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댄서에서 뮤지컬배우로…리헤이 “불도저처럼 들이박았죠”

유지혜 기자 2026. 1. 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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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겸 뮤지컬배우 리헤이.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난 지금 누구? 코카앤버터도, 범접도 아니고 '몸 잘 쓰는' 뮤지컬배우!”

댄서 리헤이(본명 이혜인)가 뮤지컬 '시지프스'를 준비하며 자주 중얼거린 말이다. 그는 지난달 16일 개막한 '시지프스'를 통해 뮤지컬 무대에 난생처음 올랐다. 이번 무대 만큼은 '국내 톱 댄서'나 인기 댄서 그룹 코카앤버터, 범접의 멤버라는 계급장은 모두 뗀 채 '쌩 신인'으로 돌아갔다.

그가 출연하는 '시지프스'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뫼르소와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신화를 뮤지컬적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리헤이는 극 중 멸망 직전 폐허가 된 세상에 살아남은 네 명의 배우 중 하나인 포엣 역을 맡았다. '시를 노래하는 자'로, 연기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연기란 '돌'을 끊임없이 굴리는 인물이다.

뮤지컬배우로서 관객을 만난 지 3주차를 지나고 있는 6일 서울 종로구 오차드연습실에서 만난 리헤이의 눈빛은 쉴 새 없이 반짝였다. 마치 세상이 온통 신기하기만 한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낯선 뮤지컬 환경에 위축되거나 얼어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작품이나 연기에 관한 대화를 나눌 땐 시종일관 진지했지만, 동료들과의 일화 등 일상을 전할 땐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신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초심자'의 설렘이 바로 이런 걸까. 오랜만에 신인으로 돌아간 리헤이는 “정말 많이 부족하겠지만,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고 있다”며 “조금 격하게 표현하자면 '그냥 들이박자'는 심정이었다”고 소리 내어 웃었다. 패기와 열정으로 중무장한 채 하나씩 부딪치며 깨우쳐가고 있는 '신인 뮤지컬배우'로서 그는 “이왕 시작했으니 계속 연기해보고 싶다. '시지프스' 속 끊임없이 돌을 굴리는 시시포스처럼 언젠가 나도 그렇게 돌을 굴리다 보면 끝에 올라가 있지 않을까?”라며 힘줘 말했다.

댄서 겸 뮤지컬배우 리헤이.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Q. 이제 막 뮤지컬 무대에 오른 지 3주째 되어간다. 소감이 어떤가.

“이제 시작하는 느낌이다. 무대에 올라갈수록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사 하나마다 존재의 의미를 진득하게 생각하고 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도 많이 읽어 보긴 했는데 요즈음 더 많이 보고 있다. 이 작품의 의미와 섬세함을 더 신경 쓰면서 진심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하는 중이다.”

Q. 뮤지컬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뮤지컬을 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순간이 있나?

“춤을 오래 췄지만, 뮤지컬이란 분야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다 하니까'. 목소리, 움직임, 표정, 손끝, 발끝 하나까지 다 신경 쓰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푹 빠졌다. 특히 2024년 최여진 배우의 초대로 관람한 공연 '푸에르자부르타'를 보고 나서는 나도 잘 준비해서 진지하게 무대에 서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 공연은 말없이 몸으로 다 표현을 하는 건데, 대사가 없는데도 들리는 기분이었다. 몸을 저렇게 써도 대사가 들릴 수 있구나 싶어 총 맞은 것처럼 매력을 크게 느꼈다. 손짓 하나, 발끝 하나에서도 모든 과정에 표출되는 모습에 큰 영감을 얻었다. 그 공연 이후 확실히 뮤지컬에 더욱 크게 관심과 애정이 커졌다. 약 2년 만에 그 꿈을 이뤄 감사할 뿐이다. 이번에 정말 좋은 기회를 받았으니 잘하든 못하든 일단은 춤출 때처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야겠단 마음이었다. 이런 표현 써도 되나? 격하게 말하면 '그냥 들이박자' 싶었던 거다. 그런 후 지금까지 뮤지컬을 선택한 것에 있어서 단 하루도 후회한 적이 없다. 정말 좋다.”

Q. 뮤지컬 경험이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다가가나.

“제 춤에도 엄청 도움이 많이 됐다. 춤을 출 때도 생동감(라이브감), 현실감, 즉흥성을 추구하는 스타일이었다. 뮤지컬을 하면서 감정선이 더 생긴 것 같다. 동작의 의미를 더 생각하게 되고. 안무를 짤 때 느낌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노래에 대한 표현력과 가사의 의미를 한 번 더 디테일하게 생각하게 되는 거다. 뮤지컬을 하면서 춤에도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Q. 첫 도전인 만큼 준비 과정이 많이 험난했을 것 같다.

“'시지프스'가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 그러다 보니 내가 '척'한다는 느낌을 받은 시기가 있었다. 그렇게 '내가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지?'하고 느낄 때 함께 해준 배우들과 연출님, 안무 감독님이 이해도를 높여줬다. 저도 절망, 권태기를 느끼면서도 계속 춤을 춰왔다. 그것과 의미가 다르지 않더라.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설명해주니 어느 순간 이해가 탁 되면서 '내 삶이구나' 하며 일상적으로 다가오게 됐다. 그때부터 대사의 의미, 장면의 의미가 더 크게 와 닿았다. 일상과 다름이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했다. 작품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오고, 상대의 표정과 대화 안에서 이해가 확실하게 풍성해졌다. 제 지인들도 뮤지컬을 보러 많이 와줬는데, 처음에는 어렵다 하다가도 두세 번 본 후에는 작품의 메시지가 잘 전달돼 응원을 크게 받는다고 말해주더라. 그런 반응들이 정말 뿌듯했다.”

댄서 겸 뮤지컬배우 리헤이.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Q.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은 어떤 조언을 줬나.

“배우들이 다 각자 조언을 줬다. 클라운 역의 임강성 배우는 '이렇게 해봐' 이런 느낌보다는 지나가다 한번 툭 달콤한 말을 두고 가신다. 정답을 주기보다 팁을 던져 주시는 거다. 선택하는 건 내 몫으로 남겨두신다. 언노운 역의 조환지 배우는 '누나는 배우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해줬다. 댄서의 시작을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조환지 배우가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사실을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몸으로 더 편안하게 표현해주길 바라'라고 말해줬다. 연습실에서 마주칠 때마다 '누나는 무슨 배우?'라고 묻고, 제가 '몸 잘 쓰는 배우'라고 답하는 것까지 꼭 들었다. 그러면서 '누나 지금 리헤이 아니고, 범접 아니야' 이러면서 친동생처럼 대해줬다. 마찬가지로 언노운 역의 강하경 배우는 일상적으로 큰 도움을 줬다. 제가 제일 어려워한 극 중 캐릭터가 뫼르소 엄마였다.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때 하경 배우가 '누나, 그냥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봐, 귀를 열어서 편안하게 슬퍼해 봐'라고 말해줬다. 그때 대사에 마침표가 계속 생기는 상황이었는데 그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서 쉼표를 가지게 됐다. 포엣을 함께 맡은 박선영, 윤지우 배우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와 함께 연습을 해줬다. 동선, 표현 등 질문이 생기면 즉각적으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큰 힘이 되어줬다.”

Q. 뮤지컬 무대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첫 연습 끝나고 진짜 '멘붕'이 왔었다. '와, 나 할 수 있지?' 이랬다. 그때 나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못하는 거였다. 연출님이 '가만히 서 있어 볼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사실 내 스타일의 춤은 빈 공간을 만들면 안 된다. 그런데 이번 무대에서는 빈 공간을 만드는 법을 알아야 하고, 가만히 서 있을 때의 깔끔함도 알아야 했다. '가만히 서 있는 법을 어떻게 다시 찾아야 하지?' 싶어서 심지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검색해봤다. 하하! 챗지피티에도 물어봤다. 발가락에 억지를 힘을 주라고 하던데? 극 중 뫼르소가 독백을 할 때 꼿꼿하게 서 있어야 하는 순간에 내가 계속 몸을 흔들었는데, 챗지피티로부터 받은 조언을 실행해 봤더니 되더라.(웃음) 그런 식으로 코로 숨 쉬는 방법, 입으로 숨 쉬는 방법 등 단순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다시 해나갔다.”

Q. 그렇다면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이번 작품은 극 중 극 형식이라 포엣으로서 뫼르소 엄마, 나쁜 남자 레몽, 뫼르소의 연인 마리 등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는데.

“뫼르소 엄마 역할은 아주 어려웠다. 내가 엄마가 되어본 건 강아지 엄마 밖에 안 되어봤는데. (웃음) 그래서 실제로 강아지를 붙잡고 '오늘 날이 많이 뜨거울 거야' 하는 식으로 대사를 중얼중얼 연습했다. 아마 강아지가 엄청 귀찮았을 거다. 하하! 남성 캐릭터 레몽은 댄서 리헤이로서 다가가려 노력했다. 마리는 저도 사랑도, 이별도 진득하게 해봤던 사람이라서 연애 중 설레었던 나, 정말 사랑하지만 떠나 보냈던 실제 경험을 최대한 떠올리며 빠르게 다가가려 했다. 내 인생의 슬펐던 일, 행복했던 시기에 빗대어 이해했다.”

Q. 음원을 내거나 예능프로그램에서 노래를 하는 모습이 많아서인지 뮤지컬 도전에 대한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큰 분위기였다.

“솔직하게 뮤지컬 한다는 것 자체가 무섭긴 했다. 댄서로 활동하고, 감사하게도 예능프로그램을 여러 가지 많이 했고, 앨범도 내보고, 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많이 불러 보기도 했다. 춤 외에 많은 것들을 경험했는데, 그럴 때마다 더 잘해야겠단 생각은 확실히 있었다. 다른 영역에 있다가 들어가기 때문에 최대한 소홀하지 않고 진실성을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내가 뮤지컬을 도전하는 것에 대한 (주변)거부감이 걱정만큼 크지 않았던 건 앞서 '프리다'로 먼저 뮤지컬에 도전한 댄서 아이키 언니의 힘이 컸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언니도 처음 뮤지컬을 시작할 때 고민이 정말 많았고, 진실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걸 가까이서 봤다. 언니의 시작점이 좋은 영향을 받아서 제가 들어갔을 때 거부감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한다. 물론 내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더욱 컸다. 노래하고, 움직임이 좋다는 걸 사람들이 알고 있으니까 실망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공포가 있었다. 연기, 대사 전달력에 대한 부담감은 몇 배로 더 크게 와 닿았다. 그래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고, 발전의 속도감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시작점부터 모든 넘버와 대사를 외우려고 노력했다. 이 공연에 들어가는 데에 대한 예의가 그것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느려지는 게 너무너무 싫었다. 일단 외우는 것은 정말 완벽하게 해야겠다 싶어 주야장천 했다.”

댄서 겸 뮤지컬배우 리헤이.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Q. 원래 외우는 걸 잘하는 편인가?

“아뇨. 원래 외우는 거 정말 잘 못 한다. 움직임을 외우는 건 빠른데 글씨 외우는 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이었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했다. 현관문, 냉장고, 거울, 휴대폰 배경화면 등 눈에 들어오는 모든 곳에 다 대사를 적은 종이들을 붙여 놓고 외웠다. 그랬는데 전후 대사들을 함께 외워야 하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웃음) 직전 대사가 뭔지를 알아야 상대방 대사가 끝나자마자 내 대사를 말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돼서 내가 몇 초 뒤에 대사를 읊는 경우가 많았다. 그때부터 큐 사인을 포함해서 대사 전체 흐름을 다시 싹 외웠다. 하, 너무 어렵다. 배우들 정말 똑똑한 거 같다. 작품을 어떻게 두세 개씩 하는지. 하하하!”

Q.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음원이나 예능프로그램에서 부르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어떻게 연습했나.

“이전에는 노래를 프로그램에나 녹음을 하는 공간에서만 불렀다. 마이크가 있고, 크게 부르지 않아도 가사가 전달됐다. 그런데 이렇게 관객 앞에서 하는 건 처음이었다. 원래도 말투 자체가 힘이 없어서 그 부분이 힘들었다. 카메라나 땅을 보고 노래를 했던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무대 위에서 멀리 보며 노래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했다. 시선이 풀리면 '빨리 멀리 봐'하면서 정신 차리고 자세를 고치고는 했다. 초반에는 방법을 잘 몰라서 목이 많이 쉬었다. 그럴 때마다 동료 배우들이 저마다 다른 팁을 줘서 아직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중이다. 지금은 확실히 배에 힘이 실리는 기분이다. 그래도 아직은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목소리가 작다. 뮤지컬 발성도 넘버 연습하면서 레슨을 받았다. 그러면서 많이 나아졌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섬세하게 배우지는 못했지만, 목소리 선이나 보내는 위치 같은 걸 많이 배웠다.”

Q. 범접 멤버이기도 한 아이키가 먼저 뮤지컬 무대에 섰는데 조언은 없었나.

“언니는 작품에 대한 조언보다 멘탈 케어를 많이 해줬다. 아이키 언니는 '너랑 나랑 표현하는 게 그렇게 다른데 내 스타일 대로 함부로 조언해서는 안 되고, 너만의 방식이 있을 테니까 그 현장에서 가져오는 감정과 진심으로 다가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가 연습이 잘 안 되어서 속상할 때면 언니한테 전화했다. 언니가 '야, 나도 그랬어, 말은 안 했지만 나도 많이 느렸다, 근데 우리 춤출 때도 힘들지만 그냥 했어야 했잖아, 우리는 끈기가 제일 장점인 사람이고, 그렇게 춤을 춰왔으니 넌 잘 할거라고 그냥 믿는다,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가라' 이런 말을 해줬다. 예쁘게 잘 스며들어서 작품 잘 소화할 거라고, 좋은 과정이라 생각하고 널 믿고 가라 이렇게 말해줬다.”

Q. 작품 안에서 댄서로서의 역량을 잘 드러낸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레몽 캐릭터를 연기할 때다. 레몽은 남성적이고, 에너지 있고, 시크한 캐릭터다. 제 평소 배틀할 때 느낌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레몽은 나쁘다기보다 내 자신을 보호한다는 느낌이 컸다. 상대에게 확실하게 총을 쏘지 못하는 모습에서 겁이 많은 친구라 생각했다. 배틀을 했을 때 나도 비슷하다. 상대가 정말 잘하면 겁이 난다. 그럼에도 이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무드를 확실하게 바꾼다. 그런 것처럼 레몽이 겁이 있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고 더 못되게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남자의 멋을 몸으로 쏟아부었다. 무대를 할 때 그 부분은 매일 다르게 하고 있다. 그날의 감정에 따라 도도하게 나쁜 남자, 더 못된 남자 식으로 무대마다 다르게 표현하고 있다. 관객들도 '매번 다르게 움직이네' 하며 신기해한다. 그런 부분이 댄서의 장점을 활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내 스타일 대로 발전시켜서 표현하는 어드밴티지를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확실하게, 몸에 더 집중하는 것 같다.”

댄서 겸 뮤지컬배우 리헤이. 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Q. 극 중 포엣과 닮은 점이 있다면?

“포엣이라는 친구는 상상과 이야기를 믿고 달려가는 친구다. 저 또한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다. 유명하지 않을 때도, 권태기가 왔을 때도 무작정 몸을 움직였다. 포엣도 마찬가지다. 폐허가 된 세상이라도 그동안 하던 거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재미있게 살면 되지 않을까? 하면서 돌을 굴리는 친구다. 저 또한 힘든 게 있으면 그만큼 좋은 시기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코로나 시절 등을 겪을 때도 버티면 좋은 날이 온다는 믿음으로 밀고 갔다. 그런 부분이 포엣과 많이 닮았다. 누가 쓴소리를 했을 때 담아두기보다 잘 흘려보내고 내 것을 밀고 나아가는 편이다. 상대를 좋은 쪽으로 행복하게 이끌어가는 면모도 있다. 물론, 전 솔직히 상상을 많이 하지 않고 현실적인 사람이라 그런 부분은 조금 다르다. 그러나 무대에 오르면 오를수록 포엣과 닮은 점이 많다고 느껴진다.”

Q.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가 매일 돌을 굴리는 것처럼, 배우들에게는 이야기가 '돌'이다. 그렇다면, 리헤이에게 '돌'은 무엇인가?

“음. 10년 뒤의 나. 극 중 돌을 굴리는 배우들의 모습이 춤을 처음 시작했던 20대의 나다. 안 좋은 일도 있었고, 무명인 시절도 있었다. 그럴 때도 계속 춤을 췄다. 어떻게 보면 뮤지컬이란 시작점을 밟은 지금, 10년 후의 나를 바라보며 굴리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한다. 이 돌을 굴리다 보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떨어지면 다시 굴리면 되지 하는 의미를 담고 하는 거다. 극 중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우리의 삶을, 우리의 돌을 끌어안고 사랑하자'라는 거다. 그건 나한테 하는 이야기였다. 들을 때마다 나를 토닥이는 말처럼 느껴진다. 10년 뒤 나를 응원하는 모습처럼 느껴진다.”

Q. 아직 묻기 이를 수도 있지만, 뮤지컬배우로서 다음 행보는 어떻게 될까?

“솔직하게 말하면 한번 시작했으니까 계속 도전하고 싶다. 어떤 작품을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놓지는 않아볼까 생각한다. 작품이 끝나고도 연기를 배우고 싶다. 제가 감히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건 말이 안 되고, 몸에 감정선이 실리는 작품은 꼭 만나 보고 싶다. 몸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하는 배역이 있다면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 '시지포스' 포엣처럼 경계에 서 있는 캐릭터도 삶에 많이 도움이 될 것 같다. (뮤지컬 제안 관련)연락은 아직 없다.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많이 알아봐 주지 않을까?”

Q. 관객들에게 어떤 뮤지컬배우로 남고 싶나.

“팬들이나 지인들은 칭찬을 해주지만, 뮤지컬 관객들의 (객관적인)시선을 모두 알지 못하는 상황 아니겠나. 좋다고 생각하기도,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더라도 나중에는 나에게 궁금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원래는 손끝 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손끝 하나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는 '나에게도 발전이 있었구나'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확실히 짜릿하다. '몸을 잘 쓰는 배우'란 말은 당연히 평생 듣고 싶고, 이 뮤지컬을 끝내고는 진실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 이 배우가 진실성 있게 다가가려 노력했다고 한번쯤 생각해주시기를 바란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오차드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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