세요. 제가 계속 사료를 채워넣었거든요. 씽씽이 할머니에게 사료를 몇 포대 드리기도 했고요. 씽씽이의 할머니는 상냥하셔요.

개가 깨끗한 물은 잘 먹는지, 사료가 있는지, 어디가 아프지는 않은지, 강추위나 무더위에 무방비로 방치된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살펴보는 게 일상이자 취미, 미션이다. 그 실천의 이유는 아주 보편적이고 간단하다.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이란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어요. 어떤 사람이 죽어가며 목이 마르다고 하면 누구라도 물을 갖다줄 거라고. 그게 성자이든 강도이든, 물을 갖다줄 마음이 들 거라고. 저는 성자도 강도도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개가 목이 마르니 물을 갖다주고 배가 고파하니 사료를 갖다 줍니다. 개가 묶여있는 채로 괴로워하니 산책을 시키는 거고요. 누구라도 그렇게 할 일을 저도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는 분 중에 별 셋으로 은퇴한 장군님이 있어요. 군대 내에서 인권 향상 운동을 했던 정두근 장군님입니다. 찻집에서 함께 대추차를 마시며 고민 상담을 했어요. 견권 향상 운동을 하고 싶은데 저는 마음이 작고 약하다고. 이래라 저래라하면서 견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어요.
그러니까 장군님이 말씀하셨어요. 개에게 사료를 주고, 맑은 물을 주고, 산책을 시키는 것이 개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보호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고요. 자신의 개를 소중히 보살피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복을 짓게하는 일이라고요.

세상에 퍼지는 선한 영향력
유 작가의 실천은 점점 더 확장됐다. 개들의 목줄 늘리기 운동, 중성화 시키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동네 농협, 마트, 경로당 등 사람들이 많이 오고가는 곳에 봄에는 '긴 목줄을 주겠다'는 포스터를, 가을에는 '중성화를 시키자'는 포스터를 붙였다.
"연락이 오면 목줄을 갖다줬어요. 고마운 지인들이 목줄 비용을 지원해 줬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키위 농장에 사는 '콩이' 보호자에게 연락이 와서 콩이를 중성화시켰요. 제주동물권행동 나우 김란영 대표와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님 한분이 도와주셨어요. 아, 얼마 전에는 카카오 회사에서 다복이와 백구의 집을 원목 집으로 바꿔주고 줄도 5m나 되는 와이어줄로 바꿔주었어요. 감동적인 순간이었죠.

어느 날부터인가 그녀는 개와 마주하는 일상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게시글과 사진마다 '좋아요'가 쏟아졌다. 이는 더 큰 변화로 이어졌다.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들을 위한 후원이 점점 커지고, 마당에 버려진 채 떨고 있던 강아지에게 새 가족을 만들어주는 일이 현실이 됐다.
"쓰레드에 우리 동네 마당개들이 처음으로 동네 산책을 하고, 간식을 먹고, 개들끼리 서로 친구가 되고, 제 차를 타고 산과 바다에 가는 모습을 올렸어요. 가끔 개들이 우리집에 놀러올 때도 있고요. 크리스마스에는 밭지킴견 씽씽이가 산타복을 입고 제 침대에서 잤어요.
개들의 평범한 일상을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왜냐면 다들 알고 있거든요. 이 개들이 지독하게 불행하다는 걸요. 목줄에 묶여 보내는 영원처럼 긴 시간에 비하면, 산책을 하거나 간식을 먹는 시간은 잠깐 주어지는 기쁨이라는 것을요. SNS에 마당개와 밭지킴견의 행복한 모습들을 올리는 건, 그 짧고 눈부신 순간들을 붙잡고 싶어서예요.

"개의 세상은 보호자가 펼쳐내는 만큼"
유 작가에게 꿈꾸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물었다.
"많은 밭지킴견들이 짧은 목줄에 묶여 평생을 보냅니다. 이 개들이 지키고 있는 건 사실은 외로움, 추위, 더위, 목마름, 굶주림.... 무엇보다 '시간'입니다. 텅 비어 있는 길고 긴 시간. 밭지킴견들은 죽어서야 쇠사슬에서 풀려납니다.
제가 꿈꾸는 세상에서 개들은 맑은 물을 마시고, 사료를 먹고, 산책도 하고, 춥거나 덥지 않게 지냅니다. 모든 개들이 사람의 사랑을 실컷 받습니다. 누구도 개를 밭에 방치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개 보호자들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우주가 확장되는 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개의 세상은 보호자가 펼쳐내는 만큼입니다. 보호자는 개를 1m의 감옥에 갇혀 살게 할 수도, 넓은 세상을 자유롭게 뛰놀게 만들 수도 있어요. 개에게 넓은 세상을 준다면, 그만큼 보호자의 마음도 넓어진다고 생각해요.

소설가 유재연은? 1984년생. 제주시 조천읍에 거주하고 있다. 2024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벽장 밖은 어디로>로 등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