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유재명의 '러브 미', 불편하고도 뭉클한 사랑의 타이밍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JTBC 금요드라마 '러브 미'는 제목부터 사랑을 갈망한다. '러브'가 풍기는 달콤한 어감 때문에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드라마가 붙든 사랑은 단선적이지 않다. '러브 미'가 말하는 사랑은 행복과 설렘에 앞서 아픔과 죄책감, 그리고 두려움을 동반한다. 사랑하기에 웃고, 사랑하기에 흔들리며, 사랑하기에 감당해야 하는 감정의 파동을 정직하게 그려낸다.
이야기는 한 가족의 상실에서 출발한다. 미란(장혜진)의 죽음이라는 상실이다. 미란의 남편 진호(유재명)와 딸 준경(서현진), 아들 준서(이시우)는 같은 비극을 겪지만 하나의 감정으로 묶이지 않는다. 진호는 자책하고, 준경은 후회하며, 준서는 애통해한다. 각자가 상실 앞에서 충돌하고 침묵하지만, 결국 이들을 다시 살게 하는 건 사랑이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지점은 그 상실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야 하는지, 그 적정한 시간을 규정하지 않는 데 있다. 미란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사랑을 마주한 진호와 준경의 선택은 그래서 불편하고 조심스럽다. 아내를 잃은 진호에게 새로운 설렘은 죄책감이 함께하고, 엄마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는 준경에게 사랑은 두려운 감정이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결국 사랑을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러브 미'는 이들의 사랑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상실 이후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어떤 무게를 동반하는지, 그 선택이 얼마나 많은 망설임과 불편한 시선을 거치는지를 따라간다.
이 질문은 미란의 동생 미경(박성연)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언니를 잃은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미경은 형부와 조카를 걱정하며 진호의 집을 찾는다. 손에 든 것은 직접 담근 김치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한 장면은 미경의 상실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형부 진호가 낯선 여자 자영(윤세아)과 커플티를 입고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경은 분노하고 울부짖는다.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김치통을 집어던진다. 상실 이후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직설적인 시선이다.
뒤늦게 집에 도착한 준경은 바닥에 흩어진 김치를 말없이 주워 담는다. 그리고 아버지 진호에게 말한다. "어쩜 이렇게 다들 자기 멋대로고,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 가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걸 다 알아야 하고, 이해해야 하고, 참아야 하고, 싸워야 하는 게 너무 지겨워요." 이 장면에서 '러브 미'는 묻는다. 상실의 시간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사랑을 다시 시작할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 것인지를.
'러브 미'는 상실을 완전히 치유하지도, 죄책감을 말끔히 씻어주지도 않는다. 다만 상처 입은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살아가기 위해 선택하는 감정이 사랑일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러브 미'가 붙든 사랑은 그래서 아름답기보다 불완전하고, 설레기보다 무겁다. 그 무게를 견디는 순간들 속에서 이 드라마는 이상화된 사랑이 아닌 현실에 닿은 땅 위에 발을 딛는다. 인물의 깊은 내면을 따라가는 서사의 완성도도 높지만 참 많은 생각을 사유하게 하는 좋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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