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시대 앞둔 ETF…분산투자·자산배분 ‘주효’
반년만에 순자산 100조 급증
일평균 5.5조 거래 유동성 확대
연금저축계좌로 장기 자산관리
“변동성 대비해 분산투자해야”


지난해 자본시장 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 ‘상장지수펀드(ETF)’다. 국내 ETF 시장은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인공지능(AI)·원자력·방산 등 신성장 테마가 급부상하면서 300조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속도와 폭 모두에서 이례적인 성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12월29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97조2000억원으로 300조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6월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뒤 불과 반년 만에 100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상장 ETF 수는 1000개를 넘어섰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 5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유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ETF 시장의 성장을 이끈 핵심 동력은 개인투자자의 자금 이동이다. 단일 종목 변동성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개별 주식 대신 ETF를 활용한 분산투자와 자산 배분 전략이 빠르게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ETF는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고, 하나의 상품으로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 접근성이 높다. 소액 투자로도 다양한 자산군에 접근할 수 있고 구성 종목과 비중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점도 개인 자금 유입을 뒷받침한 요인으로 꼽힌다.
◆원자력·방산 등 ‘테마 ETF’ 수익률 주도=지난해 ETF 시장에서는 테마형 상품이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글로벌 안보 환경 변화 등이 맞물리며 원자력과 방산 관련 ETF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김승철 NH-Amundi(아문디)자산운용 ETF투자본부장은 “2025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테마는 단연 원자력 섹터”라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계기로 한국형 원전의 글로벌 경쟁력이 부각됐고, AI 발전에 따른 전력 부족 문제가 원자력 재평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일 프로젝트 수주라는 단기 이벤트를 넘어 글로벌 각국의 정책 지원과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하나로) 원자력iSelect ETF’는 2025년 한해 동안 180%에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투자자의 성향을 반영한 집중형 상품도 늘었다. 기존의 ‘TOP10’ 구성에서 벗어나 ‘TOP3+’ ‘TOP4+’ 또는 특정 산업 밸류체인에 집중한 ETF가 잇따라 출시됐다. 양자컴퓨팅·우주항공·휴머노이드 등 미래 성장 테마를 담은 상품도 등장했다.
◆연금자산 관리 수단으로 영역 확장=개인투자자의 ETF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ETF의 역할도 단기 매매를 넘어 장기 자산 관리 영역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연금저축계좌에서 투자되는 ETF의 상품별 연평균 수익률과 수수료율을 통합연금포털에서 비교·공시할 계획이다. 그동안 ETF는 연금저축계좌에서 투자할 수 있음에도 성과 비교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었다. 공시가 확대되면 투자자는 예·적금, 펀드뿐 아니라 ETF까지 포함해 연금저축상품의 성과와 비용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업계에서는 ETF가 단기 투자 수단을 넘어 노후자산 관리 도구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올해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한 테마형 ETF를 둘러싸고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2025년 급등한 성장 테마는 기대가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작은 악재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특정 테마에 쏠리기보다는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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